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과 예술이 맞닿은 키스해링의 전시

글 입력 2019.02.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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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학교에 붙어있던 광고판에 '키스 해링전'이라는 단어를 보고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트인사이트 초대를 통해 전시회에 가게 되었다. 키스 해링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예술계의 아이콘이지만 무심코 떠오르는 굵은 선으로 그려진 사람 형체와 알록달록한 색감 이외에 '키스 해링'이라는 예술가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 어떤 또다른 작품들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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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부터 띄워진 영상과 강렬한 색감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그가 남긴 예술에 대한 생각들을 통해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들을 색다르게 해석해내는 하나의 중개자라고 자신을 표현한 부분을 볼 수 있었다. 키스 해링이라는 예술가가 추구하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열린 사고와 다양한 해석을 해볼 수 있게끔 하는 것 그리고 정답이 없다는 것 자체가 참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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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키스해링이 작품 작업을 하게 된 것이 그래피티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그래피티 장르야 말로 추상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표출의 수단이기 때문에 아마도 키스 해링 또한 지하철 드로잉을 통해 알려진 만큼 이러한 밑바탕이 그의 자유로운 작품 세계에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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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무제>라는 작품은 키스 해링이 작업 초기에 추구했던 쉬운 접근성, 이해성을 바탕으로 한 분필작업의 작품이다. 칠판과 흰 분필만 있으면 누구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예술을 어려운 시선으로 다가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 해소를 위한 일종의 노력의 흔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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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작품들은 모두 아주 간단하고 큼지막하면서 다채로운 마치 유치원생이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단순하지만 특이하다. 이 그림을 본 순간 왠지 모르게 전체적으로 무엇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는 단순하지만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이 그림을 관람할 때 한 꼬마도 이 그림을 유심히 보면서 지나가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키스 해링 전시는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전시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꽃>이라는 제목의 실크스크린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물감을 흘리고 튀겨서 거친 느낌을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많은 가짓 수가 아닌 색감으로도 조화로운 색 조합이 안정적이고 유치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게 신기했다. 해링은 아이들과 작업한 시간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 아이들의 감성이 어느 정도 그의 작품들에 녹아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가령 꽃, 캐릭터, 강아지, 사람 모양 등등 간단하게 아이들도 충분히 그릴 수 있는 것들을 자신만의 예술로 재해석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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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과 파랑의 이야기>시리즈는 해링이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석판화이다. 각각의 프린트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떤 어린이 미술관에서는 해링의 작품을 교재로 채택해서 교육프로그램에 이용했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예술의 사회적 공헌이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유아스러운 것을 어느정도 좋아하는 면이 있어서 이런 작품들을 보는 게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예술을 교육으로 접하는 것도 어린이들에게 굉장히 좋은 영향 중 하나가 아닐까 무심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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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사다리'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키스 해링의 작품세계와 철학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위태위태해 보이면서도 재밌는 사다리로 줄지어진 사람들은 보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아주 다양하게 해석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키스 해링 전시에서 키스 해링의 시그니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재미있었던 작품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을 보고 나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보는 드라마 영향 때문인지 사회적 계급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발버둥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축제에서 리듬에 맞춰 경쾌하게 춤을 추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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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아이콘으로 많은 부분에 충분히 활용가능한 키스 해링의 작품 특징 상 많은 작품들이 광고 혹은 캠페인 포스터로도 제작되었다. 로고 홍보를 위해 제작된 포스터는 브랜드의 핵심 이미지를 보다 참신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었다. 또 캠페인 제작물들은 사회적 탄압, 성소수자 커밍아웃, 아프리카 해방 등등 작품 자체는 단순하고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내포된 의미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제작물들이고, 이는 키스 해링이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언제나 예술가의 작품을 보면 당대의 사회적 문제와 예술을 정말 깊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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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사랑하고, 삶과 인류를 존중한다면 삶과 사람들을 거스르는 모든 것에 맞서 싸워야한다."

