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OTEA] 시즌2. PROLOGUE: 무의식의 문 앞에 서서.

글 입력 2019.01.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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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et recompensed. 1956. oil on canvas.



[TAROTEA] 시즌2. PROLOGUE: 

무의식의 문 앞에 서서.



짧은 여행을 함께 했던 친애하는 모험가들이여, 그간 안녕들 하셨는가. 필자는 모든 판타지 이야기의 이 런 시작을 사랑한다. 우리가 밟아온 길바닥 발자국 자국이 영웅같이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즌 1의 후기를 뒤로하고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린다. 몇달간 당신들과 함께 하는 대화를 하지 않으면서 적적했다,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의미 깊었던 이 과정이 바쁜 시간 중에도 가끔 그리웠다.


판타지 게임의 프롤로그처럼 서문을 했지만, 사실 필자는 판타스틱한 일 없이 잘 지냈다. 평소와 다름없이 글을 쓰고, 놀고, 적당히 지냈다. 물론 '잘 지냄'이란 상태는 뭔가 '잘'보다는 '별달리', 혹은 '변동없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잘 지냈다. 적당한 드라마, 적당한 감정, 적당한 사건, 무슨 단어를 가져다 붙이건 괜찮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킬만큼 역동적이지만, 그게 일상이라서 크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필자는 당신들의 많은 수가 필자와 같이 '적당히'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삶의 많은 것들은 돌맹이같다. 작은 별에 무수히 흔들리는 작은 머리통들 안에 들어있는 세계는 언뜻 발에 채일만큼 흔하고, 별다른 가치가 없어보이지만, 사실 가까이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작은 돌의 까슬한 표면엔 이 세상의 시작과 파괴가 깃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 세계를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그 역사에 압도당하고 만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 나눌 이야기도 그렇다. 7번카드까지가 '의식'세계의 이야기였다면, 앞으로 선보일 카드들은 '무의식'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감정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필자는 우리의 감정이 돌맹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비교와 기준이 꽃을 틔우는 현대사회에서 감정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인다. 우리는 간혹 드는 감정을 저 멀리 보내고, 때로는 무시하려 애쓴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감정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다. 우리는 물질세계를 숭배하지만, 그 숭배의 밑바닥, 그러니까 욕망의 끝에는 항상 감정이 있다는 것을 종종 잊곤한다.


정신분석가들은 무의식의 힘을 믿었다. 다친 마음의 상처와 상처에서 비롯된 갈망이 우리의 삶을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삶이 그토록 다양한 색으로 빛날 수 있는 것도 개개인 안에 잠재되어 있는 콤플렉스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인간은 무의식의 노예',라거나 '콤플렉스는 고쳐야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오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나름대로 칼 융의 성격심리학을 구구절절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단순히 생각해도 누가 저렇게 말하면, '인간 대표'로서 막 반발심이 일어나고 괜히 화가나지 않는가. 마음의 결핍은 우리를 가장 절망적인 존재로 만들기도 하지만,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동화되고, 위대한 것들을 만들어낸다. 완벽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을 상상해봤는가? 결점없는 마음에는 개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감정은 우리의 삶을 좀 더 재밌게 만든다. 고통과 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절실한 갈망을 낳는다.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의 이마에 키스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유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치열한 과정을 겪게되는 법이다. 조개가 진주를 품어내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짜와 날붙이들과 싸우고, 찢겨지고 아문 상처에서 존재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모든 고뇌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의 어둠은 마주하지 않으면 더 큰 괴물이 된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고뇌만이 우리의 삶을 꽃피울 것이다. 자, 우리 안의 어둠을 영원히 지하창고에 가둬둘 순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전차를 타고 의식세계를 빠져나왔다. 저 너머에 보이는 것은 '왕', '여왕', '사제'가 아니라 '힘', '은둔', '운명'이다.


전차를 몰고 나선 바보의 뒷모습은 어리숙하지 않다. 그는 어엿한 전사가 되었다.한때 강아지와 보따리가 전부였던 그는, 이제 화려한 갑주를 차고 큰 마차를 끈다. 무장보다 더 믿음직한 것은 그의 올곧은 의지와 지성이다. 그에게는 편안한 삶에 안주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얼마지나지 않아 '껍데기'의 세계로만은 그가 추구하는 진리에 맞닿을 수 없다고 느낀다. '껍데기'의 세계는 분명 우리의 삶의 단면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지만, 그 나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느꼈던 '또 다른 세계'를 이제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를 즐길 준비가 되었는가. 감정은 자주 음악에 비견된다. 오선지의 음표처럼 감정도 행동이나 마음으로 어떤 흔적이 발견되긴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이야기는 더 애매모호하다. 의식카드가 수많은 군상을 마주하게 했다면, 무의식카드는 내면의 혼란을 마주하게 한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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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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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나연
    • 선생님 기다렸어요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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