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따뜻함이 가득했던 에바 알머슨展

글 입력 2019.01.2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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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올라가자마자 가장 먼저 거대한 피규어들이 눈에 띄었다. 에바 알머슨 특유의 그림체를 본 모형들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미간이 조금 넓은 동글납작한 얼굴에 알록달록한 옷들은 피규어들의 미소처럼 잔잔한 웃음을 띄게 했다. 앞으로 관람할 전시가 무척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HOME'(집)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전은 8개의 ROOM(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방마다 에바 알머슨의 그림들이 특정 주제로 나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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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작품 '만개한 꽃'이 반겨주고 있었다. 에바 알머슨의 그림 중 가장 익숙했던 그림이기도 해 전시를 보기 전부터 실물을 가장 기대했던 작품인데 전시가 시작되자마자 눈에 띄니 괜시리 반가웠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림의 크기는 훨씬 더 컸고, 그렇기 때문에 그림이 주는 느낌은 더욱 강렬했다.

에바 알머슨은 주로 행복한 상황을 꽃으로 표현한다고 했는데, '만개한 꽃'은 행복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평온해보이는 특유의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는 얼굴과 머리에서부터 뻗어나가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알록달록한 꽃들의 색감 조화가 너무나도 완벽했다.

그림 속 인물의 머리로 구성된 꽃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꽃들을 그린 것 같았는데 겹치는 꽃이 하나도 없이 각양각색의 꽃들이 각자의 색깔을 보여주며 다채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커다란 그림의 크기로 압도되면서도 알록달록한 꽃들이 뿜어내는 생명력과 표정에서 느껴지는 밝은 기운으로 행복한 마음을 가득 품은 채 본격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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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알머슨 그림들의 또 다른 특징은 가족과의 일상을 담아낸 그림이 많다는 점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즐거운가를 깨닫고 소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함과 행복감을 직접 경험하며, 이번 전시가 그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던 에바 알머슨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서 찾았던 것 같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전시라 촬영을 하지는 못했지만 에바 알머슨이 가족과의 생활을 담아낸 그림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은 북촌을 여행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었다. 에바 알머슨은 10년 전 우연히 한국을 방문한 이후로 꾸준히 해마다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익숙한 공간이라 괜히 반갑기도 했고 외국인의 눈으로 담긴 북촌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는 그림 설명에서 북촌은 낮게 지어진 전통적인 건물들 뒤로 현대적인 고층빌딩이 솟아있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장소라고 덧붙였는데, 그동안 나는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이라 새로운 시선에 놀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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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와 에바 알머슨의 협업을 담은 방도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었다. 에바 알머슨은 제주 해녀들의 생활과 철학에 감명받아 해녀 관련 영화와 전시 기획에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의 해녀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 매체를 활용해 에바 알머슨이 삽화를 그린 동화책 '엄마는 해녀입니다'(고희영 지음)를 영상으로 상영하고 있었는데 에바 알머슨의 사랑스러운 그림체와 재미있는 동화의 내용으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영상을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동화책 영상이 끝난 후엔 제주에서 작업을 했던 에바 알머슨의 사진이 슬라이드쇼로 등장했다. 에바 알머슨은 해녀 관련 작업을 위해 제주 해녀들과 함께 생활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해녀들 사이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모든 것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전시는 전시의 제목 그대로 행복을 전해준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입장하는 순간부터 퇴장할 때까지 좋은 기운들과 기분좋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에바 알머슨의 그림들이 주는 행복함과 긍정적인 느낌들 덕분이었던 것 같다. 연초에 이런 전시를 보게 되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전시를 마치고 기프트샵에서 '만개한 꽃'이 그려진 엽서와 머그컵을 사서 전시회장을 나갔다. 엽서는 눈에 잘 띄는 벽에 붙여놓고 머그컵은 매일 물을 마실 때 사용하려 한다. 자주 들여다보면 좀 더 기분좋은 기운들을 받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전시가 막을 내리기 전에 다시 한 번 방문하게 될 것 같은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전. 그림에서 긍정적이고 행복한 기운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번 전시를 강력 추천한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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