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도사진 다시보기, AP사진전

글 입력 2019.01.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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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보도사진 다시보기

AP사진전


보도사진은 역사를 담는다. 훌륭한 사진에게 수여되는 권위있는 퓰리처 상 작품들을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도 퓰리처상 테마가 있었다. 퓰리처 상 테마에 이르렀을 때는 카메라의 전후를 살펴보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사진들은 모두 사회의 변동과 전환에 멈춰서서 시간을 기록 하고 있었으며, 사진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과 현실의 거리를 잃고 실제 일어난 사건처럼 생동감에 이마를 부딫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퓰리처 상 테마는 생각보다 큰 감명을 주지 않았다. 보도사진에 갖고 있는 프레임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갤러리에는 유명한 사진들이 전시되어있었고, 내가 처음 사진전에서 기대했던 것들을 이 테마에서 봤다. 베트남 전쟁의 폭격에서 도망가는 여자 아이의 사진이라던가,독수리가 굶어 죽어가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그 단적인 예였다. 사실 나는 이러한 사진들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부정적인 견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각 사진들은 세상을 바꿀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어지는 보도 사진은 뭔가 소비제로서 작용했기 때문이다.


보도사진에는 늘 세상의 고통을 생생히 전달한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사회적 기능을 잃고 수용자를 자극할 수 있는 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변질된 것 같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내게 익숙한 '보도사진'은 '재해사진'이었다. 사건과 사고와 같은 참사보도가 대중들에게 뿌려졌다. 보기 어렵다하여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 미디어가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참혹한 보도 사진 또한 하나의 소비방법이 된게 아닐까라는 걱정이었다. 사진은 늘 사회적 메시지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시각적 기호들로서 존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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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AP사진전에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감상이 아니다. AP사진전의 전반부 테마는 내 생각을 부숴주었다. '카메라의 오감'이라는 테마에 걸맞는 사진들은 나에게 미국의 문화평론가 수잔 손택의 말- “우리는 겁이 나면 총을 쏜다. 그러나 향수 어린 기분이 들 때, 즉 사라질 것에 대해 동경을 느낄 때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을 떠올리게 했다. 현실이 환상보다 아름다운 것처럼, 갤러리에 전시된 사진은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보도사진이 단순히 고통을 재현하고 고발하는 기호가 아니라, 현실이 으레 그러하듯 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사진전에서 일상의 사랑스러운 모습, 끔찍한 상황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애도 깃들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사진전에서 나는 라디오 가이드 없이 갤러리를 헤매였다. 하지만 그 안에 북적이며 존재하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은 사진의 정직한 아름다움을 가리지 못했다.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건, 그 순간은 역사의 한 순간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섯 테마로 나눈 전시회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사진 하나하나가 가슴이 아려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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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비친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 이번 전시회에서 메인 사진으로 걸었던 이 보랏빛 미망인의 사진은 사진이 가지는 강렬한 휴머니즘의 정수를 내포하고 있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는 아직 부부 중 남편이 먼저 사망할 경우 아내까지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악습이 남아 있다.

이들은 미망인이 된 후에 이른바 사회적/종교적 신분이 사라진 존재로 '사회적 매장'을 당한다. 과거 아내들은 남편이 사망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회에서 도태당해 힌두교 성지인 바라나시와 브린다반에 모여 사는 것이 관습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미망인들은 액운을 불러오는 존재로 여겨져 종교의식이나 결혼식 등 사회적 행사에도 참석이 금지당했다. 이들은 많은 경우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부양 능력이 없는 가족들로부터 종종 버려졌다. 이들은 언제나 흰 옷을 입어야 했고 화장과 모든 장신구의 착용도 금지됐다.

사진의 여성도 흰 옷을 입고 있다. 그녀는 신발조차도 신지 않았다. 한편으로 무력하게 쓰러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가슴 찢어지게 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을 맞는 홀리 축제의 색채가 그녀의 옷과 발을 물들였다. 홀리 축제에서 사람들은 함께 놀거나 뒤쫓으며 서로에게 다양한 빛깔의 색 가루와 물감을 묻히며, 일부는 물감이 들어간 물총을 쏘거나 물감을 채운 물풍선을 던지는 물 싸움을 즐긴다. 사원과 건물 밖, 열린 거리와 공원에서 진행되며, 아는 자와 모르는 자,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남자와 여자, 아이와 어른의 구분이 없이 누구나 모두 공평하게 즐길 수 있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이날도 그녀는 맨발을 하고 화장도 장신구도 하지 못한 채로 흰옷을 입고 있지만, 이 날만큼은 아름다운 보라색 신발과 옷을 입었다. 그 찰나의 순간이 그녀를 무력하게 쓰러져 있는 피해자가 아닌, 생동감 있는 한 존재로서 느껴지게 만든다. 이 순간에서만큼 그녀는 포근한 침대에 누워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회적 억압과 굴레가 그녀의 삶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살아있는 존재다. 그녀의 고통은 버겁지만 단순히 찔린 상처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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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또 어떤가. 배고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몰꼴은 초췌하지만 창가로 스며든 빛이 신성할 정도로 아이의 밥그릇을 비추고 있다. 양동이에는 밥이 없지만, 아이의 볼은 오동통하고 햇빛에 비춘 그릇의 연기가 피어 오른다. 한편으로 이들은 순례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고프고 지친 모습의 이들에게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당장 손에는 따뜻한 한그릇의 식사가 있다.

보장된 것이 없기에 손에 든 따뜻한 음식 한 그릇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순간의 사진에 한그릇의 접시가 가지는 무게를 놀랍정도로 녹여낸 것이다. 사실 이들의 모습은 어떤 점에서 우리를 매우 닮아있다. 우리가 그들처럼 밥을 굶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삶에서 오늘 먹을 한그릇의 음식을 찾아 헤매지 않던가. 사진의 인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삶은 고통스럽지만 그렇기에 더 아름답다.

갤러리는 이런 아름다운 사진들을 잔뜩 쏟아낸다. 한순간의 사진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깃든 메시지는 단순히 '예쁜 사진'에 멈춰져 있지 않다. 좋은 사진에는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메시지가 녹아들어 있다. 특별 테마로 구성된 <북한전>에서도 이데올로기가 아닌 일상의 그들을 볼 수 있다. 갤러리의 테마는 적절했고, 보다 더 큰 감성을 자극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테마마다 써있는 설명에 불편함을 종종 느꼈다. 추상적인 언어로 각 테마를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읽으면서 무슨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련되고 멋진 문장들은 감성을 자극했지만 다소 '인스타그램' 감성처럼 느껴졌다.


글들은 모두 트렌디하고 아름다웠지만, 파악하기에는 다소 어려웠다. 또 마지막 섹션에서는 사진이 창고처럼 보기 불편하게 쌓여 있었다. 보기 어렵게 느껴졌고, 위에 있는 사진들은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마지막 코스에 AP통신의 영상을 배치한 것은 좋았다. 그들의 열정을 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으나, 따로 섹션을 마련해 이름을 붙일정도인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사진이 많은 전시회였고, 개인적으로는 그림 전시회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다. 핸드폰 바탕화면을 바꾸면서 사진을 다시 떠올린다. 갤러리의 말대로, 나는 그들을 다시 만난 기분이다.




AP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일자 : 2018.12.29 ~ 2019.03.03

시간

11:00~20:00 (19:00 입장마감)

휴관 없음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7,000원

주최

동아일보사, ㈜메이크로드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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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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