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방인의 나라에서 엄마로 살아남기. 책 '엄마니까'

이방인의 나라에서 엄마로 살아남기
글 입력 2019.01.2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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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니까

당신은 어떤 엄마인가요

당신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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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너무나 큰 존재였다. 힘든 일이 있어도 내 앞에서 우는 법이 없으셨고, 티를 내지도 않으셨다. 그저 좋은 것만을 듣고, 보여주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도 엄마에게 얘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했고, 마냥 기대도 되는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엄마는 나에게 점점 강한 존재가 되어갔다.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 나서야 엄마에게 당연히 받아왔던 것들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기엔 희생의 크기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다른 조건 없이, 단지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로 너무나 많은 것들은 받아왔다. 분명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는데도 좀 더 좋은 것을 주지 못 했던 것에 미안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희생이 가능할까. 세월이 꽤 흐르고 내가 자식을 낳게 되었을 때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아마 모든 분들은 자신의 삶에서 적든 많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읽게 된 이 <엄마니까>라는 에세이 책 역시 그러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세 아이의 유학 생활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난 후 6년간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안에 겪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식들을 위해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아는 이 하나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의 이방인은 벽을 보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막막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심지어 그런 곳에 학생이 아닌 ‘보호자’ 역할을 위해 간 것은 더더욱 부담감이 컸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통해 타국에서 이방인이자 세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의 이야기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 나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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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을 여는 ‘작가의 말’부분에서 이 책 속의 어떤 내용보다 그녀가 타국에서 살아갔던 것이 힘겨웠음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6년간의 유학 뒷바라지를 마치고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그녀는 꿈을 꿨다. 고단했던 생활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새겨져 6년 전 찍었던 신분 증 속 그녀와 지금의 그녀가 사뭇 달랐던 탓인지, 집으로 향하는 문을 코앞에 두고 잡혀 발버둥 치는 꿈이었다.


이 짧은 꿈에서 이방인의 삶이 힘들었고, 얼마나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는지,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가고 싶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 부족한 게 아니라 불편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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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녀는 아들의 같은 반 학부모에게 미안하다며 먼저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는 메일을 한 통 받는다. 먼저 메일을 보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같은 반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아들이 참지 못하고 그녀인 척 가해자 어머니에게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이를 알게 된 그녀는 자신에게 얘기하지 않고 혼자 결정해 버린 아들에게 화가 났다. 그동안 나름 엄격히 아이들은 가르쳤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아이들의 바람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신념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서의 생활을 모두 버리고 타국에 왔는데, 이렇게 중요한 일을 ‘엄마가 도와줄 수 없으니까.’라는 이유로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아들의 행동에서 아마 그녀 스스로 쓸모가 없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 순간 ‘아이들이 필요해 하지 않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와있는 것일까?’라는 마음이 들며 겨우 버티고 있던 그녀가 무너져 내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옥에서 보낸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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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전공하는 첫째 딸은 체육 시간 피구를 하다가 손을 심하게 다치게 됐다.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정신이 없었을 것인데 낯선 진료 절차와 높은 진료비까지 막막했다. 거기다가 방문한 클리닉은 다른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 오라고 하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엑스레이 사진이 나오는 것도 한참이나 걸렸다. 심지어 자연스럽게 낫길 기다리는지 따로 처방전도 주지 않아 퉁퉁 부은 손의 통증이 점점 심해져 딸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겨우 엑스레이를 들고 다시 찾아갔더니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받아야 한다며 내일 방문하라고 하니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에 그녀는 눈물이 솟구쳤다고 한다. 다행히 사정을 들은 의사 선생님께서 연결해준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틀하고도 반나절 정도의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의 한계에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당시 그녀의 심정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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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유학 얘기는 지인에게서 책에서 TV에서 인터넷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이 접했었다.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적응하느라 힘겨웠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익숙하다. 그렇지만 유학 생활을 뒷바라지했던 입장에서 써 내려간 글은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아서 신선하기도 했고 그 덕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는 책의 디테일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소제목마다 그려져 있는 풍경화, 다른 색으로 표시된 문단의 첫 문장, 책 윗부분에 따로 빼놓은 강조하고 싶은 문장, 책 사이 넣어둔 그라데이션 등의 세부적인 디테일들이 책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글 역시 상황이 그려지는 듯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런 디테일까지 추가되니 지루함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위에서 잠깐 소개한 책 일부 내용은 그녀가 힘들었던 내용들이 위주긴 한데, 전체 내용은 그런 내용만 담겨 있지 않다. 세 아이의 유학 뒷바라지에 관한 내용이라 힘들었던 이야기로 가득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힘들었던 내용과 즐거웠던 이야기, 조금씩 캐나다에 스며드는 이야기, 특별한 여행지의 이야기, 캐나다에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어두운 이야기가 위주가 아니다 보니 좀 더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냥 그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라 더욱 쉽게 읽혔던 것 같다. 꼭 엄마라는 초점에만 맞춰서 책을 보지 않고 어떤 이의 삶은 저랬구나 하는 느낌으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편하게 읽을 수 있으니 시간이 남을 때 가볍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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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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