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P사진전: 빛이 남긴 감정을 따라서.

글 입력 2019.01.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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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THE ASSOCIATED PRESS PHOTO EXHIBITION


사진은 빛의 기억력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사진을 본다는 경험은 빛이 남긴 감정을 보는 그것과 다름없다. 사진 속 빛이 남긴 감정을 따라가면 인간의 삶과 닿아있는 무수한 파동에 닿는다. 사진을 찍는 일은 순간이지만, 사진을 바라보는 일이란 ‘순간의 지속’이라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진실성은 빛이 남긴 감정의 순간에서 태어난다고 믿는 이들이 여기 있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곧 가장 예술적인 것



이 전시를 현실보다는 예술에 가까운 사진들로 바라보는 것이 나의 목표라면 목표였다. 기사 사진이라는 점을 배제하고, 의식적으로 현실과 예술의 경계에 놓인 사진들을 예술에 더욱 가깝게 보고자 했다. 그렇게 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마음에 오래 남은 사진들은 더욱 ‘현실’적인 사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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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채들로 눈길을 끈 사진들, 순간을 멋스럽게 표현한 사진들도 많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들은 북한전 전시의 사진들이었다. 제복을 입고 발을 맞춰 걸어가는 여성들, 북한의 절대자를 상징하는 여러 사진, 그리고 북한의 노동하는 시민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였지만, 그 이미지들은 절대 흔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예술은 결코 현실과 동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좋은 사진이란 보는 사람들이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사람들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감정은 현실에서 그 울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현실적인 사진, 예술적인 사진을 구분하려 하고 현실의 사진을 예술로만 바라보려 했던 내 나름의 목표가 그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어쩌면 가장 예술적인 것은, 가장 현실적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사진에서 느껴지는 애정



이 전시에서 모든 사진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은, 사진을 찍는 이들의 애정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사진을 찍는다. ‘보도’ 사진처럼, 목적에 따라 사진의 이름이 명명되기도 한다. 아마도 이 사진전에 걸린 모든 사진은, 보도 사진 중에서도 찍는 사람들이 조금 더 애정을 담아 찍은 사진들로 선별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애정이 담긴 사진들은 무언가 다른 의미가 남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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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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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을 바라보는 왕과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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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을 지나>



다음의 사진들은 나 또한 애정을 갖고 본 사진들이다. 사진을 보다가, 밑에 있는 제목을 내려다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졌다.


내가 카메라를 켜는 순간을 떠올렸다. 이유는 제각기 달라도, 무언가를 담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상대가 사랑스러워서,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때로는 이 개운치 못한 기분도 담아내고 싶어서. 어찌 됐든 카메라를 켜서 무언가를 담아내는 순간, 그것에 대해서 애정이 생겨난다. 정확히 말하면 애정하지 않은 것도 담아내고 기억하고 곱씹는 순간, 애정하는 것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진들 속 인물을, 풍경을, 무엇을 애정 있게 바라본 ‘그들’이 떠오른다. 이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무엇을 의도하고자 했는지 등의 건조한 질문이 아닌 이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집어 든 그 사람들의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눈이 주는 힘



마지막 섹션인 '기자전'의 사진들은 다소 많았다. 반전 운동부터 최근 이슈인 난민의 현장까지 오히려 보도 사진이기에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로 가득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진을 제한된 장소에 넣으려 했던 탓에 관람에 답답함이 느껴지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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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것은 어린아이의 눈이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의 눈빛이 있었다. 살 곳을 잃은 난민이지만, ‘난민’이라는 단어에 가둘 수 없는 순수함과 행복함까지 느껴지던 아이의 눈빛도 있었고, 어린아이의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굳은 의지의 눈빛도 있었다. 어디였든, 무슨 상황이었든 그 구체적 상황들은 잊더라도, 사람들이 쏟아내던 그 눈, 그 눈의 힘은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


건조한 사실의 영역의 보도 사진을 뛰어넘는 사진전이라 했지만, 보도 사진이었기에 가능한 사진전이기도 했다. 오히려 우리들의 이야기에 충실한 현실의 사진이 사진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사진을 보는 이유에 대해 알려준 시간이었다. 전 세계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AP통신이 있어 다행이고, 또 우리를 애정 있게 담아내고 있는 그들이 있어서 든든한 기분이다.


순간의 지속인 이 사진들은, 이제 나의 삶에서 지속할 것이다.



[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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