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정을 울리는 보도사진 - 세종문화회관 AP 사진전

글 입력 2019.01.21 09: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190121_085944563.jpg
 
KakaoTalk_20190121_085945019.jpg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때 느껴지는 짜릿함이 있다. 선물 상자를 열기 전, 혹은 무대 위 인물이 등장하기 전 느끼는 긴장감을 견디고 나면 이내 몰려오는 짜릿한 스릴감. 인터넷 뉴스나 방송을 통해 접하던 보도자료의 결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감성적이고 세련됐다는 걸 깨달은 순간도 비슷했다. 모든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에이피의 보도사진은 하나의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중인 전시 에이피 사진전은 글로벌 거대 통신사 에이피의 지난 행적을 모아놓은 전시다. 세계 각국의 이야기를 총망라해 생생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전시는 에이피 특유의 이미지 감수성을 극대화한 구성으로 관객 몰입도를 높인다.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라는 제목부터 시선이 간다. 제목을 곱씹고 안으로 들어가면 놀랍게도 관람객이 멀직이 떨어져 전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닌 전시의 일부로, 사진 속 일부로 자리하게 됨을 느낀다. 사진 속 풍경과 인물은 더이상 머나먼 나라의 나와 상관 없는 대상이 아니다. 하나인 지구에서 살고 있는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짐이 신기하다.



KakaoTalk_20190121_085945463.jpg
 
KakaoTalk_20190121_085945826.jpg
 
KakaoTalk_20190121_085946214.jpg
 


전시장 내부는 촬영이 가능했기에 관람객들의 더욱 적극적인 작품 감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이곳을 찾은 이가 꽤 많았고, 저마다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 앞에 서서 시간을 보냈다. 사진 자체의 색감이 예술이라 이 순간의 감각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에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누르기도 했다.

전시 초반은 감각을 자극하는 세부 주제에 맞게 동선이 나뉘어 있었다. '너의 하루로 흘러가', '내게 남긴 온도', '네가 들려준 소리들' 로 구성된 초입은 에이피 특유의 인간미 담긴 사진 특성을 고스란히 살려 눈길을 모았다. 새벽, 정오, 밤 등 하루의 시간을 사진 속에서 천천히 되새기다가 세계 곳곳의 일상에 밀착해 따듯한 온기를 느끼는 등 걸음마다 마음이 따듯해졌다. 특히 '컬러'와 '소리'에 촛점을 맞추어 전개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시선을 압도하는 다양한 풍경은 풍부한 시각적 연출을 통해 마음에 아로새겨졌으며, 입체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등은 마치 바로 앞에서 청량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KakaoTalk_20190121_085946898.jpg
 
KakaoTalk_20190121_085946551.jpg
 


강렬한 컬러가 매력적인 다양한 사진들.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었다. 전시 후반부는 '마스터피스전'과 '북한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공황, 재즈, 흑인인권운동, 페미니즘 등 사회적 이슈를 담아낸 사진을 통해 긴 시간 속에서 다져진 역사의 의미를 되짚을 수 있다. 이 역시 지금의 우리,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중요한 순간들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요동쳤다. 그리고 비밀스러운 국가 북한을 사진 너머 만날 수 있었는데, 특유의 엄격한 느낌을 풍기다가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일상 풍경을 보면 미묘한 공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떤 연계 이벤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굉장히 인상깊었던 코스프레 현장. 퀸과 같은 역사적 인물들의 사진을 전시한 구역에서 당당하게 서 계셨다. 얼마전 한국을 강타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를 생각하신 듯... 계속 같이 사진을 찍자고 권유해주셨지만 조금 쑥쓰러워서 슬쩍 도망갔다.



KakaoTalk_20190121_085947554.jpg
 
KakaoTalk_20190121_085947894.jpg
 


사진은 빛의 기억이라고 말한다. 찍는 순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잔잔한 인화의 시간을 거쳐 선명하게 떠오른다. 풍경과 빛과 피사체의 마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이 합쳐져 완성되는 것이다.


기억을 되새기다 보면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스민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그 순간을 사진 속에서 회상하면서 멀리 있는 상대의 안부를 묻게 된다. 그 기저에는 전시를 통해 느끼게 된 인류애적인 감성이 자리한다. 전시는 물리적 공간과 대상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신비한 경험을 전해주었다.



[신은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