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느낌'으로 마주하는 현대미술과 나

도서 느낌의 미술관
글 입력 2019.01.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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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는 느끼는 게 중요하고,

예술은 느낌으로 말하고,

느낌을 통해 말하며,

느낌에 관해 말합니다.


- <느낌의 미술관>,  25p




『느낌의 미술관』

_조경진



[표지]느낌의_미술관.jpg
 

[PRESS]

'느낌'으로 마주하는 현대미술과 나



“현대미술”



이 단어만 마주하면 후욱 하고 아찔할 정도로 머릿속이 텅 비는듯한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 같은 덩어리가 들어차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 미지의 무엇인가를 알고 싶지만 매번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알 수 없음’에 망설이는 시간이 더 많은 것만 같다. 내가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이해하는 데에 나아간다는 확신 대신 머무는 기분이 계속 맴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스스로는 아마 현대미술에 처음 관심을 가지던 때보다는 조금 나아왔다고 믿고 싶은 마음이다. 나름대로 작품을 만나고 나서 쓰는 글들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나도 모르게 변하는 지점을 증거 삼아 믿어 보려 하고 있다. 작품은 마주하고 대면하는 어떤 존재로서 바라 볼 수 있다는 것.  작품은 보이는 것 자체로만 만들어진 게 아니라 내면에 어떤 것을 품고 상대에게 느낌을 주는 힘이 있다는 것에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의미에서 작품과 만나는 지점은 세계와 세계가 맞닿은 그 사이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감상은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그래서 한 작품과 한 사람인 나의 대면에서 일어나는 감상은 주관적인 것이자 그 사이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정말 ‘무엇인가’라는 것을 믿고 있다.


라고 믿고 있다, 라고 외치지만 그 겨우 세워진 믿음 사이에서 내 생각을 남기고 있자면 불쑥 끼어드는 질문이 있다.



“내가 이렇게 본 것이 과연 맞는 걸까”



내면의 싸움이다. 글을 쭉 써 내려가다가도 내가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서도, 내가 느낀 것에 대해서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내가 이해를 잘했는가에 대해서도 의심되고 예술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내가 너무 다르게 본 것이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도 든다. 사실 마주하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는 작품도 많다. 그저 모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현대미술을 향한 질문들은 매 순간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 모든 질문들은 아마 이 질문 아래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느낀 것이 맞는 걸까”



가끔 이 질문조차 감사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봐도 모르겠고 어떻게 느껴야 할지도 모를 때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일반적으로 현대미술이라 하면 난해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반면 틀이란 것이 없이 존재하는 현대미술을 바라보기 위한 하나의 공식을 세우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 “자 이것만 이해하면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나는 이런 말을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다. 매번 만날 때마다 내 사고의 틀을 부숴버리는 게 현대미술이었으니까.


정해진 것이 없다면, 우리는 매번 새로움 앞에서 무엇인지 몰라 망설이기만 해야 하는 걸까? 알 수 없다면 여전히 내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해 그 순간에 답을 얻을 순 없는 걸까? 이런 의문이 가득했던 나에게 책 소개에 있던 내용 일부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 그림이나 작품을 대할 때 ‘무엇인지’에 초점을 둔 보기와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어떻게’와 ‘영향’, 그리고 ‘만남의 사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과 나 사이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하는 거죠. 여기서 사건이란 그 사건이 일어나는 데 관람자도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방식은 현대미술을 대할 때 더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현대미술이 바로 그렇게 나타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작품 앞에 설 때 이렇게 묻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그림이나 작품이 나에게 지금 어떤 영향을 주고 있지? 작품과의 관계에서 나와 작품은 어떻게 함께 변하고 있지?


- 228p



어쩌면 내가 지금껏 만난 현대미술에 관한 책 중에서 처음으로 ‘나의 느낌’에 대해 살펴보자고 하는 책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느끼는 것도 감상자로서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기에 중요하지만 그래도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사에서 내놓은 질문이 무엇인지, 동반하던 철학은 무엇인지, 예술가의 심정은 어땠는지, 당시 어떤 사회였는지 이런 것들을 알아야 작품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늘 의문을 가지고 있던 “외부적인 조건이 아닌 ‘나’로서 작품을 이해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라면 기꺼이 이 책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 독자와 공유하려는 단 두 개의 명제를 꼽으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특이한 사물이자 느낌이다”

