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워라밸의 시대, 놀이라는 모순 [도서]

This is Work and Life Balanced
글 입력 2019.01.2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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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이제는 워라밸이 유행이란다. 기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가성비와 같은 팍팍한 현실을 가득 반영한 신조어들보다는 백번 나은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과연 한국에서 대부분 사람들의 일과 삶의 조화가 균등한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아함이 생겼다. 프로야근러인 친동생-장모씨의 삶에는 'Work'밖에 존재하지 않음을 줄곧 지켜보던 차였다. 그래서 이 《뉴필로소퍼》 4호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을 읽어보기로 했다. 과연 그 안에는 해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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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책을 받아보고 무척 당황했다. 놀이라는 단순하고 간단한 행위를 생각했으니 글도 유희적이고 읽기 쉬우리라 생각했지만, 그런 글보다는 거의 '스포츠 학문'에 가까웠다. 책을 읽기 전엔 잘 노는 것이란 단지 집밖에 나가 체험하거나 하다못해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놀이를 밖으로 뛰어놀아야만 한다고 정의하기엔 시대가 많이 변했고 또 그럴 여건이 되지 않기에 많은 이들이 스포츠를 관람하는 행위로 대체한다. 나 또한 집에서 스포츠나 스포츠 컨텐츠를 많이 봤기 때문에 일종의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중 <놀이, 심각하면서도 사소한>이라는 글은 스포츠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며 정확히 내가 고민했던 점들을 짚어준다. 그동안 올림픽이나 월드컵, 또는 프로야구를 시청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저들은 왜 공 하나에 쩔쩔매는 걸까? 그리고 왜 우리는 그 몸짓하나에 열광하는 걸까, 왜 남의 일에 광분하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것일까. 왜? 그러다 이내 굴러가는 공 하나에 몰려다니는 선수들을 보며 우스운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의문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발칙하게 느껴지기라도 할까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정의하는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모순덩어리이다. '굳이' 얻지 않아도 될 일종의 명예를 위해 '굳이' 어려운 방법을 세워 경쟁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 정의는 그간 가렵던 곳을 시원히 긁어주었다. 생사에 지장이 가지 않는 행위를 통해 유희를 추구하지만, 그 놀이에 임하는 선수들은 무척 진지하고 또 진지해야만 한다. 그리고 처음엔 재미로 보기 시작하는 관객들은 어느 순간 몰입하게 되어 덩달아 진지해진다. 마치 생사가 달린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이며 이 심각함을 잃는 순간 게임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렇게 심각함과 사소함의 사이에는 극단적인 거리가 있지만, 그 둘은 놀이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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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서울광장


한국인은 알고 보면 스포츠를 굉장히 사랑한다. 우리는 밥을 먹을 때 조차도 프로야구를 보며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국가 전체가 들썩인다. 또 어두운 조명 아래 나란히 앉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는 PC방의 아마추어 게이머들도 남녀노소로 전국적이다. 그런 의미로 따지자면 그들은 이미 워라벨의 최상을 향유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잘 논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당신은 저녁에 보는 스포츠 채널과 각종 예능 프로그램 시청 혹은 하다못해 스도쿠를 하며 '잘 놀고' 있는 것일지도. 그 모든 'PLAY'가 삶의 소소한 재미가 된다면, 워라밸은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그것이 이상적인 워라밸이 아닐지라도 우리의 삶에 놀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상기하며 언제든 시선을 돌려 그 모순을 마주하자. 그런 소소한 재미가 모여 일상을 구성할 때 일의 원동력이 되고 그렇게 건강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뉴필로소퍼 4호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72쪽

발행일
2018년 10월 1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





뉴필로소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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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는 인류가 축적한 웅숭깊은 철학적 사상을 탐구하여 "보다 충실한 삶on ways to live a more fulfilling life"의 원형을 찾고자 2013년 호주에서 처음 창간된 계간지다. 《뉴필로소퍼》의 창간 목표는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으로, 소비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뉴필로소퍼》가 천착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의 삶이다. 인간의 삶과 그 삶을 지지하는 정체성은 물론 문학, 철학, 역사, 예술 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문적 관점을 선보인다. 영미권 대개의 나라에서 발간되고 있다. 인문학과 철학적 관점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2013년 창간 당시부터 광고 없는 잡지로 발간되고 있다.

《뉴필로소퍼》 한국판 역시 이러한 정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체의 광고 없이 잡지를 발간한다.

옮긴이 - 서유라, 성소희, 이시은, 최이현, 김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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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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