인상적인 구절이었다. 아이들을 향한 애정, 기본적으로 사회적 소수자들까지도 존중하는 그의 철학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사랑과 존중, 이처럼 기본적인 원칙을 거스르는 것에 대해 맞서 싸울 수 있는 하나의 저항을 그는 작품들에 표현하며 해소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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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작업물 뿐만아니라 그는 앨범과 포스터 아트도 제작했다. 수많은 뮤지션들의 앨범 작업, 뮤직 비디오, 공연 등 그는 그림에만 머무르지 않고 음악까지 영역을 넓혀 다양하게 아우를 줄 아는 예술가였다. 실제로 해링에게 파라다이스 개러지라는 클럽은 영감의 원천이자 영혼 그리고 집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역시나 음악과 미술은 예술의 공통 분야로서 언제나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 원천이다. 그렇게 해링은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이라면 경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길 원했다. 그 창구는 여러가지였으며, 이러한 포스터와 앨범 아트 또한 그 축의 하나로서 그를 더욱 대중적인 예술가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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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은 그의 주요 동기가 '사람들과의 접촉'이었다고 말한다. 사람들로부터 받는 인정 또한 그의 원동력이었으며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일을 보람차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노력의 보상이 인정이라고 말하는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동적이고 다채로운 색채로 작품에 드러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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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중 재미있었던 작품 중 하나이다. <앤디 마우스>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해링이 어린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던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와 앤디 워홀을 합쳐 탄생시킨 새로운 캐릭터이다. 적절하게 표정은 앤디 워홀 몸은 미키 마우스인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동시대가 아니었던 미키 마우스와 앤디 워홀은 결합한 재미있는 해링만의 표현이기도 하다. 달러 표시의 돈은 자본주의 사회의 아이러니를 묘사한다고 한다. "이것이야 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도 미국을 가장 잘 상징하는 요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는 해링.

이 귀엽고 단순해보이는 그림 속에 이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각종 미디어 산업을 주름잡고 있는 디즈니의 시그니처 캐릭터 미키 마우스, 그리고 팝 아트로 대량 생산의 예술을 만들어낸 앤디 워홀 그리고 수많은 달러들. 생각해보면 셋 다 소수보다는 다수를 위한 존재라는 점에서 다수의 생각이 존중되는 그리고 편향되는 자본주의의 이면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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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다리 작품과 마찬가지로 많은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해링의 작품 <무제>. 인물들이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서로 뒤엉켜있는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어떤 투쟁을 하고 있는건지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도 중요한 건 무질서 해보이는 이 여백 없는 캔버스 속에 치밀하게 계산된 균형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신없음 속에서도 무언가 안정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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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직접적으로 죽음 그리고 세상의 종말에 대한 메세지가 담긴 작품들이 연이어 전시되어 있었다.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웹툰같은 구성을 통해 일종의 스토리가 있고 악을 무찌르는 듯한 해링만의 상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실제로 해링은 에이지 진단을 받은 후라 심리적으로 절망적이고 죽음에 대해 고뇌했던 부분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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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아는 예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내가 아는 삶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키스 해링, 1978년 10월 14일



키스 해링전을 통해 들여다본 인간 키스 해링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사랑과 존중 그리고 인정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았던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더불어 그가 표현해내고자 하는 예술은 방식에 전혀 구애받길 원하지 않았으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끊임없이 사람들과 접촉하며 소통하길 원했던 사람이 아닐까. 키스 해링이라는 예술가가 가진 그만의 색깔이 어디에나 다방면으로 사용된 것은 이미 그가 대중들에게 확실한 각인을 할 수 있으며,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소통 방식 그리고 표현 방식들이 지금까지도 사랑받은 아이콘의 키스 해링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를 통해 예술은 곧 그 인간이자, 그가 걸어온 삶을 대변해주는 꾸밈없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


[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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