“모든 특이성의 느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럴만한 이유는 그럴만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우리의 탐구는 느낌에서 방식으로, 방식에서 이유로, 이유에서 특이성을 지적으로 재구성하는 식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들어가며' 중




***



<느낌의 미술관>은 제목에 드러난 것처럼 우리의 ‘느낌’을 따라가 보자고 한다. ‘나의 느낌’을 따라가 보자, 라는 처음 만나본 다가가기 방식. 내 느낌이 뭔지 모르겠고, 이런 느낌을 주는 작품도 모르겠는 우리에게, 그렇다면 그 느낌을 찾는 것부터 의미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까지 과정을 함께 가져보자는 도서가 바로 <느낌의 미술관>이다.



무작정 난해한 현대예술 작품 앞에 섰을 때, 우리는 곧바로 주눅이 들곤 한다. 현대예술이 대체로 난해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작품들이 의미하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그런 탓에 나의 느낌과 생각에 솔직하지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 책 『느낌의 미술관』은 현대미술에 접근하는 데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징검다리를 놓으려는 목적에서 쓰였다. 기이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현대미술 작품 앞에 내던져진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면서 작품이 주는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지 친절히 설명하고자 했다. 미학자이자 미술비평가인 저자는 정답을 찾는 예술 감상법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느낌에 귀를 기울이는 예술 감상법을 권한다. 느낌은 우리를 현대미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좋은 통로이기 때문이다.


- 보도자료



저자는 내용만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느낌”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을 말하기 위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느낌의 미술관>은 독자의 입장에 선 책 속 “그녀”가 질문하고 저자인 “그남”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93쪽 그림.jpg
Jean-Auguste-Dominique Ingres
<오송빌 백작부인 Comtesse d'Haussonville>
1845, Oil on canvas, 132 x 92cm
(<느낌의 미술관> 193p)


그남: (중략) 재현은 외적 사물에 대한 직접적인 재현은 아니지요. 재현된 것은 그 사물이나 실재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측면이며, 재현된 것은 일종의 멘탈 이미지, 즉 정신 안의 표상입니다. 이런 식의 표현이 조금 어리둥절할까요?


그녀: 앵그르가 그린 건 백작부인이 아니라 백작부인에 관한 정신적 이미지라고요? 앵그르가 백작부인을 앞에 두고 그리는데 백작부인을 그린 게 아니라니 뭔가 이상한 말인데요?


그남: 아! 구별이 좀 필요할 것 같네요. 사람들은 보통 저 그림은 백작부인을 그린 것이라고 말하죠. 물론 저도 엄밀하게 말하지 않을 때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구분을 할 필요가 있어요. 앵그르는 백작부인이라는 실재를 그림으로 재현한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이 ‘본’ 백작부인, 즉 백작부인의 이미지를 재현한 것일까요? 물론  그 앵그르 자신은 이번엔 ‘백작부인을 그려야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앵그르가 그린 건 진짜 백작부인일까요? 물론 실재의 어떤 측면을 그렸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재 그 자체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앵그르는 자신이 ‘본’ 백작부인, 자신의 의식적 정신 안에 나타난 백작부인을 그렸다고요.


- 200 ~ 201p



책 속의 내용 중 “재현”에 대한 설명이 인상 깊어 그 일부를 인용해보았다. 나에겐 아무리 봐도 현실을 그대로 그린, 실재를 재현한 것이라도, 그냥 재현이라기엔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예술작품이었다. 극사실주의 작품마저도 말이다. 그리고 현실을 모방해서 그리는 것이지만, 예술가마다 우리에게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저 서로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표현 방식이 다르다고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 사이의 지점이 어떤 다름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너무 긴밀한 것 같고 딱 어떤 다름이 있는지 내 시선에는 명확하지 않아서 그 “알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상태를 유지해왔는데 저자의 설명에서 딱 고개를 처음 끄덕여볼 수 있었다. 혹 본인처럼 작품에 대한 글을 읽으며 오히려 모호하고 와닿지 않는 개념들에 더 궁금증만 늘어난 분들이 있다면 <느낌의 미술관>이 좋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369쪽 그림.jpg
한혜원, <The Flow_Ⅱ>, 2018
Acrylic on panel, 116.7 x 91cm
(<느낌의 미술관> 369p)


예술이 느낌들과 경험의 조작에 관한 것이라면, 그 느낌들을 형상으로 환원해 벼리는 건 오히려 다양한 느낌들을 제약하고 왜곡해 버리는 것이 될 수 있어요.


