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 나비효과 이야기

글 입력 2019.01.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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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포스터_0919.jpg
 


나비효과에 대하여


나비효과.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날씨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아주 사소한 사건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비유로 쓰이기도 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나비효과'로 연결된다. 필자는 처음 이 뮤지컬을 봤을 때에는 미처 캐치하지 못했던 나비효과 이야기에 대해서 풀어가보려고 한다.



아는 걸 써 Write What You Know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걸까
모든걸 깨뜨린 작은 틈새
그 짧은 순간 난 놓친 걸까
모든 건 한 순간 바뀔 수 있어
먼지처럼 작은 사건으로

- 아는걸 써 Write What You Know


토마스 위버는 친구 앨비 켈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송덕문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쩌다 자신과 앨빈이 이런 사이가 되었고, 어쩌다가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 시작점이 대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든걸 깨뜨린 작은 틈새'. 나비효과의 시작. 대체 어떤 먼지처럼 작은 사건이 자신에게 이런 결과를 가져다준 것인지 고민하며 힘들어하던 찰나, 앨빈이 나타나 토마스의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의 여행'을 도와준다.



레밍턴 선생님 Mrs.Remington



세상 살 땐 하나보다 둘이 낫다는 걸
선생님은 내게 선물 주셨어
그 날 할로윈 낮에 마주앉은 두 눈에
우리 엄만 천살 보고 난 널 봤어

- 레밍턴 선생님 Mrs. Remington


어린 앨빈이 학교에서 레밍턴 선생님을 만나고, 할로윈 파티에서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천사 클라렌스 분장을 한 토마스를 만난 것. 학교에서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친한 친구를 만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앨빈에게 이 사건은 미래에 생길 엄청난 일들의 시작점이다.



선물 The Greatest Gift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2_정동화, 송원근.jpg
 

이 넘버를 부르는 장면에서 앨빈은 토마스에게 '톰 소여의 모험' 이라는 책을 선물해준다. 사실 넘버 제목은 '선물'로 번역되었지만 극 중에선 '최고의 선물, 토마스의 이야기.'라는 대사로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앨빈이 토마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는 작은 사건은, 토마스의 장래희망이 결정하고 토마스의 인생을 바꾸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평범해져 Normal


나비효과에 대해 처음으로 직간접적인 언급이 나오는 대목이다. 앨빈은 손가락 끝을 까딱이며 날씨를 바꾸고 있다는 둥, 제트 기류의 방향을 바꾸고 빙하를 녹인다는 둥, 토마스 기준에서 정말 허무맹랑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하지만 이때의 토마스는 나비효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열 다섯살 소년이었던 것이다. 앨빈한테 온갖 어른인 척은 다 하며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앨빈이 토마스보다 이미 더 커버린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나비 The Butterfly



너는 강한 나비야 나의 힘이야
네가 춤출 때 난 하늘 위로 날 수 있단다
네 몸으로 공길 흔들며 그 춤을 출 때면
그 날개짓에 이 세상이 변해

- 나비 The Butterfly


토마스는 앨빈과의 사건을 소재로 첫 단편 소설을 쓴다. 그리고 이 단편 소설을 계기로 토마스와 앨빈은 첫 번째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작은 나비 한 마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나비 날개짓과 같은 작은 사건이 되어서 토마스와 앨빈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된다. 물론 그 결과는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이제 시작이야 Here's Where It Begins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1_정원영, 조성윤.jpg
 

스쳐가는 요만한 아이템
이걸 하나 잡는 거야
그러다 글 빨이 착착 오르게 되고
이게 바로 창조의 예술


- 이제 시작이야 Here's Where It Begins


토마스가 과제를 하는, 다시 말해 글을 쓰는 과정이 가사에 등장한다. 스쳐가는 요만한 아이템에서 아웃라인을 잡고 글을 구성해나가는 이야기. 결국 스쳐가는 요만한 아이템이 하나의 글이 되는 것도 나비효과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어떤 큰 사건의 시작점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아주 작고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켜준다.



이제 떠나, 기다려 Independence Day



긴 역사를 뒤돌아봐봐
위대한 사건은 항상
좀 평범한 사람의 하루에서 시작돼

- 이제 떠나, 기다려 Independence Day


앨빈이 토마스가 사는 도시로 놀러가기 전, 그리고 당일 아침까지의 이야기가 담긴 넘버다. 앨빈은 한껏 들떠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자신의 인생이 변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토마스는 앨빈에게 오바하지 말라며 핀잔을 주지만, 앨빈에게는 정말 일생 일대의 기회였을 것이다. 앨빈에게 다가온 이 작지만 엄청난 사건은 결국 앨빈이 바라던 결과는 가져와주지 못했지만.



이게 전부야 This Is It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5_송원근, 정동화.jpg
 


이게 다야
근데 이제 좀 시원하지 않니
흘러간 틈새에 놓친 순간 속에
커다란 비밀이 있는 게 아냐
호수의 돌멩이 치는 물결같이
멈추지 않고 시간 너머 남아

- 이게 전부야 This is It


토마스가 그렇게 찾고 싶어했던, 그 놓쳐버린 '순간'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넘버이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 퍼져 나가는 잔물결. 이것도 역시 나비효과를 설명해주는 비유 중 하나이다. 그저 그 뿐이었다고. 아마 앨빈은 이미 일어난 사건은 사건 자체로 존재하고 있을 뿐인데, 그 사건이 기억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왜곡되어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보면 볼수록 할 이야기가 많아지는 극이다. 토마스와 앨빈의 관계,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감정, 등등 모든 이야기가 연결되는 지점들이 참 다양하고 배우별로 캐릭터 해석도 정말 다양하게 나온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같이 보러간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친구는 혹시나 극이 취향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했던 내 걱정과는 다르게 오히려 재관람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나비효과'처럼 여운이 크게 남는 극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의 여행'을 많은 분들이 떠났으면 좋겠다. 이 극을 보는 작은 사건이 여러분의 앞날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박희연.jpg
 

[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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