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은 ‘일상의 시선’ 안에- 에바 알머슨 展

글 입력 2019.01.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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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에

주최 측에서 공개한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1월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온화한 기온을 보였던 지난 주 일요일,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展>을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다녀왔다. 지금 한가람미술관은 평일, 주말을 막론하고 사람들로 매우 북적이는 중이다. 1층에서는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가, 2층에서는 <이매진: 존 레논> 전시가, 3층에서는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관람하게 될 <에바 알머슨> 展은 특히 어린이 관람객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에바 알머슨 특유의 따뜻함과 긍정적인 특징 때문인듯 싶었다.


에바 알머슨의 이번 한국 전시는 그녀의 역대 전시 중 세계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것으로,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약 150 여 점의 작품을 총망라했다. 특히 따뜻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인 ‘HOME’을 주제로, 총 8개의 섹션(‘ROOM’)으로 나누어 전시되었다.


그녀의 작품을 형상화한 전시장 입구의 조형물들을 지나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최근작인 <만개한 꽃>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각각의 작품 밑에는 작가가 코멘트한 작품 설명이 친절하게 부착되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또한 어린이 관람객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전시 답게, 어린이들을 위한 설명도 따로 각 작품마다 준비되어 있었다. 작가와 전시 구성진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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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세계



에바 알머슨의 작품 세계는 크게 총 세 단계의 변화를 보인다. 먼저 첫 단계, 판화가 대부분을 이루는 초기 작품군에서는 지금의 다채로운 색채와, 행복과 긍정의 요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대부분 단조로운 무채색의 구성과 에칭, 세리그라피 등의 기법이 작품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온화한 웃음을 띄고 있는 최근 작품들 속의 인물들과 다르게 초기작 속 인물들은 무표정 혹은 매우 큰 함박웃음 등, 큰 감정의 진폭을 가지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전시 중간의 안내처럼 그녀가 작품 활동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과 치유를 이뤄냈다는 설명 부분으로 말미암아 볼 때, 아마도 이 시기의 에바 알머슨의 내면은 많은 진통을 겪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단계, 과도기적 작품군에 들어서면 그녀의 작품은 한결 온화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 때의 작품들은 판화와 유화 작품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초기작들보다 한결 다채로운 색채와 부드러운 느낌을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작가의 내면적 치유 과정이 눈으로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기를 거쳐 마지막 단계인 최근작들의 흐름을 보면 에바 알머슨이 이뤄낸 성장과 치유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을 두 가지 특징을 통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꽃’이다. 그녀의 최근 작품군에서 ‘꽃’은 절대 빠지지 않고 거의 모든 그림에 등장하는 요소다. 환하게 피어난 꽃은 작가 자신에 대한 치유의 완성과 행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특히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에바 알머슨의 머리에 꽂혀 있는 꽃 모양의 핀은 각 그림마다 다른 색으로 표현되며 그녀의 행복과 안정을 보여주는 소재다.


한편 두 번째로 그녀의 최근작이 가지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나’, 그리고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있다. 최근 작품의 대부분의 소재가 되는 것은 그녀 자신의 자화상 혹은 그녀를 포함한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이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은 모두 온화한 웃음을 띄고 있으며, 일상적인 순간을 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행복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일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 속에 매 순간 녹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많은 자화상 작품을 통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획득해가는 작가 자신의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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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알머슨이 보는 ‘한국’



에바 알머슨은 한국을 특별하게 여기는 ‘친한 작가’로도 유명한 만큼,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에서의 순간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한국을 수십 차례 동안 오가며 가족들과 함께 서울의 곳곳을 직접 경험한 그녀의 시선에 비친 이 곳은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한정식 상차림을 자세하게 묘사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여동생과 함께 즐겨 찾는 한정식 집을 꼭 방문한다는 그녀의 작품 설명을 보고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한편 전시의 종반부 쯤에 이르게 되면 제주 해녀에 대한 책 <엄마는 해녀입니다>에 에바 알머슨이 참여한 삽화들과 영상 등으로 이루어진 섹션도 감상할 수 있다. 직접 해녀를 만나보고, 해녀의 집에 머물며 그들의 삶을 관찰한 덕분에 그녀의 그림은 제주의 풍경과 해녀의 삶을 보다 사실적이고 압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동시에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이 잘 배어져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고 감동적인 섹션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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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아쉬운 점



이번 에바 알머슨의 전시는 친절한 작가의 코멘트와 바닥에 그려진 관람 순서 안내 표시 등, 세심한 배려와 구성이 돋보이는 장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바로 많은 입장객들에 비해 인원 별 입장 제한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집중이 다소 어려운 환경에서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어려워진 것은 아니었지만, 입장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통제가 마련된다면 <에바 알머슨 展>은 관람객들 모두에게 더욱 만족도 높은 전시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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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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