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유롭게. 즐겁게. 진심으로. [도서]

일상을 철학하는 잡지, <New Philosopher>
글 입력 2019.01.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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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사람과 삶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재밌는 이야기를 보는 것이 좋아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좋아서, 배울 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서 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내가 선택한 길이 좋다.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다고 투정부려도 몇 번의 힘듦을 잊게 만드는 몇 번의 크고 작은 즐거움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일을 때려치울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까지 붙잡고 있다면 그건 너무 아둔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넓고, 일자리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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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용감무쌍한 보헤미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난 강박증세가 꽤 심한 사람이다. 잘 해야 한다는,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언제 어디서든 눈에 띄는 1등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증세 말이다. 해서 분명 진심으로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에는 ‘처리’를 목적으로 두기도 하고, 생각이 깊은 척하며, 특별하고 신비로운 척(?)한다. 결국  그런 ‘척’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정 반대의 효과를 낳는다는 것 정도야 이미 알고 있지만. 안다고 해서 곧바로 시정되는 건 아니다.

해서 나의 현실과 정 반대되는 가치를 비전으로 설정해놓고 스스로에게 자주 환기시켜줘야 한다. 의식적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끝없이 몰아붙이는 사람이기에. 난 목표 지향적이고, 욕심 많은 사람이다.


생산적이고 유용한 일에 모든 시간을 바치는 삶의 심각한 문제점은 단지 성공하지 못할 경우 지치고 낙담한다는 데 있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인생의 모든 경험이 오로지 수단으로 전락하며,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순간에만 가치를 두게 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현재로부터 멀어지고, 지금 서 있는 곳에 존재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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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철학하는’ 잡지 <New Philosopher>에 게재된 올리버 버크먼의 글은 마치 나의 일기장 같았다. 생산적이고 의욕이 넘치지만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서 아름다운 석양이나 훌륭한 예술품을 감상할 때는 조금 불안’하다는 그는 나와 많은 부분 닮아있었다.

비단 나뿐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듯하다. 여유를 불안해하며, ‘그냥’이라는 이유를 경멸한다. 바쁨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결국에는 안도하며,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이유에 찬사를 보낸다. 워라밸 개념의 도입과 함께 개인 삶의 중요성이 대두된 지금. 여가를 업무의 연장선으로서의 자기계발이 아니라 ‘나’를 만나는 진정한 자기계발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잘 노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는 법을 아는 것은 축복받은 재능이다.

- 랠프 월도 에머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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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New Philosopher>는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꿈이나 사랑, 가족 등등의 개념과 달리 놀이라는, 달리 진중하게 생각해본 적 없는 개념에 대해 정성스레 정의하고 고찰한다.

잡지에 따르면 놀이는 ‘반드시 극복할 필요 없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행위’이며 ‘우리 몸이 하도록 강요받지 않은 모든 일’이다. 한마디로 놀이에는 무목적성이 전제된다. 결국 이뤄내고 해내야 한다는, 그리고 기왕 해낼 것이라면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자유의지로 시작하고 누리고 끝낼 수 있기에 놀이는 언제나 가볍고, 즐겁다.


아마도 진지하고 충만한 삶을 만들어가는 핵심 비결은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살려는 태도를 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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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것의 핵심은 강박을 벗는 것에 있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 목표한 것을 모두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 무조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멋지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그 시작점에는 놀이가 있다.

그 오랜 시간동안 웃음거리가 되고 격하되었던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휴식. 이제라도 그 중요성이 인식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고달파야 잘 살고 있다고 여기며 스스로를 옥죄는 행위에서 내가 자유로워지길. 여유롭게, 나만의 페이스를 지키며, 진심으로, 즐겁게 일과 삶에 임할 수 있기를. <New Philosopher>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의식적인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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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4호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72쪽

발행일
2018년 10월 1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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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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