(중략) 진정한 감각과 느낌은 대상을 구성하긴 하지만 대상으로 환원되거나 귀속되진 않아요. 그래서 감각을 어떤 재현적 대상에게도 귀속시키지 않고 그 자체로 다룰 수 있는 추상화는 재현이 가진 표상적 동일화의 작용에서 우리의 느낌을 해방하는 기능이 있어요.


(중략) 감각을 주체에게도 대상에게도 귀속시키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추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368p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이해한 시선으로는 예술의 언어가 가진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현대미술 앞에서 당황을 느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현”이라는 개념도 저자의 설명을 통해 예술작품에서는 다른 의미로 구분해서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범위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즉 <느낌의 미술관>은 이미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에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가 예술 작품을 만났을 때 우리의 느낌이 의미까지 따라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가로막는 고정관념부터 천천히 풀어나가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에 현실에서 가지던 감각에 의지해서는 작품의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째서 작품이 그런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가 아닌 자신만의 언어를 지니는 것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갇혀있는 있는 시선에서 벗어나 작품을 느낄 수 있는지와 같은 내용을 열네 번의 수업으로 이어나간다.


그리고 저자는 쉽게 하기 위해 단순하게만 설명하는 대신, 대답에 필요한 내용을 끌어오고 정리하며 "어려운"이라는 벽을 와해시키면서 깊이를 유지하는 방향을 택했다. 저자는 한 철학적 내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예시를 끌어오며, 단어에 대한 개념도 놓치지 않고 함께 설명한다. 다른 책에서는 그냥 지나칠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하나씩 다 짚어가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졌던 의문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깊은 내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저 그대로 난해한 상태로 작품을 마주해야 할까?" 였던 나의 회의적인 상태가 조금 달라졌다. 현대미술에 대해 질문이 너무 많았다면, 그리고 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싶다면 <느낌의 미술관>을 잡기를 추천해주고 싶다.



***


“느낌은 단번에 주어지지만

동시에 느낌은 지성으로 의식하고

분명하게 알아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 '나가며' 중



1.jpg
 

‘나의 느낌’을 알고 그 이유와 의미를 구체화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해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가 한 권의 책으로 제안한 것이다.


<느낌의 미술관>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지금 시점에 읽게 된 것이 정말 좋은 타이밍이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현대미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도서가 있고,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전문적인 느낌이 다분한 깊이 있게 다룬 도서가 있을 텐데 <느낌의 미술관>은 “느낌”과 함께 그사이의 지점에서 존재하는 도서였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쉬운 책도,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이 필요한 복잡한 내용을 다룬 책도 아니다. 저자는 작품과 우리가 마주하는 그 사이에서 가장 먼저 일어날 “느낌”을 구체화 시키고 의미화시킬 수 있는 지식을 충분한 예를 동원하고 이해하는 흐름을 천천히 짚어가며 깊이를 유지한 내용을 끌어나간다. 이런 내용과 방식으로 이루어진 열네 번의 수업이라면, 하루에 하나씩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며 읽어나가면 아마 정말로 책을 읽기 전과 다른 현대미술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들께 딱이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현대미술을 이해해보려 여러 글을 읽어보고 전시회도 다녀봤지만 모호하게 와닿는 설명들과 철학적인 내용들에 답답함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느낌의 미술관>을 통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서를 리뷰하고 있는 나의 입장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아주 처음부터<느낌의 미술관>을 잡으면 그 깊이에 진입하기가 조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읽어나간다면 현대미술 도서가 처음인 분들께도 충분히 흥미롭고 가치 있는 도서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작품 앞에 서면 뭔가 느껴지는데 그 뭔가가 도통 뭔지 모르겠어서 늘 모호한 상태로 작품 앞을 벗어나”라는 생각을 했다면 <느낌의 미술관>을 읽은 타이밍이 온 것이다.



***



나는 생각하기 이전에 느끼기에 존재하고, 살아있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곧 좋고 가치있고 의미있고 새로운 느낌들로 자신을 채우는 활동이며, 그 느낌이 다른 것으로부터 오며 다른 것으로 흘러간다는 전제 아래 좋은 느낌들을 제공하도록 환경과 자신을 변화시키는 활동입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가 본질적으로 이 활동들로 생을 이어가고 있으며, 예술은 이 활동을 단지 더 전문적으로 분화해서 떠맡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입니다.


