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엄마는 누구여야 하는가 - 책 <엄마니까>

글 입력 2019.01.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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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니까-표지(민트 정사각형).jpg
 

지난 몇주간 스카이캐슬 열풍이 지속해서 우리 나라를 뒤흔들었다. 한국 특유의 불타오르는 교육열을 상류층 사회의 모습으로 극화해 표현한 이 드라마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기 보다는 매회 자극적인 스토리라인으로 마약같은 흥미를 자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집중한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 속 일들이 어느 정도 사실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싶다.


유독 대학 진학률이 높은 국내 현황, 자기 자식만은 누구보다 잘 되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부모와 아이가 거쳐야 하는 교육적 어려움 등등. 이런 모습을 기반으로 한 한국 사회에서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을 요하는 것이며, 또 엄청난 희생을 요하는 것이기도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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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책 <엄마니까>에 담긴 내용이 스카이캐슬 같다는 것도 아니고, 엄마로서 살아온 작가의 삶이 한국 교육에 압박을 받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이들과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작가의 모습에서 이러한 상황적 배경이 조금 유추됐다. 오직 자식을 위해 해외 유학을 결심한 그녀의 마음은, 그녀가 한국인이 아니었어도 동일했을까.


아이들이 성장하고 충분한 배움의 시간을 갖기까지 놀랍도록 긴 시간을 그녀는 자신을 위함이 아닌 아이를 위해 노력하며 견뎌냈다. 나로서는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엄마니까, 라는 제목도 조금 숨막히게 느껴진다. 책에 녹여난 그 삶에는 엄마니까 그래야 한다는 형체 없는 강압이 가해졌던 것이라고도 생각됐다.


엄마는 어떠해야 한다고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기준 역시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가장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의문이 들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을 당연시 하고 있는건 아닌지. 자신의 행복은 곧 자기 아이의 행복과 동일한 것인지. 어떻게 그런 마음이 가능한지. 대체 엄마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

엄마를 졸업하고 새 삶을 사는 내용이 책에 주로 담겨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엄마로서 살아온 삶에 대한 자서전에 가깝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이제 자신의 삶을 살아보겠다 다짐한다. 다만 화자의 마음을 공감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내게 의미있었던 것은 '엄마'라는 존재의 일부를 이해할 실마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엄마라는 단어가 내게 결코 가벼이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마주한 엄마의 모습이,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다, 라는 말이 암시하는 듯 아이를 대하는 데 있어서 표현상의 차이나 실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내 아이가 잘되기 바라는 간절함과 투쟁적인 행동이 있다. 나라면 그렇게 살지 못하겠다 여기는 것도 사실은 자식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 마음을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일지도. 문득 엄마를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의 구할은 애틋함과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 내가 어찌 생각하든, 엄마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 중 하나이면서, 꿈이기도 한 동시에 희망이기도 한 존재 중 하나는 나였다. 그렇게 여김 받는 것이 참 감사하다고 느끼게 된다. 내가 앞으로 엄마가 될지, 혹은 어떤 엄마가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엄마의 딸로서, 삶을 다해 아이를 사랑해온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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