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영주>의 인생이야기

글 입력 2019.01.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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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를 받아 컨텐츠를 감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후에 리뷰는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며 보게 된다. 어떤 요소를 발견하면 오, 이런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내 글은 내가 생각한 것에 대한 기록이다. 그 생각이란 것이 순수한 감상일 때도 있지만, 때로 나의 약간의 허영심이 들어가곤 했다. 예를 들면, 내가 이 것을 이런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 내 관점은 이렇게나 멋이 있었다 같은 느낌이다. 조금의 과장과 과시욕이 섞인 글들이랄까.


그나마 그런 글들은 술술 잘 써지기라도 한다. 때로는 리뷰가 쓰기 어려운 컨텐츠들도 더러 있었다. 난해하거나, 감동이나 웃음의 코드가 나와 맞지 않거나 등등의 이유로 약간 머리를 짜내서 써야 하는 경우다. 그럴 땐 내가 읽어도 허한 미사여구가 그 감동의 자리를 차지하는 게 보인다.

 

영주를 보고 나서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앞서 언급한 그 어떤 종류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게 이 영화에 대해 평할 자격이 있을까?

 

너무 자연스럽게 영화는 영주의 삶이었다. 나는 내 감정을 이입해서 등장인물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었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나에게는 그 사람이 나쁘다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속으로 삼켜야 할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처럼. 그래서 나도 복잡한 감상 중에서 어떤 것은 꾸역꾸역 먹어 없애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고모부만은 원망하고 싶었는데, 그것마저도 속 시원히 비난하고 이 상황에 대한 탓을 모조리 떠넘길 사람을 찾아내는 비겁한 눈길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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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주> 스틸컷)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상업영화에 길들여진 나는 분명 엔딩을 기대했다. 대개 영주가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볼 떄였다. 이대로 끝을 맺었으면, 영주가 영화 안에서 이토록 행복한 결말을 맞았으면.


하지만 영화의 끝을 보았을 때, 나는 끝나지 않은 이것이 정말로 영화의 엔딩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밤은 지고 낮은 뜨고, 영주가 답 없는 질문에 답을 구하기를 포기했다가 다시 걷기를 선택하는 그 처절한 순간에도 출근하는 사람들을 태운 차들은 바쁘게 한강 다리 위를 지난다. 아, 정말. 인생이구나.

 

아직도 인생이 뭔지,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나는 그럼에도 이게 인생이구나 생각했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영주가 영인이에게 ‘네가 틀렸어’라는 그 다섯 글자 메시지를 전송하지 못하는 것. 고모가 나름대로의 노력과 갈등 뒤에 영주를 매몰차게 쫓아내면서도 차마 끊어내지는 못해 한숨 쉬는 것. 향숙이 영주를 위해 기도하면서도 이후에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차라리 애초에 만나지 않았으면 하고 탄식하는 것. 그 답을 도무지 알 수가 없어도 알기 위해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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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주> 스틸컷)



+ 최근의 나는 ‘용서’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내가 잘못해서 용서를 구해야 할 이가 있고, 나에게 잘못해서 내가 용서해야 할 이가 있다. 나는 더부룩한 죄책감을 내려놓고 싶은데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몰랐고, 나를 유치하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원망을 털어내고 용서하고 싶은데 그마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영주를 보면서, 용서에 대해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해답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질문이었다. 용서는 ‘하는’ 것인가 ‘되는’ 것인가? 물론 이 질문은 당장은 아무것도 해결해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질문 자체가 하나의 해답 같다고 느꼈다. 죄책감이야말로 하나의 벌이고, 사죄는 평생에 걸쳐 실천하는 것이고, 용서는...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면서 용서 받길 원하는 게 이기적이라는 건 알겠다.


+ 나는 <신과 함께>도 참 재미있게 보았지만 오늘에야 김향기 배우의 팬이 되었다.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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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주> / 상영관 : 인디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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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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