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의 아이콘이 된 키스해링, 예술의 장벽을 넘다

글 입력 2019.01.28 01:3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키스해링 포스터_빛나는아기.jpg
 


"예술은 특정 계층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외쳤던 키스해링. 그의 탄생 60주년을 기리며 작년 11월부터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키스 해링전이 열렸다.


좋은 기회를 얻어 주말에 키스 해링전을 보러 갔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관람하지 못할 거 같아 평일 도슨트 시간에 맞춰 다시 찾아갔다. 전시장에 입장했는데 파사드 디자인이 눈을 사로잡았다. 빔을 통해 영상이 흩뿌려졌는데 아마 키스 해링에 대한 다큐였던 것 같다.


맞은 편 벽에는 작은 창문을 뚫어 다른 파트의 전시 내용이 살짝 보였다. 파사드 디자인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받아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상기되었다.




첫 번째_표출의 시작 The Beginning


 

키스 해링의 작품 시작점을 알리는 파트이다. 지하철 그래피티를 ‘발견한’ 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시작된 순간이다. 시작은 단순했다. 대학에서 교수님의 전시 조수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예술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지하철에서 단속 경찰의 눈을 피해 순발력 있게 그림을 그려야했던 해링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욕구를 표출한다. 바로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단순하고 굵직한 선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꽤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탄생, 죽음, 사랑, 전쟁과 같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주제를 흰색 분필만을 사용하여 검은 광고판에 아기, 공물, 텔레비전과 사람들을 그려 넣었다. 이 지하철 드로잉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가 얼마나 유명해졌냐면 지하철에 붙어있던 옥외 광고판이 하나 둘씩 떼어져서 경매에 올라와 팔렸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 전시회에서 그림을 볼 수 있었다는 도슨트 선생님의 말씀이다.



7.JPG
 


두 번째_ 모든 이를 위한 스토리텔링 Story Telling



전시를 관람하다보면 키스 해링은 참 아이를 좋아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과 작업한 다큐가 전시 중간에 틀어져 있었는데, 아마 그는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이기 때문에 그들을 돕는데 힘을 썼다고 생각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동 도서를 여럿 출간하는가 하면, 팝 숍에서 아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구상하기도 하고 다양한 도시에서 아이들과 워크샵을 열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작품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빨강과 파랑의 이야기 시리즈>이다.


총 21점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그림에 구체적인 묘사보다 하나의 그림을 던져주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깊게 자극시켰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학교의 교재로 채택된 작품이라고 한다. 여기서 예술에 대한 해링의 사상이 드러난다. 작가의 설명으로 작품에 대한 해석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던져주면 관객이 자유로운 해석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 ‘무제’라는 제목이 많다.



The Story of Red and Blue.jpg


 

세 번째_예술적 환각을 통한 초월 Transcend



세 번째 전시 공간은 해외 전시에서는 좀 더 특별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커튼으로 빛을 차단한 공간에서 블랙 라이트 아래 빛나는 형광색 컬러 페인트를 작품에 사용했다. 블랙 라이트는 1980년대 클럽 인테리어에 자주 사용된 것으로 1984년 토니 샤프라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질 당시, DJ와 함께 밤새도록 춤을 추며 전시를 진행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정서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해링이 주도했던 전시처럼 DJ와 함께였더라면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에도 놀라지 않고 참여했을 텐데. 잔잔하게 관람하다가 갑자기 쿵쾅거리는 사운드라니, 상상만 해도 생전 해링의 재치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12.JPG
 


네 번째_메시지, 음악을 통한 발언 Message and Music



키스 해링은 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들의 인권 신장을 높이기 위해서 힘쓴 인물 중 하나이다. 에이즈 예방, 동성애자 인권, 인종 차별, 마약, 전쟁, 폭력 등 사회적 문제는 항상 그의 관심사였다. 다양한 예술의 장르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한 해링은 포스터, 콘서트, 음악 이벤트, 뮤지션들과의 앨범 콜라보 작업 등을 통해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듦으로써 사회적 이슈에 관한 포용력을 넓히자는 인식을 선도하였다.



Untitled.jpg

 

 

다섯 번째_‘해링 코드’, 심볼과 아이콘 Symbols and Icons



그가 만든 상징들은 오늘날 sns에서 자주 이용되는 이모티콘의 시초와 같다. 그가 만들어낸 상징물 중에서는 웃는 얼굴, 하트, 빛나는 아기, 천사, 짖는 개, 돌고래를 비롯한 여러 그래픽 기호들이 있다. 해링은 앤디워홀과의 작업을 통해서 더욱 이름과 작품을 알렸다.


