[Review] '그때 그 순간, 그 공간의 너'를 보다 <에이피 사진전>

글 입력 2019.01.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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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앨범을 들여다 보는 걸 좋아한다. 오래된 앨범 속 엄마가 모아놓은 사진에서 어린 나를 만나는 것도 재밌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온 나의 지난 날들을 살피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도 즐겁다. 어떤 사진을 보면 그 날의 하루가 오롯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날 나는 어떤 감정이었는지, 저 사진을 찍는 순간의 온도와 분위기, 그 때 들려오던 소리들과 내가 보았던 것까지. 가끔은 너무도 생생해서 마구마구 그리워진다. 그 순간과 그 공간, 그 사람이.

<AP 사진전>의 부제,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를 소리내 읽어보며 전시를 관람했다. 매일 2000개 연간 100만개의 AP통신 사진이 전 세계 톱뉴스에 오른다고 한다. 이념의 대립과 사건 사고, 역사의 순간마다 곁에 카메라가 있었다. 어쩌면 이제는 다시 만나지 못할 그 시간과 공간, 사람을 담은 사진들은 '기록'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와 마주했던 그 눈동자에서 감정이 느껴졌다, 역사가 읽혔다. 감히 동시대의 가장 뜨거운 순간들이라 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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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소녀
Mideast Jordan Syrian Refugee Children
Photo Essay Muhammed Muheisen / 2014년



<AP 사진전>은 총 6가지 테마로 나뉘는데(리플렛에 따르면), 이 중에서 더 크게 세가지 챕터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 째는 메인 테마 '너의 하루로 흘러가', '내게 남긴 온도', '네가 들려준 소리들' 세가지로 이루어진다.


'평면'의 사진에서 '입체적'인 시공간과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지구 곳곳에서는 생각보다 더욱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카메라가 따라간 하루의 시간을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는 <너의 하루로 흘러가>와 장면 하나 하나에 담긴 한 인간의 진한 온도를 느껴볼 수 있는 <내게 남긴 온도>, 그리고 카메라가 포착한 작은 숨소리 혹은 거대한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한 <네가 들려준 소리들>까지.


모든 사진이 그 때, 그 공간에 멈춰 있었다. 그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건 사진 앞에 서 있는 우리들의 특권이자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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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장면들이 스치고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마스터피스전>은 두 챕터로 나뉜다. AP이 함께한 순간을 키워드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 프레디 머큐리와, 비틀즈, 마릴린먼로 등의 스타들을 찍은 사진 그리고 히로시마 폭격, 전 세계 페스티벌, 1960년대 뉴욕문화 등 지난 과거의 세계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또, '기자전'에서는 퓰리처수상작품으로 알려진 사진들이 보였고, 특히 난민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대했던 건, 바로 특별전 <북한전>이었다. 북한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비롯해 북한 특유의 단체 사진까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반가움과 그리움 그리고 애잔함이 교차하곤 했다. 항상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인데, 언뜻 보이는 웃음을 발견하니 마치 이웃사촌을 마주한듯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또, 북한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진도 마음에 들어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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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사진전>은 기대했던 것 만큼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사진이 많아서 즐겁게 관람했다.


다만 언제나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갈 때마다 느꼈듯, 전시장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시장은 공간이 넓고 작품 사이의 간격 또한 넓은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번 전시 역시 좁은 사람들 틈에서 감상해야 해서 불편했고, 관람에 방해되어 아쉬웠다. 또한, 사진전의 테마를 좀 더 명확하게 구분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앨범은 '나'의 역사를 보여준다. <AP 사진전>에서 만난 작품들은 '지구'의 역사를 보여줬다. 사진 속 그 시간과 공간, 사람들까지. 그 순간의 역사와 마주했을 때, 카메라와 빛이 남긴 감정을 느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카메라의 렌즈를 따라가며 가장 뜨거웠던 과거의 순간을 '지금, 전시장에서 '함께 누빌 수 있다.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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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사진전>

-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

일자 : 2018.12.29 ~ 2019.03.03

시간 : 11:00~20:00 (19:00 입장마감) / 휴관 없음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티켓가격 : 성인 13,000원 / 청소년 9,000원 / 어린이 7,000원

주최 : 동아일보사, ㈜메이크로드

관람연령 :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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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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