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말 그대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Review
글 입력 2019.01.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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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Review




1.



어느 주말,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공연을 만났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강렬한 캐릭터, 흥미진진한 사건, 놀라운 반전. 그 무엇도 가지지 못한 공연이었지만 그렇기에 이 겨울에 보기 딱 좋았던 뮤지컬. 솔직히, 평범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 따스함이 날이 선 매일, 하루에도 열 두 번 뒤바뀌는 마음의 온도, 이미 충분히 자극적인 일상을 다독여줬다.


극은 톰과 앨빈의 어릴 적, 남은 사람이 먼저 간 사람의 송덕문을 써주기로 한 약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송덕문을 쓰게 된 톰은 단 한 줄도 적을 수가 없다. 결국 보다 못한 ‘톰 머릿 속 앨빈’이 앨빈과 톰, 두 사람의 역사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우리 엄만 천살 봤고 난 널 봤어’


<멋진 인생>에 나오는 천사 클레란스 복장을 하고 나타난 톰과 죽은 엄마의 유령으로 분장한 앨빈, 그들의 첫 만남은 아주 어릴적 할로윈 파티부터 시작된다. 톰은 앨빈의 송덕문에 골머리 썩다가도, 앨빈과 함께 차근차근 그들의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앨빈과 앨빈의 아버지, 그리고 그들의 서점, 톰과 책의 만남, 그리고 톰의 성공, 서로 간의 공백기까지.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3_정원영, 조성윤.jpg
 



2.



‘앨빈, 도대체 왜 죽은 거야?’


세상은 원하는 타이밍대로 굴러가질 않아서, 꼭 지나치고 나서야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꼭 놓치고 나서야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톰에겐 그 사람이 앨빈이었고, 그 질문이 죽음에 대한 의문이었다. 죄책감은, 후회를 하고야 마는 톰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덕문 쓰기란 톰에게 내려진 형벌이다. 그의 즐거운 과거, 그 과거 속 늘 함께 해줬던 앨빈. ‘아는 대로’ 쓰라는 권유를 받아온 톰에게 이 기억과 추억은 고문이 될테고 동시에 ‘알 수 없는’ 앨빈의 죽음은 괴로움이 될 것이다.


-라고 내 나름대로, 송덕문을 쓰는 것이 얼마나 톰의 입장에서 ‘최악’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한편 앨빈에게 있어 톰은 또 얼마나 ‘최악’의 친구였는지 따져보기도 했다. 그러나.. 난 톰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톰이 앨빈에게 얼마나 좋지 못한 친구였는지 알고 있다. 보는 동안 여러 번 톰의 말에, 앨빈의 입장에 서서 상처를 받았다. 장례식장 앞에서 앨빈에게 소리치는 톰을 보며, 주체할 수 없이 울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톰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사실 내 자신이 너무 톰과 닮아서.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자기도취적인 사람, 그게 바로 내 자신이기 때문에.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의 난, 누군가에게 앨빈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나서는 내가 톰과 닮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을 보는 동안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던 마음 속 한 구석, 잊고 지냈던 전화번호부의 누군가가 수도 없이 지나갔다. 그간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삼켰던 말이, 말로만 뱉고 실천하지 못했던 고마움이, 날 덮칠 그림자처럼 떠올랐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일들도 여럿 있었다. 후회했다. 이런 내 모습이 톰과 너무 닮았다. 너무 닮아서, 앨빈의 쓴 표정을 보고 더 마음이 뭉개졌다.


가끔은 미지근하고 흐릿한 것이 나를, 그리고 주변을 더 또렷하게 보게 만들어준다. 싱겁게만 느껴졌던 뮤지컬은 내게 행복한 과거를, 그리고 잊고 살았던 존재를 되짚어주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내가 정말 이대로 괜찮은지 반성하게 했다. 잘못만 들춰보는 것이 아니라, 톰처럼 멈춰 있진 않았는지 점검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뮤지컬은 제목 그대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였다. 톰의 이야기도, 앨빈의 이야기도 아닌 ‘내 삶의 이야기’를 다시 찾게 해줬으니까.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6_강필석, 이창용.jpg
 


3.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자취방 앞 학교 운동장을 좀 걸었다. 귀와 입에서는 계속 넘버 하나가 맴돌았다. ‘나비’라는 넘버였다. 앨빈이 해준 나비의 이야기를 듣고, 톰이 완성한 그 소설.


나는 나비죠 작고 중요치 않죠 세상의 거대함 앞에 난 티끌과 같죠
팔이 저릴 때 날개를 펴 춤추며 만족해 나는 나비죠 중요치 않죠

근데 나비는 바다를 꿈 꿨죠 흰 파도 위를 날고 싶었죠
하지만 파도 같은 건 너무 위험하기에 바람에게 한 번 더 말을 걸었죠
어떻게 그리 빨리 날 수 있죠 바람은 엄청난 얘길 해줬죠

내 몸의 힘은 공기의 흐름일 뿐 그 작은 날개로 시작 돼 네 날개로
너는 강한 나비야 나의 힘이야 네가 춤 출 때 난 하늘 위로 날 수 있단다
네 몸으로 공길 흔들며 그 춤을 출 때면 네 날개짓에 이 세상이 변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전달하는 가장 큰 메시지를, 난 이 넘버에서 찾았다. 관계란 나비효과와 같아서, 나는 타인에게 영향을 받고, 또 타인은 내게서 영향을 받는다. 세상에 완벽한 개인은 없다. 앨빈에게 글을 쓸 힘을 얻은 톰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바람이고 누군가의 나비다. 나라는 인간은, 절대 나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많은 날갯짓이 나라는 존재를 만든다. 그리고 나 역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강한 날개를 가지고 있다. 넘버 ‘나비’는 항상 그걸 잊지 말라고, 후회 없는 날갯짓을 해야 한다고 세상 모든 톰에게 속삭인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통해 따뜻함을 얻어갔으면 한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백암아트홀에서 오는 2월 17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출연진>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캐스트공개.jpg
 

강필석 송원근 조성윤
정동화 이창용 정원영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포스터_0919.jpg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공연장소 : 백암아트홀

공연일시 : 2018년 11월 27일(화) – 2019년 2월 17일(일)

화, 목, 금 8시ㅣ수 4시, 8시
토 3시, 7시ㅣ일, 공휴일 2시, 6시
(월 쉼)

러닝타임 : 100분

관람연령 : 만 7세 이상 관람가
(미취학아동 관람불가)

제작 : 오디컴퍼니 주식회사

주관 : 오픈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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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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