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느 누구도 소외받지 않을 예술을 위하여

모두를 위한 예술, 키스 해링 전시호 리뷰
글 입력 2019.01.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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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어느 누구도 소외받지 않을 예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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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링

Keith haring

1958 ~1990


1980년, 키스 해링은 지하철과 거리로 뛰어나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은 지하철로 바쁘게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아이들,

거리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보게 되었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마주친 그의 예술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키스 해링은 명성을 얻으며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이후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자기의 모든 에너지를 수많은 작업에 쏟으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놓은 채, 안타깝게도 짧은 생으로 삶을 마감하였다.



키스 해링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지하철에서 그림을 그리고 난 이후였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지하철 드로잉을 통해서 세상에 처음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지하철에 그림을 그리기 전, 그는 이미 개인전을 열어 본 이력도 있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클럽에서 전시를 기획 중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그림을 그리러 거리로 나가지 않았다면, 그 당시 보조로 일하고 있는 갤러리에서 자신의 그림을 걸 기회를 노려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는 캔버스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다 그의 진가를 알아본 어느 화상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거리로, 사람에게로 나아가지 않았다면 말이다.





모두를 위한 예술




나의 주요 동기는 처음부터 사람들과의 접촉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굉장히 보람찬 일이었다. 일주일 동안 그 그림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는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단 하루만 걸려있어도 내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볼 수 있었다.


_키스 해링



1908년, 그는 거리와 지하철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거리로 나간 이유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그림이 걸려있는 갤러리를 찾아오는 문화 애호가들에게 보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느낀 것일까, 그는 이 세상 모두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나가 그 곳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의 그림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예술이라는 고상한 이미지를 깨트리고 직접 사람들에게 나아갔다. 그의 마음속에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는 신념을 품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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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Retrospect)

1989

종이에 실크스크린

117 x 208 cm



사람의 형상이 몸짓으로 무언가를 나타내는 듯, 강렬한 굵은 선으로 그려진 말풍선 없는 만화를 보는 듯,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단순한 형태로 이루어진 그의 그림은 어느 불특정 다수가 와서 그림을 본다 하여도 그들의 상상과 해석을 유발하며 그들만의 감상을 이루게 한다. 5세의 어린아이가 와도, 80세의 노인이 와도,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어느 원시 부족이 와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그림을 보면서 느끼듯이, 단순한 형태라고 해서 그의 그림이 결코 우리에게 단순하게 와 닿지 않는다. 그가 생전에 인터뷰에서 말하길, ‘단순히 대중에게 추상적인 개념을 던지는 게 아니라, 특정한 것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라고 한 것을 떠올려본다면, 그는 그림을 보는 모든 대중들이 탐구와 사고과정을 통해 그림과 교감하는 예술적 경험을 하도록 의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 사람 중 분명히 있을, 이러한 예술적 경험이 어색한 이도 배려해가면서 말이다. 정말로 그는 이 세상의 어느 사람도 제외하지 않은, 모두를 위한 예술세계를 위하고 있었다.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탐구하는 예술을 만들어가고 싶다. 내가 창조해낸 작품은 나를 비롯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만날 때야 완성되는 것이다.


_키스해링






모두를 위한 삶



모두를 위한 예술에 대한 신념은 그가 그리는 그림에서 머무르지 않고 그의 삶으로까지 나아갔다. 명성을 얻은 이후에도 지하철 드로잉 활동은 5년간 지속되었다. 그 이후에는 팝샵이라는 상점을 열어 자신의 그림을 상품으로 만들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예술을 더욱 가까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하였다. 또한, 그 수익금은 학교나 에이즈 관련 단체에 기부하며 사회에 공헌하였다.


당시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이즈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끼며 그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예술전을 개최하기도 하였고, 그는 모두를 위한 자신의 그림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게 하도록 공공장소에 붙일 수 있는 포스터 작업을 무수히 진행하기도 하였다.


특히 그는 아이들을 위한 많은 작업을 진행하였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터를 직접 찾아가 벽화를 그렸다.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 건물 외벽에 그 그림을 거는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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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lieve the hype
1988


그의 활동을 줄줄이 써놓은 것 같음에도 쓰지 않은 것이 매우 많다. 그가 살아생전 예술가로서 활동했던 짧은 시간 동안 우리에게 보여주거나 남기고 간 것은 셀 수 없이 많았고, 그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는 그의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이에 놀라움을 느꼈고, 전시를 보는 내내 그의 그림 하나하나에 잘 집중하지 못하고 키스 해링이란 사람만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그가 대중을 향한, 세상을 향한 사랑의 마음은 누구보다 각별했고,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재능과 삶을 세상을 향해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서로 분리되어있었던 삶과 예술을 이어주었고 그것을 대중에게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 같으면 세상을 그렇게 사랑하며 위할 수 있었을까, 나 같으면 에이즈로 인해 시한부를 선고받고도 그 사랑이 가득 담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나에게는 키스 해링은 따라 하지 못 할 영웅처럼 느껴진다. 또한, 그의 열정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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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의 차이가 있었던 시절, 사람에게 매겨진 계급에 따라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달랐다. 신분이 높은 자들이 즐기는 예술은 고급예술, 신분이 낮은 자들의 것은 대중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시기였다. 그러나 현재는 신분의 차이가 사라지고, 이러한 말들이 불편할 정도로 모두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예술을 접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그 인터넷마저도 이제는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 하나면 해결이다. 키스 해링 그토록 원했던 모두를 위한 예술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시대이다. 살아있다면 환갑을 막 지난 61세가 되었을 키스 해링은 지금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풀어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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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일자 : 2018.11.24 ~ 2019.03.17

시간
10: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정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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