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전통미술의 틀을 깨다,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봐야 하는가.
글 입력 2019.01.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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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유명한 전시를 조금씩 피하게 되었다. 유명하고 잘 알려진 것 중에서 보고 싶은 것만을 골라서 봤던 예전과는 다르다. 아트인사이트에서 나오는 문화초대를 받고, 내가 스스로 문화예술을 즐기는 일 역시 드물다. 글을 쓰는 것도 다소 부담스러워진 요즘이다. 나의 눈높이를 높이고, 아는 것을 넓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수동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동생은 읽고 아주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 책에서도 나는 기계적으로 어느 부분을 글을 쓸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남부터미널에서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전을 보러 갔을 때도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피로감이었다. 평일 낮에도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리는 예술의전당,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기념사진을 찍어대고 시선이 안정될 수가 없는 곳.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은 대학생 신분의 내가 만원 상당의 돈을 지급하고 보던 전시회를 어느 순간부터 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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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알머슨 전시회를 보러 가서 미리, <피카소와 큐비즘> 층을 둘러보았다.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에는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지금에서야 겨우 들었을 정도로 피로했다. 어느 순간부터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였던 건지, 무차별적인 문화예술을 누리는 것에 이제는 감사하지 못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문화예술을 누리는 사람으로서의 조건은 선입견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예술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은 그 일이 처음일 것이기에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으로 누군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예술 작품을 냈는데, 보는 사람들이 모두 고정관념으로 똘똘 뭉쳐서 지루해하고 힘들어하면 너무 슬프지 않겠는가. 그 작품을 보기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급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정도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알고 있어도 처음 보는 것처럼,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정말 모르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요즘은 그게 조금 힘들다. 아는 것으로만 글을 쓰려 하고, 아는 것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맞지 않은 것 같다. 제대로 전시되지 않은 것 같다. 비판하기 위해서만 문화예술을 누리려는 것 같다. 내가 이 지위까지 올라가 있으니 제대로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만 같아 스스로 글을 읽기가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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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유명한 <피카소와 큐비즘> 전 문화초대를 받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몹시 속물적인 답변이라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라고도 생각했다. 유명하다고 모든 것이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것에서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이야말로 내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큐비즘이 궁금했던 것도 있다. 늘 수업시간에 예술 사조로 흘려들은 듯 들은 입체파, 추상화도 실제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점이 컸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피카소라는 이름을 모를 리가 없을 정도로, 미술 교과서에 한두 번씩 등장하는 화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하던 저농미술과는 다르게, '입체파'로 복합적인 화면 분할과 조합법을 사용한 것이 가장 특징적으로, 서양 미술사의 혁명이 된 작품들을 많이 그렸다. 입체파 화가들은 추상미술을 열었고, 그로부터 현대 미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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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lo Picasso, Tête d’homme, 1912
© 2018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입체주의의 시작은 폴 세잔이라고 한다. 폴 세잔은 19세기 대량으로 유럽에 들어온 아프리카 원시미술과 세기말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피카소와 큐비즘> 전에서는 피카소의 그림만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세잔의 후기 풍경화와 입체파를 이끈 피카소와 브라크의 절정기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입체주의의 진수를 관람할 수 있다.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형태 중심적 표현에서 색채 중심적 표현으로 변화하면서 1907년에서 1930년대까지 흐름과 영향이 계속된다.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주의를 응용, 발전시킨 비정형적 색채 주의 오르피즘과 로베르 들로네, 소니아 들로네, 기하학적 입체파 화가 페르낭 레제 등의 걸작들 역시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어, 입체주의 미술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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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nand Léger, L’homme à la pipe, 1920
©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사실 미술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으로서 미술을 보면서 느껴야 할 것은 자료 조사의 수준에서 머무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전시회를 가면, 사람들이 색채가 어떻다, 비례가 안 맞다, 하는 것은 정말 겉햝기식의 예술 감상이라고 비난해왔다.

그렇다면 일반인의 미술은 어때야 하는가, 물론 정해진 답도 없으며 나도 아직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문화 초대를 택한 것은 단순히 미술에 대한 역사를 암기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미술 사조가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그게 그림으로 표현하면 어떤지를 경험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삶을 어떻게 미술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보러 가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다르게 만들었는지, 눈으로 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러 간다. 그 행위에, 그 과정에, 그 끝도 없는 불편함에는 피로감이 당연히 따르겠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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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s Braque, Tête de femme, 1909
© Georges Braque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피카소와 큐비즘
-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걸작선 -


일자 : 2018.12.28 ~ 2019.03.31

시간
11:00~19:00 (18:20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12월 31일, 1월 28일
2월 25일, 3월 25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
서울센터뮤지엄, 뉴스웍스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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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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