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입체주의가 그려내는 다채로운 세계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 展_파리시립미술관 소장 걸작선
글 입력 2019.01.2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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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오스트리아 빈의 ALBERTINA 미술관에서 피카소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내가 방문했을 땐 기존 상설전시 외의 <Monet bis Picasso>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작가들과 피카소를 중심으로 한 큐비즘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다. 피카소가 제작한 도자기와 소품도 만나볼 수 있었고, 그의 그려낸 대상은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기이했지만 자꾸만 눈길을 끌었다.


캔버스의 남겨진 붓질은 대담하다고 할 만큼 망설임이 없었고, 눈을 사로잡는 원색의 색감은 그의 천재성을 돋보이게 했다. 피카소가 그려내는 세계에 나는 흠뻑 빠졌다.




처음 마주한 입체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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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레제, 그리고 들로네의 작품.



피카소에 이어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레제의 그림이었다.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 둔 걸 보면 그때도 이 원색의 기묘하면서도 신비로운 작품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동글동글한 사람 캐릭터가 여기저기 얽힌 모습. 레제는 마티스와 세잔의 영향으로 1911년부터 큐비즘 운동에 참가하였다. 그가 이런 둥근 곡선 위주로 그림을 그린 건 1930년 전후부터라고 한다.


그리고 마주한 건 들로네의 작품 에펠탑.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아방가르드적 현대 건축물 에펠탑은 제작 이후 많은 이들의 혹평에 시달리며 곤욕을 겪어야 했지만, 당시 예술가들에게는 좋은 영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화가 들로네는 에펠탑은 가장 먼저 상징화여 작품으로 그려냈고, 그가 남긴 에펠탑 그림은 30개 이상이라고 한다.


전통적 회화에서 벗어나 한계와 틀을 과감히 파괴하여 현대 미술의 출발이 된 입체파 화가들.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똑같이 베끼는데 그쳤던 전통회화와 달리, 대상을 분해하고 재조립하여 인간 내면세계까지 치밀하게 표현하였다. 전시장을 나온 이후에도 계속 머릿속에 기억되는 건 피카소를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었다. 그 흥미로운 세계에 나는 매료되었다.




입체주의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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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lo Picasso, Tête d’homme, 1912
© 2018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파블로 피카소, 남자의 두상



그렇다면 큐비즘, 즉 입체주의란 무엇일까? 입체주의란 전통회화의 형식을 파괴하여 혁명을 일으킨 미술 운동이다. 입체주의는 아프리카의 원시문화 및 인상주의의 대표자 폴 세잔(1906-1939)으로부터 시작된다. '모든 자연현상은 원, 원통, 원뿔로 표현된다.'라는 세잔의 근대회화 이론은 피카소를 비롯한 후대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하였고, 이는 입체파가 탄생하는 배경이 된다.


세잔의 영향을 받아 피카소와 브라크는 입체파 회화를 탄생시켰다. 두 화가에 의해 주도된 입체주의는 마르셀 뒤샹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황금분할파(Section d'or)에 의해 더욱 발전된다. 뒤샹의 집에서 모인 이 화가들은 예술에 수학공식을 접목하고 엄격한 화면구성을 만드는 황금분할법을 사용하였다. 1920년대 말까지 활동했던 이 예술운동가들을 흔히 입체주의 화가들이라 부른다. 입체파 회화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화가 레제와 들로네에 의해 정점을 찍는다.


레제와 들로네는 화면 구성에는 황금분할법을 응용하고, 야수주의적인 강렬한 원색을 통해 추상회화가 탄생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세계 1차 대전이 유럽을 휩쓴 이후, 암울해진 사회 분위기는 많은 예술가들이 추상주의를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레제는 실제 세계를 표현하기보단 추상적 작품을 그려냈고, 후안 그리스는 기존의 입체파에 고전적 스타일을 가미한 작품을 시도하였다. 즉 전쟁 이후 화가들은 기존 입체파가 추구하던 단순화의 원칙을 버리고 시대의 흐름을 가미하여 새로운 예술의 길을 만들어 나갔다.




서양 미술사의 대혁명, 입체주의를 만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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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Delaunay, Rythme n°1, décoration pour le Salon des Tuileries, 1938, 

©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Paris
로베르 들로네, 리듬 n°1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는 입체파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취지로 기획되어, 현재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진행 중인 입체주의(Le Cubisme) 전시와 병행 개최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이 소장한 진품 걸작 90여 점이 국내 최초로 선보여질 예정이고, 서양 미술사의 대혁명이라 평가받는 입체주의 회화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피카소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추상화는 낯설고 입체주의는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괜찮다. 어딘가 비틀어지고 왜곡된 모습 속에서 작가의 내면과 인간 내면세계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입체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직접 경험한다면 어느새 그들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개성으로 가득한 다채로운 입체주의 세상으로 함께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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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임정은 이름표.jpg



[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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