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카소와 큐비즘 Picasso & Cubism

글 입력 2019.01.3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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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큐비즘_포스터.jpg


 

피카소와 큐비즘
Picasso & Cubism



1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올 1월을 어떻게 보냈나 다이어리를 정리해 보니, 이런저런 일상들이 많았던 한달로 기억한다. 프로포즈를 받았고, 생일축하를 받고, 웨딩촬영을 하고, 전라도 취재도 다녀오고, 부부 건강검진도 받고, 거기다 함께 결혼예비학교까지 수료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모여 큰 행사인 결혼을 준비하다보니 이래저래 다툴 일이 없지 않았다. 지난 주말, 결국 감정이 터져버린 내가 던진 속상한 말 한마디에 싸해진 분위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은 바로 홀로 있던 시간과 함께 하는 시간, 그 둘 사이에서 방황하고, 또 그 아쉬움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남자친구의 무덤덤함 때문이었다. 서로 성향이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자고 약속했건만, 역시나 쉽지 않다. 오랜 대화가 오고 간 후 정한 건 바로 ‘약속’이다. 한달에 하루는 자유의 날을 가지는 것. 그리고 서로가 원하는 취미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끔은 홀로 맥주를 즐기는 나를 이해하고, 함께 미술관에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지난 주 일요일, 2주 만에 다시 찾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가 한창이었다. 프리뷰에서 언급했듯이, 나에게 미술관은 중요한 존재다. 대학생 시절 철없이 했던 ‘묻지마 여행’  후 사회생활을 한 이후로는 ‘보는만큼 배우고 얻는 의미 있는 여행’에 우선 시 두고 있다.  이렇게 된 사연은 지난 스페인 여행이 큰 계기였고, 그곳에서 만난 예술가들의 작품이 이유였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만난 피카소가 한몫 더한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사실 피카소는 미술을 잘 몰라도 워낙 명성이 두터워 많이 알고 있는 아티스트다. 입체주의의 한 획을 그은 그의 작품들은 작품명을 몰라도 화풍이 워낙 독특해 누가 봐도 ‘피카소!’를 외치게 하는 점들이 많다. (아마 많은 이들이 아비뇽의 처녀들을 기억할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굳이 찾아 보지 않고도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가볍게 넘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있다면, 쉽게 판단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을 정도다.


그 이유는 바로, 파리시립미술관에서 소장한 걸 90여점이 한국을 찾아서라고,  거기다 입체파 110주년 기념을 탄생하여 찾은 곳이 바로 서울이라고, 이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으니 말이다.


- Preview 중



좀처럼 쉽지 않은 기회이니 꼭 찾아가보라는 당부를 실천하기 위해 찾아간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는 기대 이상이었다. 전시는 크게 다섯 섹션으로 나누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입체주의의 기원에서 발명까지, 섹시옹 도르와 들로네의 오르피즘을 따로 다뤄서 소개한다. 이어 1,2차 세계대전 사이의 입체주의가 부흥했다 사라지게 된 이야기, 마지막으로 대형 장식화가 입체주의의 절정을 보여주듯 위엄을 드러낸다.


세계대전이 격변하던 시대, 예술가가 가진 이념과 철학을 선보이기 위해 새롭게 운동처럼 시작된 입체주의가 어떻게 근현대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입체주의가 탄생한 배경까지,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바로 피카소라는 유명 화가 외에 그 시대를 주름잡던 이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빛났던 자리였다. 실제 미술을 잘 모르는 이들이 관람하면, 입체주의의 속내를 잔뜩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명이 피카소와 큐비즘이지만, ‘큐비즘’에 좀 더 기울여 관람하면 좋을 전시라고 생각이 든다.


미술관을 테마로 각 전문인들의 솔직발랄한 관점을 담은 책들에 관심을 가져 읽기 시작한 문소영 기자의 <그림 속 경제학> 서평에 이어 다음으로 읽은 도서는 김창대 저의 <미술관에 간 CEO>다. 이 책은 사실 수강 중인 휴넷 <아트앤상상스쿨>에서 '미술, 창조사회를 말하다'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김창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솔깃해져 책으로 읽게 되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CEO들에게 필요한 경영에 관한 것들을 미술로 풀어놓은 책이다. 다시 말해 예술에서 배우는 8가지 인사이트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제시하였다.
 

저자는 8가지의 인사이트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였다.
 

1. 통찰력, 보이지 않는 욕망을 읽어내는 눈

2. 핵심역량, 남과 다른 1퍼센트의 독창성

3. 모호함, 경졔를 파괴하고 신세계를 창조하는 힘

4. 일상타파, 역발상이 불러오는 궁극의 메시지

5. 보편성, 세속적인 것이 불러오는 평범함의 카리스마

6. 융합, 1+1>2가 되는 세계

7. 단순함, 작은 것은 힘이 세다

8. 해체와 재구성,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본원리
 
 

한 에피소드를 예를 들며 CEO가 예술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애플로 복귀한 스티븐 잡스의 첫마디로 이 책의 서문을 시작하였다. 스티븐 잡스는 바로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였다를 중요시 생각했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애플을 회생할 수 있는 결론은 바로 기존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파괴하자는 것. 그의 생각을 전 임직원에게 알려주기 위해 그는 회사의 외부 벽면에 피카소의 얼굴을 덮어 씌었다고 한다. 결국 애플은 소비자의 은밀한 욕구를 찾아내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였고, 지금의 애플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영이 예술과 만난다면 어떠한 가치를 창출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책에서 다양한 CEO들의 예와 예술 작품을 소개하며 CEO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까지 생각케 해보는 도서였다. - 2014년 9월, <미술관에 간 CEO> 서평 중



이번 전시를 관람하면서 2014년 9월 서평을 남겼던 <미술관에 간 CEO>가 떠올랐다. 어떠한 전시든, 어떠한 작품이든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관람해보기 마련일텐데, 나 같은 경우 CEO인 내 사람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잘 알고 있어서 일까? 새 사업을 시작하는 이를 곁에서 지켜봐서 일까?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하고, 보수적으로 정립된 사회 분위기를 혁신하려는 위대한 이들의 움직임이 예술을 바꾸고 세상을 바꿨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입체주의의를 정의한 큐레이터의 문장이었는데, 입체주의는 사물을 보는 관점의 다양성을 제공했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지각을 일깨워줬다라는 글귀였다. 아울러 파블로 피카소의 명언을 다시 한번 새기어 보면서, 양식적 통일성을 깨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새로운 창조와 혁신을 연 이의 깊은 통찰력까지도.



피카소2.jpg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


-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1881-1973



전시를 관람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오늘 본 전시를 내 사람에게 조곤조곤 얘기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가는 내 사람을 응원하면서, 당신의 큐비즘을 기대하고, 응원하겠다고 말이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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