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볍게 즐기는 키스해링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배움터 지하 2층 디자인전시관
글 입력 2019.01.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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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로!



DDP는 참 교통이 편리하게 되어있다. 동역사(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줄임말)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바로 DDP 입구가 보인다. 이 ‘가까움’은 단지 접근성이 좋다는 것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차 없이 유모차를 끌고 오는 아기 엄마도, 돈 없는 학생들도 지하철 한방으로 올 수 있도록 하려는. 한마디로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러 오는데 망설임이 없도록 하려는 DDP의 배려라고 생각되어 항상 기분이 좋다.


배려를 해주었으면 한껏 즐겨 베푸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며 입구로 향했다.




#2 가볍게, 대신 많이 읽어주세요.



키스해링이 낙서화로 시작해 인종차별 반대, 반핵 운동, 동성애자 인권 운동 등의 주제를 대중적인 이미지로 풀어냈다는 것은 이미 필자를 포함한 많은 에디터 분들의 프리뷰에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해링이 낙서화·팝아트를 비롯하여 미술사에 멋진 흔적을 남긴 것은 맞지만, 그림 자체가 분석을 요할 만큼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진 않다. 설령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도, 그것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의 그림에서 미술사조나 의의를 따지고 있자니 해링이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맘대로 생각해버리기)


애초에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전시를 가볍게 감상했기도 했고, 해링의 작품처럼 내 프리뷰도 쉽게, 대신에 많은 사람들에게 향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조금은 가볍게 전시의 전반적인 느낌을 토대로 작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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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평일 오후 3시쯤에 갔음에도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도슨트 시간과도 딱 맞아떨어져서 사람들이 한 곳에 정체되어있기를 반복했다. (사실 나에겐 운이 나빴다. 나는 도슨트의 해설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느낀 대로 간직하고 싶고, 내가 작품에 느낀 감정을 그대로 두는 것이 작가와 비밀스럽게 소통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사람이 많은 것은 그런대로 좋은 점이 있었다. 같이 갔던 공대생 친구에게 ‘미술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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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노란색 세모바탕은 금속 재질이다.
실제로 보면 펄(반짝임) 느낌도 난다.


익숙한 그림체의 전시를 쭉 보다가 충격을 받았다. 해링이 원시미술에도 영감을 받았었다니! 토템이라는 것 자체가 서양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놀라웠다.


‘원시 에너지’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용했던 것 같은데, 특히 <토템>이라는 제목의 큰 비석(?) 작품은 그 자체로 임팩트가 굉장히 강했다.

***

오.. 이 그림 멋있는데? 제목이 뭘까, 응? 무제...?


그림을 그려본 사람이면 한 번씩 느꼈을 거다. 그림에 대한 제목 짓기가 얼마나 힘든지. 있어 보이게도 짓고 싶고, 그림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를 나타내고도 싶고.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내서 짓는 것이 제목이었다. 근데 해링의 작품은 무제가 너무 많았다!!(정말 너무해) 대중과 아이들이 순수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기 바라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힌트가 있을 때도 재미난 이야기를 펼칠 수도 있지 않은가.


***

전시의 출구 쪽에 다다랐을 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만화 형식의 작품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뱅크시의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생각하며 전시장을 나왔다. 아트샵이 잘 꾸며져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기대하면서 나왔는데, (기대를 많이 해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물품이 다양하지도 않고 흥미롭지 않았다.




#3 공대생 친구와 눈누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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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당황스러웠던 작품.

친구 앞에서는 침착한 척을 했다.


프리뷰에서 공대생 친구 한 명을 데리고 간다고 말한 바 있다. 문화예술 비전공자의 시각이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태어나서 한 번도 미술관을 가보지 않은 친구이기 때문에 미술관의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싶었다. 마침 전시 취지와 맞아떨어지기도 했고.

사실 미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던 친구라 짧게 3~5줄 정도의 감상평을 부탁했다. 처음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미술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어렵게 느껴진다고 망설였다. 거창하지 않은 그저 솔직한 감상평이면 되는데, 뭔가 멋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미술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친구에게 감상평을 특별히 부탁하고, 리뷰에 넣은 이유는 에디터를 포함한 여럿 문화예술 활동가분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문화를 권유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이다. 나도 처음 어머니께 연극(썬샤인의 전사들)을 보러 가자고 말씀드리기 전에 많이 망설였다. ‘안 본다고 하실 것 같은데..., 기껏 보러 갔는데 공연이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아니, 평소에 연극을 자주 보시긴 하셨나?’라는 온갖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걱정과는 다르게 어머니께서는 흔쾌히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셨고, (연극에 흥미를 보이진 않으셨지만) 연극이 끝나고 청계천 구경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까, 거절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도전해보자. 같이 보러 가자고! 나한테 초대권이 있다고 유난을 떨어보자!

아래부터는 공대생 친구가 직접 나에게 써서 보내준 감상평이다. 친구의 감상평으로 리뷰를 마무리 한다.



친구가 초대권을 받게 되어 처음 가본 미술 전시회였다. 나는 미술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기 때문에 전시회 역시 관심도 흥미도 없었다. 작가의 이름조차 이번에 처음 들어보았다.


하지만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작품 옆에 있는 글들을 조금 더 집중해서 읽게 되고 키스해링이라는 예술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던 그림 그리는 사람은 그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게 그림을 그리고 그 작품을 보고 맘에 들어 하는 사람이 그저 소장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보며 그림을 그리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여러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스 해링의 작품 중 정부가 에이즈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있었다. 이처럼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저 (미술관은) 그림을 보고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뀌는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전예연.jpg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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