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타인의 필요성 [문화전반]

글 입력 2019.01.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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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타인이란 존재는 필요한가?


타인이란 존재는 필요하다. 타인이 있기에 비로소 ‘나’ 자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이란 정 반대에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존재이다. 즉, 나와 타인은 서로가 서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나와 타인은 서로가 서로 없이는 정의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타인’이 존재해야만 나 자신이 정말 ‘나’ 자신이지, 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내가 나 인 것은 내가 나여서가 아니라 내가 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생각이 나의 존재를 선행한다. 하지만 내가 나라는 사실은 나 혼자 생각해서는 증명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나를 나로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의 말은 번역된 말이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완전하게 나타낼 수 없다. 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생각은 사실 ‘의심’이라는 뜻에 더욱 가깝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확인은 나는 왜 저 사람이 아니고 ‘나’일 수 있을까 라는 의심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의심(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에, ‘의심(생각)’하고 있는 나는 곧 그 누구도 아닌 진정으로 존재하는 ‘나’자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샤르트르는 말했다. "타인은 지옥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타인을 미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결국 타인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로서의 나도 결국 타인의 눈에는 객체가 되고, 타인이 나를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나는 어찌할 도리도 없이 결국은 자아의식의 주체가 아니라 타인의 의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체인 ‘나’는 결국 영원히 객체인 타인이 자신의 주체가 되려하는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타인은 결국 지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말이다. 우리가 원하던 원치 않던, 우리의 존재는 타인을 통해 확인 되고, 또 타인에 의해 통제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가 무조건 타인에 순응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있어 삶의 의미란 끝없는 반항과 거부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있기 때문에, ‘사실’이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반항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타인이 지옥이지만, 그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의 의지와 시도는 항상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시포스 신화에서, 시시포스는 아무리 애써 돌을 정상 위로 옮겨놔도, 돌은 결국 다시 추락하고 만다.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이렇게도 허무하고 이렇게도 무의미하다. 하지만 그가 자포자기 하지 않고 오히려 돌을 굴리고 또 굴려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가혹함에 보란 듯이 도전 하는 것 자체, 다시 말해 그 끝없는 의지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삶’이란 부조리의 돌이 있다. 이러한 삶에는 앞서 말한 타인과 나 자신의 관계에 대한 부조리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돌을 깨거나 타인으로부터 나 자신을 완전히 격리 시키는 게 바람직 한 것일까? 아니다, 우리가 그 돌을 언제나 굴리고 또 굴려, 그것이 추락해도 결국엔 끌어 올리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용감하고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기에 질문에 다시 한 번 답해본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나’를 알 수 있고, 타인에게서 나를 지키기 위해 ‘나’ 이기를 계속해야하기 때문에, 타인과 나는 결국 서로에게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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