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꼭 그런 모습일 필요가 없다_<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영화]

글 입력 2019.01.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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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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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난 오티스. 그는 마구 찢은 누드 잡지와 로션을 뿌린 여러 장의 휴지를 침대에 올려놓는다. ‘전날 밤, 나 홀로 열정’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여름 방학이 끝났다. 오티스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전교생들은 방학 동안 성 경험을 했다. 오티스와 에릭만 빼고, 말이다. (라고 그의 절친 에릭은 생각했다.)

 

음? 설마 이거… ‘동정남 딱지 떼기 프로젝트’인가?

 



언제나 혈기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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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스탠드업>


‘동정남 딱지 떼기 프로젝트’는 흔한 소재며 어린 시절의 혈기왕성함으로 자주 표현된다. 이런 소재를 바탕으로 했을 때 주로 등장인물들은 누드와 성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철저히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기에 성적 대상화와 성추행, 성희롱 장면들이 웃음으로 소비될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유머 코드와 불쾌함,불편함이 같이 존재하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방송에서 금기시되어온 19금 코드를 넣었던 프로그램들은 당시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큰 인기를 끌었다. ‘낮져밤이’, 야동 폴더, 자위 장면 등은 당시 획기적인 웃음 코드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당시 유행했던 성적인 유머들은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었다. 야동 폴더나 자위 장면을 재밌게 담아냈던 프로그램의 경우 그것을 하는 당사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성욕이 넘쳐 자위를 하는 것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남성의 모습이라고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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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19금 유머 코드만 보아왔기 때문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주인공 오티스와 애덤 캐릭터는 1화부터 내게 색달랐다. 가장 먼저, 하이틴 드라마에서 그들과 같은 역할이 갖는 전형성을 깼기 때문이다. 처음에 오티스의 ‘동정 딱지 떼기 프로젝트’를 다룬다고 생각했다. 오티스는 여자 누드를 좋아하고 자신의 동정을 졸업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 같은 캐릭터, 애덤은 공부 외에 모든 것이 완벽한 불량 학생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랐다. 오티스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성관계를 맺는 것은 물론 자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몽정도 해본 적 없다. Overview에 나왔던 장면은 오티스가 엄마에게 ‘정상’으로 보이고 싶어 일부러 자위한 척 방을 어질렀다. 다른 사람들은 하는데 자신만 안 해봤다는 생각은 불안감만 증폭했다. 애덤은 학교를 휘어잡는 불량 학생이지만 그는 거의 성불구에 가까웠다. 사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여자 친구에게 차였다. 오티스, 애덤의 이러한 문제는 모두 그들만의 정신적인 트라우마와 관련있었다.


성욕 넘치는 '건강한' 모습만 보았는데 그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 드라마가 처음이었다. 아마 극중의 애덤과 오티스도 혈기왕성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노출되었던 미디어의 탓에 생긴 이미지니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물론 문제가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든지 해결해야한다.)



 

청춘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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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는 애덤의 여자친구였다. 어느 날, 에이미는 자신과 관계를 맺던 중 애덤이 연기를 했다는 것에 크게 분노했다. 이후 여러 사건 후 에이미는 그와 헤어지고 새로운 남자친구 스티브를 만난다. 어느 날 관계를 맺던 중 스티브는 에이미가 연기하는 것 같다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한다. 에이미는 애덤이 연기한 것에 분노했지만 자신은 무엇을 제대로 원하는지도 모르고 연기해왔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위를 통해 자신이 정확하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구해본 적 없었다.

 

그동안 숱하게 봐온 ‘혈기왕성한 청춘들’. 그곳에 여성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남성들의 혈기왕성함은 유머코드지만 여성은 오히려 그 청춘들의 눈요깃거리로 많이 묘사되었다. 대부분 타자화되었다. 에이미가 바로 그 예시라고 볼 수 있다. 그는 그동안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지만 정작 자기를 위한 즐거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관계 도중 에이미가 하는 행동은 남성향 야동에 나올법한 말들이었지, 자기가 진짜로 원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후에 그의 권유에 따라 자위를 한 에이미는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티브에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마무리하며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를 보면서 그동안 필자가 보았던 성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19금 코드의 프로그램들의 성공 이후 비슷한 콘텐츠들이 많아졌고 그에 대한 시각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콘텐츠들이 이성애 중심이거나 획일적인 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담고 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콘텐츠들과 달리 이 드라마는 특정 이미지가 되지 않는다고 너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꼭 미디어에서 말하는 성욕에 미친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성욕이 없는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어떤 모습이든 특정한 그 모습일 필요는 없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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