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극 '완벽한 타인' 만들어보기 [영화]

글 입력 2019.01.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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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완벽한 타인' 만들어보기



작년 한해 가장 눈길을 끈 한국 영화 중 하나를 꼽자면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을 빼놓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영화인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영화 '완벽한 타인'은 작년 10월 31일 개봉 후 빠른 입소문과 함께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핸드폰의 모든 내용을 공유하는 게임을 통해 각각의 인물들의 비밀들이 드러나는 영화의 내용은  블랙코미디 장르의 느낌이 강해 관객들은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딘가 씁쓸하다.



[크기변환]완벽한 타인 포스터.jpg
 


영화 '완벽한 타인'이 블랙코미디 장르로서 오랜만에 이토록 흥행할 수 있던 것은 바로 기존 한국 영화와는 다른 독특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적으로도 이전의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독특한 영화이지만 '완벽한 타인'은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기존 한국 영화와 무척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마치 영화가 아닌 한편의 '연극'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타인'을 보며 이런 생각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완벽한 타인을 연극으로 만들면 어떨까?


영화 '완벽한 타인'은 충분히 연극으로 연출될 가능성을 가진 작품이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과 후반부를 제외하고 극의 중심적인 내용은 석호와 예진의 집에서 진행된다. 집 안에서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거실에서 진행되고 방안에서는 인물들 간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영화 속 제한된 공간은 무대의 변화가 적거나 아예 없는 연극의 공간적 특징과 매우 잘 맞을 것이다.



[크기변환]옥고밭 무대.jpg
 


구체적으로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의 무대인 위 그림처럼 방과 거실 사이를 벽으로 구분하고 주요 장소인 거실을 조금 더 크게 구성한다면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기에 충분할 것 같다. 또한 벽을 통해 공간을 구분함으로써 관객들은 영화와는 다르게 동시에 두 공간을 볼 수 있게 되며 그렇기에 다른 공간에 있는 인물들의 표정과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큰 움직임 없이 대사와 표정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의 특징 역시 연극으로 연출되었을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핸드폰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게임을 하는 영화의 내용상 움직임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고 관객은 각각의 비밀들이 밝혀질 때 인물들의 당황스러움 혹은 분노의 감정을 대사와 표정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몰입감'이 강점인 현장성 있는 연극 무대에서 보다 잘 드러날 것이다.



[크기변환]완타 테이블.jpg
 


하지만 영화가 연극과 매우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연극적으로 연출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다. 예를 들어 주 공간인 테이블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다. 아마 일반적인 극장에서 공연하게 된다면 몇몇 인물들은 러닝타임 내내 뒤통수만 나오는 참사를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일자형 테이블을 놓기에는 무언가 많이 어색하다. 만약 무대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객석을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크기변환]개미 무대.jpg
 


위의 사진은 작년 세종문화회관 S 씨어터에서 공연된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의 무대와 객석이다. 일반적인 극장과는 다르게 삼면이 객석으로 되어있으며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공연을 보는 장면들이 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만약 '완벽한 타인'을 이와 같은 다면형 객석을 통해 연출하게 된다면 앞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마치 나도 저 테이블에 같이 둘러앉은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하는 방식인 OSMU(One Source Multi Use)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의 변용 중 하나이다. 하나의 웹툰이 드라마화된 '내 ID는 강남 미인' 과 '치즈 인 더 트랩', 그리고 영화가 뮤지컬화된 '김종욱 찾기' '번지점프를 하다'와 같은 OSMU 작품들이 근래에 들어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은 관객들의 상상력과 관련이 있다.



[크기변환]김종욱 찾기.jpg
 


예를 들어, 사람들은 이제 하나의 웹툰을 보더라도 만약 이 웹툰이 실사화되면 어떨지 상상해가면서 작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OSMU 작품들은 이러한 수용자들의 상상을 실현시켜주면서 그들에게 큰 즐거움을 제공하게 된다.


물론 영화에서 연극으로 OSMU된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다른 장르에 비해 연극이라는 장르가 가진 제약조건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와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영화 '완벽한 타인'은 분명 '영화에서 연극으로'라는 OSMU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생동감과 몰입감을 기반으로 한 연극의 특징과 원작의 탄탄한 서사가 더해진 연극 '완벽한 타인'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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