- 93p



사람들은 이제 자신만의 ‘느낌의 세계’, ‘느낌 가치체계’를 구축해야 할 겁니다. 느낌은 항상 정서적 가치평가를 포함하기에 느낌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말은 느낌의 가치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을 함축합니다. 느낌에 대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평가는 ‘좋다’거나 ‘나쁘다’이고, 그 좋은과 나쁨이 어떠한 체계적인 이유들을 갖는다면 그건 이미 느낌 가치 체계를 가지는 겁니다. (중략) 전 이것이 곧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 94p



"나의 느낌은 내가 알아가야 하는 것". 이번에 <느낌의 미술관>을 읽으며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받은 내용과 더불어 함께 새로이 얻은 지점이다. <느낌의 미술관>을 통해 ‘느낌’을 이해하고 작품의 결도 따라가 보는 경험에서 나는 정말 우리가 현실에서 감각에만 의존한 나의 느낌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저 눈에 보이면 좋은 것을 보면 좋다고 하고, 불쾌하면 싫다고 하는, 너무 당연한 말이고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흘려보내고 있는 게 지금의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의식대로 감각을 인식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말한 것처럼 느낌이 우리의 삶이라면, 그렇다면 스스로 느끼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런 삶 속의 여러 '느낌'들 사이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예술이 주는 ‘낯선’ 혹은 ‘이유 모를’ 느낌들은 이런 현실 감각에 내던져진 채 흘러가는 감각에 주목할 수 있는 순간을 일으켜 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작품과 나 사이에서 유일하게 일어나는 ‘느낌’이라는 덩어리를 이해하는 것은 바로 나를 이해하는 과정인 것이다. ‘나’를 이해하는 것이 ‘나만의 느낌’을 이해하는 것임을 그리고 내가 작품 앞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결코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책의 독서 끝에 품었다.



“결국 예술작품에서 느낌을 읽는다는 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구성해 가는 작업이다”


-‘나가며’ 중



작품에 대한 지식의 유무에 상관없이, 그리고 단순히 전시회에 가고 싶다는 마음조차 아마 우리의 단일한 느낌으로 이어지는 삶 그사이에 작품만이 주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혹 같은 리듬만 반복되는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곧 새로운 작품을 만나러 발걸음을 옮긴다면, 그리고 나의 리뷰를 끝까지 읽었다면 한번 단순히 느껴지는 그 ‘느낌’에 조금 더 머물어보며 기억하면 어떨지 말씀드리고 싶다. 작품이 당신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일지도 모르나, 그 느낌조차 작품과 당신이 함께 만들어 낸 것이니까. 그리고 그것을 이해해보려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소중한 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






[도서 정보]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열네 번의 예술 수업"


『느낌의 미술관』



[표지]느낌의_미술관_입체.jpg
 

저자

조경진


분야

예술, 인문


쪽 수

416쪽


가격

20,000원


출판사

사월의 책






[도서 소개]



예술작품은 ‘느낌’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무작정 난해한 현대예술 작품 앞에 섰을 때, 우리는 곧바로 주눅이 들곤 한다. 현대예술이 대체로 난해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작품들이 의미하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그런 탓에 나의 느낌과 생각에 솔직하지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 책 『느낌의 미술관』은 현대미술에 접근하는 데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징검다리를 놓으려는 목적에서 쓰였다. 기이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현대미술 작품 앞에 내던져진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면서 작품이 주는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지 친절히 설명하고자 했다. 미학자이자 미술비평가인 저자는 정답을 찾는 예술 감상법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느낌에 귀를 기울이는 예술 감상법을 권한다. 느낌은 우리를 현대미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좋은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미술 초심자가 미술관에 왔다가 저자를 만나고, 두 사람이 문답식 대화를 통해 현대미술의 세계로 차근차근 들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술의 본성이 무엇인지, 예술작품이 어떻게 새로운 느낌과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다양한 예술작품들에서 작동하는 ‘느낌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열네 번의 예술수업이 이어진다. 저자는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품들을 직접 보여주며, ‘재현하기’ ‘대면하기’ ‘밀착하기’ ‘추상하기’ 등 여러 가지 느낌의 길을 통해 우리 시대 예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예술작품은 우리에게 어떻게 말을 거는가? ― 특이한 사물이자 느낌으로서 예술작품


