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첫사랑이란, 김종욱 찾기 [영화]

첫사랑을 기억하시나요?
글 입력 2019.01.3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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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란, ‘김종욱 찾기’

첫사랑을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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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포스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첫사랑’이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있고, 언제나 처음은 가장 설레는 변화이기에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더더욱. 누군가는 첫사랑이랑 사귀었던 사람이 있겠지만, 비교적 신뢰성이 떨어지는 조사에 의하면 첫사랑의 90%는 실패로 끝난다고 한다.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에 미성숙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자, 그럼 실패한 90%들에게 첫사랑을 찾아주는 사무소가 있다면 어떨까? 당신은 찾아갈 것인가? 본격 남자도 공유에게 설레는 첫사랑 영화, 김종욱 찾기를 탐구해보자!

 

 

 

첫사랑



여행사 직원으로 근무하던 한기준(공유)은 그의 세심하고 꼼꼼하며, 위기에 민감한 성격 때문에 퇴사를 하게 된다. 누나의 등살에 떠밀려 창업을 준비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도중 사기를 당할 뻔했지만 경찰들 덕분에 위기에서 모면하게 된다.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자신의 옛 동창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경찰서에 온 계기는 바로 첫사랑. 첫사랑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그들이 첫사랑을 미워할 법도 한데, 그래도 첫사랑이라고, 뭔가 이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정신승리를 시전한다. 우리의 눈치 없는 한기준이 한마디 한다.


‘첫사랑이 그리 중요하나?’


그리고 다른 동창들의 대답이 바로 명대사며, 모두가 동의하는 말일 것이다.


‘그래도요! 뒷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게 첫사랑인데!’


이것이 첫사랑이다.

 

 

 

첫사랑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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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사무소 소장 한기준>



동창들의 아련한 명대사에 우리의 잘생긴 한기준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바로 첫사랑 사무소. 첫사랑을 찾아주는, 일종의 흥신소 비슷한 사무실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법인 신고에 사업자 등록까지 했고, 틈새시장이지 불법적인 일을 하는 곳은 아니다. 뭐 나중에 불법적인 일도 하긴 한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와서 자신의 남편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등의 부탁을 하는 것을 보아 나름 장사는 잘 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어느 날, 한 여성이 찾아왔다.

 

 

 

첫사랑을 못 잊어?!



그녀의 이름은 서지우(임수정). 결혼할 때까지 소개팅을 주선해주는 아버지에게 핑계를 대기 위하여 ‘첫사랑을 못 잊어요!’를 외쳐버린 그녀. 하지만 세월이 선사하는 지혜의 혜택을 받으신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한기준이 운영하는 첫사랑 사무소로 데려간다. 그녀가 찾는 첫사랑의 이름은 김종욱. 그를 만난 것은 1999년, 인도여행 도중이었다. 인도로 가는 도중 비행기 멀미로 고생하는 서지우에게 ‘김종욱’씨는 그녀에게 멀미약을 주었고, 이를 기점으로 그들의 소위 ‘썸’이 시작하였다.


그녀의 묘사에 의하면 김종욱씨는 ‘턱선에 외로운 각도, 깊고도 낭만적인 목소리’를 가졌다. 인도 시내에서 서지우는 ‘인연이 있다면 만나겠죠’라는 낭만적이고도 바보 같은 말을 하며 서로 헤어졌다. 혼자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하며 즐기던 서지우는, 우연하게 낙타 멀미로 쓰러져 호텔로 실려 온 김종욱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렇게 다시 만난 그들은 남은 일정을 같이 다니며 서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 비행기가 달라 헤어지게 되고, 그리고 그들은 10년이 넘도록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


 

 

김종욱을 찾습니다.



사연이 어떠하든, 우리의 원칙주의자 한기준은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하게 된다. 불법으로 점장인 척 여행사로 찾아가 명단을 빼오는가 하면, 어떻게 찾았는지 전국에 있는 1088명의 김종욱 명단을 빼오기도 하였다. 그렇게 둘은 같이 전국팔도에 존재하는 성은 김씨요 이름은 종욱인 사람들의 얼굴을 한명, 한명 보러 간다. 바다를 건너가기도 하고, 산을 타기도 하며, 장례식장에도 가는 등 많은 시간을 서로 보냈고, 그 소중한 시간들은, 완전히 다른 둘이지만 서로 호감을 가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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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가 누군지 모른다....하지만 찾아낼 것이다....찾아서 꼭 혼내줄 것이다.....>


호감은 호감이지만, 의뢰인은 서지우의 아버지. 한기준이 도통 ‘김종욱’을 찾지 못하자 애가 타는지 한기준에게 몰래 서지우의 인도에서 작성한 비밀 다이어리를 건네준다. 그녀의 흑역사가 봉인된 다이어리를 보는 도중, ‘김종욱’과 같이 찍은 사진 밑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엔딩은 보지 않아요.



한기준이 발견한 것은 김종욱의 주민등록증. 서지우의 장난에 놀아났다고 생각한 한기준은 그녀에게 찾아가 민증을 건네주며 화를 낸다. 그리고 물어본다.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날,

공항에 나갔어요?’