앱솔르트 보드카 행사에서 만난 그들은 후에 <앤디 마우스>라는 작품을 콜라보 작업 했는데, 모든 작업에는 키스 해링과 앤디 워홀의 서명이 함께 들어가 있다고 한다. 다른 세대를 살았던 두 사람의 우정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실제로도 <빛나는 아기>에 이은 해링의 귀여운 작품이었다.



15.JPG
 


여섯 번째_‘종말’이라는 디스토피아 Uncovering the Distopia



해링은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인 윌리엄 버로스와의 협업을 통해 초현실주의 풍경화 속에서 불길한 주제를 그려낸다. 비트 문화가 뭔지 몰라 검색을 해보니, “대공황, 상실의 시대에 태어나 제 2차 세계 대전을 직접 체험한 세대로 안정적인 삶보다 ‘매정한 대접’을 받았던 동시대의 사회와 문화구조에 저항하는 예술가 그룹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섯 번째 전시 파트에서는 공기에서부터 무거웠다. 하지만 해링의 유머와 풍자 또한 그림에서 녹여져 있어 그저 그림을 느끼면 되었다. <종말>은 해링이 에이즈 진단을 받은 후에 만들어졌고 이 작품을 통해 그가 경험하고 상상하는 지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종말> 작품이 한국에서 한 자리에 다 모여 전시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33.jpg
 


일곱 번째_원시 에너지와의 조화 Primeval Energy



해링은 작품에 토테미즘의 영향도 받았는데, 그가 말하기를 토속 미술과 전문적인 예술 사이, 창작과 차용 사이에 그의 작품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도슨트 가이드의 설명이 인상 깊은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Silence Equals Death>이라는 작품이다.


Silence=Death.jpg

<Silence Equals Death_Keith Haring (1989)>



1987년 뉴욕에서 시작한 에이즈 관련 행동주의 연합 액트업(ACT UP)의 로고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침묵은 죽음과 같다. 에이즈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긴 작품이다. 피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삼각형은 나치의 영향을 받았고, 핑크색은 동성애자를 상징한다. 곧 억압과 차별을 의미하는 작품이다.


당시 뉴욕에서는 에이즈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됨을 감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한 정부에 대응하고자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에이즈에 걸린 상태였고 자신이 죽어도 자신이 하던 일이 계속 이루어져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나보다. 키스 해링 재단이 설립되고 나서 에이즈 예방 운동, 신약 개발/ 소외 계층 아이들의 공평한 교육 등 자선 사업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가 나서지 않았다면, 어느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무언가에 대한 강력한 투쟁. 해링이 원했던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인해 이후 세대가 좀 더 좋은 세상이 되도록, 사회적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보고 드는 가벼운 생각들은 공중분해가 된 것 같았다. 진정으로 책임감을 느끼며 활동한 예술가였다. 그는 참된 예술적 소통을 한 예술가 중 하나이다.




여덟 번째_시작의 끝, 그리고 끝의 시작 The end of the beginning


 

피라미드, 비행접시, 개, 뱀, 그리고 기어 다니는 아기가 사람, 동물, 외계 생명체 사이에 섞여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날까지 해링을 떠오르게 한, 작업 초기에 자신이 만든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한데 섞여 모여 있다.


1990년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그는 자신의 초기 제작한 가장 순수한 시각적 형태들을 복제해 17개의 실크 스크린 포트폴리오 최종판을 제작했다. 해링은 이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형상화하고 장면으로 묘사해 만화 형태로 드러냈는데, 그냥 보기에도 자극적인 요소가 많았다.


해링은 그가 작품을 내놓고 관객들이 스스로 해석하기를 선호한다고 하지 않았나. 뭔가 그림의 순서대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필자의 속으로도 스토리를 구상해봤는데. 너무 자극적이어서 중간에 그만두었다. 마치 그림의 순서가 뒤바뀌어도 스토리가 이어져 나갈 거 같은, 혼란스럽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아, 그래서 여덟 번째 파트 제목이 시작의 끝, 그리고 끝의 시작이었나.



58.jpg
 


예술이 많은 사람들의 소통의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신의 굵직한 선으로 삶과 예술의 사이를 연결시키고자 하였다. 본인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제목에 갇혀 다양한 상상력을 가두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한 키스 해링. 대중들이 소통하지 못하는 예술은 가치가 없음을 뚜렷이 언급했다. 나름 진지한 태도로 전시와 도슨트를 함께 했더니 키스 해링으로부터 배우고 온 태도와 생각들이 많다.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작품 활동한 10년의 세월은 결코 짧지 않음을 키스 해링展에서 알려준다. 그의 드로잉, 판화, 조각, 사진, 포스터 앨범 커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75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 DDP로 초대한다.


*​

키스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일자 : 2018.11.24 ~ 2019.03.17

시간

10: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정수진.jpg
 


[정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