『느낌의 미술관』은 ‘느낌’을 키워드로 예술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누구나 자신의 관점으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책이다. 흔히 하듯이 미술 사조나 작가를 중심으로 예술작품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예술작품 그 자체가 주는 느낌의 목소리를 차근차근 따라가는 색다른 방식을 취한다. ‘작품과 느낌으로부터’ 예술작품을 직접 읽어나가는 것은 대부분의 감상자가 처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로 미술관에 가고, 난해한 작품 앞에 무작정 내던져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품과 관련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어떻게 예술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예술작품이 특이한 ‘사물’이자 ‘느낌’으로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어떤 그림은 우리에게 대면하기를 요청하고, 또 어떤 그림은 우리의 생각을 자극한다. 예술가는 감상자에게 이러저러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예술작품을 특이한 사물이자 느낌으로서 만들어내고, 우리는 예술작품과 만나면서 그 특이성을 느끼게 된다.


“그림은 무엇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하나의 사물이 될 수 있어요. 저는 그림이나 작품을 대할 때 ‘무엇인지’에 초점을 둔 보기와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어떻게’와 ‘영향’, 그리고 ‘만남의 사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과 나 사이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하는 거죠. 이런 방식은 현대미술을 대할 때 더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현대미술이 바로 그렇게 나타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작품 앞에 설 때 이렇게 묻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그림이나 작품이 나에게 지금 어떤 영향을 주고 있지? 작품과의 관계에서 나와 작품은 어떻게 함께 변하고 있지?” (228-9쪽)


예술작품이 의미하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거나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예술 감상의 태도는, 예술을 무엇인가의 ‘재현’이나 ‘표상’으로만 보려고 한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바로 그러한 재현주의적 예술관을 비판하면서 형성되었고, 무엇인가의 재현이 아니라 하나의 특이한 사물이자 느낌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오려고 한다. 저자는 재현주의라는 예술 감상의 태도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다양하고 다채로운 예술 감상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예술작품은 각양각색의 ‘느낌의 코드’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느낌의 코드로 이해하는 현대미술 ― 모든 특이성의 느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작가와 작품은 우리에게 110V 전기 코드를 꽂으라고 요구하는데 우리가 자꾸 220V 코드를 꽂으면 전기(의미)가 통할 수 없겠죠. 현대미술에 접근하려면 먼저 이 의미화의 코드(느낌의 코드)를 알아야 합니다. 몇 가지의 코드만 알고 맞출 수 있어도 의미를 생산하는 일이 수월할 겁니다.” (99쪽)


예술이 ‘느낌’을 통해 말을 건다면, 예술가는 우리에게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느낌의 코드’를 조작한다. 현대미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느낌의 코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1강 ‘만남’부터 7강 ‘실재가 문제다’에 이르는 본문 1부를 통해 예술과 느낌의 본성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8강부터는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미술작품들과 더불어 ‘느낌의 코드’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해준다.


본 것을 그대로 그리는 ‘재현하기’의 코드(8강), 우리에게 마주 볼 것을 요구하는 ‘대면하기’의 코드(10강), 우리를 유혹하는 ‘밀착하기’의 코드(11강), 추상화가 갖는 독특한 힘을 보여주는 ‘추상하기’의 코드(13강), 이것을 보여주면서 저것을 말하는 ‘알레고리’의 코드(14강) 등을 비롯한 갖가지 느낌의 코드들이 상세히 설명된다. 나아가 저자는 잘 알려진 해외 미술작품들만이 아니라, 김경민, 문형태, 박찬걸, 변웅필, 이경미, 지석철, 채한리, 한혜원 등 국내 작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생소한 작품들을 제대로 느끼는 법을 알려준다.


『느낌의 미술관』은 자신만의 느낌을 통해 현대미술 작품에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친절한 예술 가이드인 동시에, 예술에서 왜 느낌이 중요하고 예술이 어떻게 느낌으로 소통하는지를 설명해주는 한 권의 예술 철학서이기도 하다. 화이트헤드 예술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현대미술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감상자와 창작자 입장에서 쉽고 친절하지만 깊이 있게 안내하고 있다.






오예찬_PRESS.jpg
 




[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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