 

그녀는 일부러 나가지 않았었다. 헤어지기 전, 김종욱이 주민등록증을 주었지만 연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주민등록증이 있다는 사실도 숨기고, 공항에도 나가지 않았을까? 한기준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파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불쌍한 김종욱이 애타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해하는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서? 절대 아니라는 것은 당연히 알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는 항상 엔딩을 보지 않는다. 어떠한 책을 읽든, 어떠한 음식을 먹든, 어떠한 일을 하든, 절대 엔딩을  보지 않는다. 맞이할 엔딩이 그녀가 상상하는 엔딩과 다를 것을 두려워하기에, 맞이할 끝이 그녀의 기억에, 그리고 추억에 상처를 줄 것을 무서워하기에, 마지막에 도달하면 아무것도 없다고 굳게 믿고 있기에, 그녀는 언제나 중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덮어버리는 것이다. 다시 만날 김종욱이 그때 그 사람이 아닐까봐, 완벽한 첫사랑의 기억마저 깨지게 될까봐 그녀는 찾을 수 있음에도 찾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끝이 있기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깨닫게 된다.


  

 

안녕, 안녕, 안녕.



기분이 다분히 좋지 아니한 한기준은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10년 전 옆 좌석의 여성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그 사람의 이름은 김종욱. 결국 찾은 것이다. 한기준은 서지우에게 이 사실을 전해준다. 김종욱씨가 그녀를 찾으며, 다음날 출국하여 꽤나 오랜 시간동안 돌아오지 않는다고.

 

다음날 망설이던 서지우는 일을 시원하게 하급자에게 맡기고 공항으로 달려간다. 미루어 왔던 엔딩을 보기 위하여.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하기 위하여. 결국 둘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서로가 10년 동안 담아왔던 말을 나눈다.


‘안녕.’

‘안녕.’

‘안녕......’


성숙해진 그들이 10년 전 추억에게 건네는, 짧지만 많은 의미가 함축된 작별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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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에필로그



결말은 대충 예상가지 않는가? 여기서 서지우가 한기준이랑 사귀지 않으면 그것도 찝찝한 결말이 되니, 둘은 서로 사귀게 된다. 해피엔딩이다. 그러니 이모저모나 살펴보자.

 

1. 이 글에서는 한기준을 중점으로 서술하여 부각하고 설명하지 못하였지만, 서지우는 진짜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가져가 놓고 모른척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운명....아아 나의 운명이여! 믿나이다!’를 외쳐대는, 인생을 운명에 맡기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얼마나 답답하였으면 사주팔자를 믿으시는 아버지가 ‘잡아야 운명이다, 이눔아!’라는 말씀까지 하시겠는가? 또 ‘저는 끝을 안 봅니다.....중간에 엎어버려요’를 외치며 마지막 호두과자를 버리는 몹쓸 행동은 관객들에게 안타까움을 선물해준다. 캐릭터성이라고는 하지만 무언가 계기가 정확히 나온 것도 아닌데 뭐 그리 무서워하는지 몰입이 잘 가지 않는다. 넓은 아량과 이해성으로 살펴보아야 공감을 할 수 있다.

 

2. 개그는 잘 잡았다. 영화 중간 중간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재치 있게 보여주는 모습은 서지우의 호탕함과 한기준의 세심함을 더 부각시켜주었다. 이러한 재치 중 몇 가지는 복선으로 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Ex. 바에서 다른 김종욱의 술을 훔쳐서 먹는 것). 한국 영화의 특징을 잘 드러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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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의 반, 류승수. 처음엔 이천수인줄 알았다.>


3. 공유가 1인 2역을 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중학생 때 영화를 보았을 때에는 이것을 몰라 ‘아니 공유가 기억을 잃었나? 자기가 김종욱인거 모르나? 설마 속이나? 서지우는 안면인식장애인가?’라고 생각하며 보았다. 장르가 스릴러인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로맨틱 코미디였더라.

 

4. 인도는 위험한 나라이다. 특히나 여성에게 매우 위험한 나라이다. 더욱이나 혼자 여행하기엔 위험한 나라이다. 각본가가 사전 조사도 없이 인도를 특별한 나라로 설정한 것 같다. 안전한 나라만 다니도록 하자.

 

5. 이 글에서는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극중에 서지우가 뮤지컬에서 ‘빵꾸’를 낸 아이돌 가수를 대신하여 무대에 서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는 아이돌 가수를 보기 위하여 티켓을 예매한 팬들이 많을 테니, 절대 그런 행동은 하지 말자.

 

6. 첫사랑의 정의가 영화에서 나온다.

‘처음 사랑만이 첫사랑은 아니다.’

나중에 연인이 생기면 ‘내 첫사랑입니다!’라고 크게 외쳐주자. 틀린 말은 아니라니깐.

 

7. 한기준이도 첫사랑이 당연히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눈이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 같은 경우에는 첫사랑에게 청첩장을 받고 그녀에게 달려갔지만, 끝내 잡지는 못하였다. 그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가 아닌, 그만큼 절실하지 못해서 말 꺼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즉, 끝까지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유가 어찌됐든, 고백을 하지 않은 것은 한기준의 인생에 엄청난 행운이었다. 다른 사람의 행복한 결혼식을 파괴하려 하다니, 못된 심보이니 우리의 독자들은 그러지 말자.


개인적으로는 자신감이 없었고, 못생긴 자신이 너무 싫었다. 아름다우며 완벽한 첫사랑에 비하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고, 말을 거는 것조차 미안하였다. 그 당시의 자신 또한 매우 찌질하였고. 지금도 찌질한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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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구 없다!>


총평을 하자면, 다른 것은 크게 보지 말고 ‘첫사랑’이라는 대주제만 보면 충분히 향수를 자극하며, 이를 재치 있게 풀어낸 영화이다. 자신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련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면 더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이동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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