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보이첵 - 11개의 의자, 11개의 움직임

인간의 본성, 그 잔혹함에 대하여
글 입력 2019.01.2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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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설 연휴, 순진했던 한 남자의 비극적인 삶을 담은 연극 <보이첵>을 볼 기회가 생겼다.


24세에 요절한 독일 출신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유작인 <보이첵>은, 무려 실존인물인 '보이첵'이 자신의 하나뿐인 연인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잃게 된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이다. 실제로는 살인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하는데, 이번 연극 속 보이첵은 어떠한 죽음을 맞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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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프레드리히 요한 프란츠 보이첵. 육군 일등병 제2 연대 2대대 4중대 소총수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 '마리'가 있었다. 보이첵은 군대에서는 상사의 면도를 해주며, 의사의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고, 소변량이나 감정의 상태를 점검당한다. 가난하기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는, 시키는 대로 밖에 할 수 없는, 삶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나약한 인간 보이첵.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다.


어느 날, 한 가설무대에서 악대장은 보이첵과 함께 온 '마리'에게 눈독을 들이고… 의사들과 중대장은 나약하기만 한 보이첵을 향해 인간으로서 가치 없음을 놀리기만 한다. 돈 때문에 악대장과 놀아날 수밖에 없는 '마리' 결국 보이첵은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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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무대 장치 없이 오직 11명의 배우들의 신체와 11개의 나무의자로만 완성되는 무대. 이번 연극에 대한 설명이다. 사실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땐 많이 당황스러웠다. 밤에 보면 무서울 것 같은.. 난해함과 섬뜩함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연결된 의자로 속박당한 11개의 얼굴은 하나 같이 밝다. 환희에 차 있는 것 같다. 그 아이러니가 너무 섬뜩하게 다가온다.

저 표정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정말 환희를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보이첵의 비참한 인생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진실은 연극을 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11개의 의자, 11개의 움직임



오브제의 사용이 핵심이 되는 극. 작년 가을에 예술의전당에서 만나봤던 연극 '인형의 집'이 떠올랐다. 헨릭 입센의 원작 책을 배경으로 했던 그 연극은 나로 하여금 연극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주인공들은 말을 절제하고, 대신 행동으로 표현했다.


물건을 짓밟고, 던지고, 때로는 그러다 넘어지기도 하면서 사물과 캐릭터는 하나가 되어간다. 주인공이 사물과 마주하는 순간, 사물은 주인공의 감정을 투영하는 거울이 되고, 감정이 새어나가는 걸 막아주는 방패가 됐다.

 

분명 대중성이라고는 1도 없었던 연극이었다. 현대무용과 오브제의 조합은 난해함,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여운이 많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과, 신체 언어를 통해 응축된 감정을 분출하는 것은 분명 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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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또한 의자가 합체되고 분리되는 과정을 통해 보이첵을 억압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주인공 보이첵과 마리의 심리상태를 표현한다. 11개의 의자와 11개의 얼굴만으로 이 모든 걸 어떻게 표현할 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과 마주할 생각에 새로운 설렘이 다가온다.

 



기획 노트



​창단 20주년을 맞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극단의 대표작인 <보이첵>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후원으로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CKL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2013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재공연되는 <보이첵>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공연되었으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총 20개국에서 공연되었다.


2007년에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The Best Physical Theatre Production 등 2개의 상을 수상한 이른바 전 세계가 인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20주년 기념 <보이첵>은 국내에서 오랜만에 올라가는 공연인 만큼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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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오브제 및 소리, 색, 빛에 대한 연구를 통해 무대 위 시적 언어를 구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움직임을 활용한 시적 신체언어를 사용한다. <보이첵>에서는 의자만으로 표현되는 절제된 무대를 선보인다. 의자가 합체된 이미지를 통해서 보이첵을 억압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주인공 보이첵이나 마리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물이 가지고 있는 열정을 구조화된 신체언어로 극대화해서 표현하며, 여러 명의 코러스가 극대화된 초 일상의 신체언어를 통해 증폭시켜, 움직임을 통해 인물의 내적 욕구를 표현한다.


이번에 공연되는 <보이첵>을 통해서 피지컬 씨어터(Physical Theatre)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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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소변량과 감정 상태를 점검당할 정도로 수동적인 삶을 살아야만 했던 보이첵. 돈에 의해서 원하지도 않는 남자와 놀아남을 '선택'해야 했던 마리.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했던 비참한 커플의 결말은 우리를 인간의 본성이라는 잔혹함과 마주하도록 할 것만 같다.





보이첵
-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 -


일자 : 2019.01.30 ~ 02.10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 일, 휴일 오후 5시

*
02.04 / 02.05 쉼

장소 : CKL스테이지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사다리움직임연구소

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관람연령
만 12세 이상

공연시간
70분





[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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