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P 사진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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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오래토록 머무르고 싶은 전시였다.
타이틀부터 감성적이어서 신기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섹션 설명도 엄청나게 감성적이었다. '보도사진'과 대비되는 엄청난 '감성적인 글'. 그런데 아쉽게도 너무 과한 감성이 넘쳐 흘러서 설명을 잘 안읽게 됐다. 안타까웠다.
전시는 '사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크게 걸려 있었고, 위 아래로 나뉘어져 배치가 재미있었다. 공간이 협소해서든 혹은 의도를 갖고 배치했던지 간에 위 아래로 나눈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캡션이 바닥에 있어서 좋았다. 제목도, 년도도 아닌 오로지 '사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큰 사진 하나씩 혹은 작은 사진 여러개로 나뉘어져서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시간 / 온도 / 소리 테마로 모은 시선들이 좋았다.
색이 이토록 선명해 눈에 잘 들어오지만, 무채색이 더 기억에 남을 때도 있다. 색감의 대비가 좋았다. 감각적인 세계였다. 특히 소리 섹션 중, 물방울 가득한 배경 속 어린 아이 사진이 인상 깊었다. 다른 사진들은 공간이 아닌 '평면'적인 느낌이 강한데, 유독 그 사진만 '시간이 흐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시간 속에 머무르는 느낌이다. 발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음소거 된 사진 속 소란스러움이 들리는 사진들이 좋았다.인상 깊었던 섹션 중 하나는 북한이다. 북한 특유의 색감, 카키색과 버밀리온 색깔이 잔상에 남는다. 에메랄드 색도. 군모와 비행모의 패턴같은 사진이 너무 귀여웠다. 특히 한 명의 뒤돌아선 모습까지 깨알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남녀 합창단의 모습도 마치 대칼코마니처럼 보였다. 같이 옆에 배치했으면 더 재밌지않았을까 상상했다. 미술관 벽화 앞에 걷는 여자사진도 아름다웠다. 그림같은 어울림. 선명하면서도 강한 파스텔톤 분위기가 좋았다. 공간에 머무르는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그 사진만을 바라보았다.무섭고 웅장했던 기자 편이 가장 인상 깊다. - 전쟁. 특히 이 공간은 더 넓어서 (높기도 하고) 웅장했다. 높은 곳까지 사진이 걸려있어서 왠지 모를 위압감도 들었다. 사진의 테마와 함께 공간 활용을 잘 했다.특히 뿔 세 개 (?) 사진도 무섭고, 무슨 십자가 기사단인지, 너무 무서웠다. 마치 다빈치코드 같기도 하고. (고화질) 사진으로 보니까 더 남일 같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사진까지도. 같은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거구나를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깨알 포인트 하나. 중간 중간 길 안내하면서도 상징적인 조형물들이 좋았다. 사진속 인물을 프린트해서 공간에 세워놓는 것이 참 매력적이었다.공공성과 예술성 다 잡은 사진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도 많았는가보다. 감각적인 사진들 구성. 오래된 보도매체인데, 얼마나 많은 사진들이 있었을까. 그 중에 고르고 골라 선별해서 전시를 했을 테니. 너무나 행복했다. 심미적인 행복감을 주는 사진들이었다. 사람이 비록 많았어도, 사진 덕분에 너무 행복한 공간이었다.
한국에만 살아오고, 여행 한번 제대로 다녀온 적이 없는 나에게는 '세계의 사진들'의 현장감이 느껴져서 더 생생했다. 나도 나가보고 싶고 싶어졌다. 가슴 뛰는 전시였다.
▶전시 정보
전시명: 에이피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일시: 2018.12.29 ~ 2019.03.03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주최: ㈜메이크로드, 동아일보사
[최지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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