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에 대한 찬미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글 입력 2019.01.2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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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찬미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Review 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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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하기 전부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에바 알머슨의 전시장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에 위치해있다. 입장권을 끊고 꽃밭같은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그보다 대기실 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미술관이라기보다는 놀이터에 온 사람들처럼 웃음과 행복이 가득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에바 알머슨이 주로 표현하고자 한 주제는 행복, 사랑, 믿음 등 우리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소재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에 있어서 +의 감정보다는 -의 감정이 영감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녀는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들에게 +의 감정을 가득 담아주기 때문이다.



IMG_9299.JPG▲ 전시장 스케치

 


구체적으로 작품을 살펴보고자 하니, 하나하나 설명이 줄 글로 적혀있어서 좋았다. 누군가의 해석보다는 오롯이 작품만을 보고 생각하기 위해, 나는 해설집이나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 글들을 읽으면서 관람했다. 유화를 중심으로 한 여러 그림들에 더해 설치미술, 그릇, 옷, 영상 등이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이 전시장의 생기를 더한다. 이번 리뷰에서도 그녀의 작품에 딸린 말들 중 기억나는 몇가지를 함께 적어보려 한다. 먼저 그녀의 예술관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우리가 살면서 지나온 길,

여행의 길 위에서 만났던 것들,

어린 시절과 지금껏 배워온 모든 것들을 담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경험들은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자극이 되곤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에는 서울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다. 대체로 아름답게 담겨있는 서울과, 그녀의 가족들 혹은 그녀가 관찰한 수많은 사람들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산타워, 한강, 롯데타워 등 눈에 익숙한 건물들과 북촌 등 문화재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그녀가 관찰한 서울의 모습이었다. 북촌과 야경 등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담았지만, 25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과는 다르긴 했다. 현대적이고 목가적이면서 전통이 숨쉬는 이 도시 서울은, 밤에 야경이 반짝이는 것처럼 빛과 어둠을 함께 간직한 도시다. 이 그림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서울의 모습을 그녀가 그린 것처럼 아름답게 가꿔야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한밤.jpg▲ 특별한 밤, 에바 알머슨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지극히 현대적인 도시 서울은

동시에 목가적이면서 전통이 살아 숨쉬는

특별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


그녀의 그림들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귀여운 아저씨가 있었다. 아마 그녀의 남편이 아닐까, 하는데 역시나 그녀의 귀여운 아이들과의 만찬, 여동생 등 가족들에 대해 그린 그림들이 많았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사랑이지만 사랑에 대해 그녀가 말하는 것은 어느 예술가의 사랑처럼 특별하다기보다는 너무나 평범했고 그래서 이 전시장에 더 잘 어울렸다. 사실 그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그렇게 특별한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추상적인 표현기법, 캔버스에 묻어난 색채, 따로 분류해서 전시해놓은 에칭화가 그녀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사랑 역시, 내가 느끼는, 그리고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The dinner.jpg▲ 저녁식사, 에바 알머슨
 

“사랑에 빠져있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통제할 수 없고

너무 강렬해서 영원하길 바라게 되곤 합니다.”


-


다음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되는 ‘해녀’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니 한편의 동화책을 읽고난 기분이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미술 작품으로, 그리고 영상과 함께 다채롭게 표현했다. 3대째 해녀로, 바다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그 소녀의 시선을 빌려서 감동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숭고한 마음을 나타냈다. 전시장 자체가 예술작품이며, 그누구보다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공감하면서 들을 수 있다. 가족의 감동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의 삶 그자체에 조명하여 이야기를 그려낸 ‘해녀’는 자연과 인간의 함께 살아감에 대해 따뜻한 해설을 제시한다. 인상깊었던 구절이라면, 더 오래 잠수할 수 있음에도 왜 금방 돌아오냐는 어린 소녀의 질문에 어머니는 이렇게 바다와 해녀의 약속을 말한다.


‘그 꽃밭에서 자기 숨만큼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자는 것이

해녀들만의 약속이란다.’



haenyeo.jpg▲ 해녀, 에바 알머슨
 

“벽안의 예술가가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발견한

제주 해녀들의 삶에 대한 찬미입니다.”





‘호오이’하는 숨비소리라는 구절을 듣고 해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 이 전시와 잘 어울리는 노래가 하나 생각났다. 안녕하신가영의 ‘숨비소리’ 역시 해녀들의 숨비소리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노래이다. ‘호오이’하는 후렴구를 눈을 감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해녀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해녀’를 끝으로 전시장을 나오면서 생각하건대 결국 그녀의 작품 주제는 너무나도 평범하지만, 그럼에도 각자가 하나하나 다 다른 ’인생’이었다. 어느 작가보다도 그 인생에 대해 행복한 노래를 하는 에바 알머슨의 전시는 내 마음을 너무도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다. 혹시라도 추운 날씨와 묵은 먼지때문에 마음 한 켠에 여유가 필요하다면 예술의 전당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사랑 믿음 행복 인생에 대한 찬미를 그려내는 작가”, 에바 알머슨이 따뜻하게 여러분을 맞아줄 것이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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