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낭만 속에 가려진, 독립 서점이 처한 현실 [도서]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건 그저 작은 서점이 지닌 낭만일 뿐
글 입력 2019.02.0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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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약속 장소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근처 대형 서점을 구경했었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자 이름표를 달고선 나를 반기는 책들. '이달의 베스트셀러', '새로 들어온 책', '요즘 뜨고 있는 책' 등. 그런데 어째 다 비슷한 책뿐이다. 어느 대형서점을 방문하던 매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은 다 거기서 거기다. 가벼운 에세이류, 자기 계발서와 소설 등등. 천편일률적인 책 추천이 이제는 지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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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해방촌의 골목에 위치한 서점 <고요 서사>
(사진 출처: 책방 산책 서울)



대형서점이 책을 다루는 획일적인 방식에 지친 우리에게 아주 좋은 대안이 있다. 바로 최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독립 서점이다. 나는 평소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종종 시간을 내어 몇 개의 독립서점을 방문했었다. 경사진 언덕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해방촌의 몇 서점들, 홍대와 연남동의 서점들, 부천의 한 서점까지.


책방 주인의 취향이 담긴 공들여 선별된 책, 대형 서점에 선 볼 수 없는 새롭고 신선한 독립출판물, 테마와 주제별로 가지런히 정리된 책장. 그곳에서 나는 이유 모를 안락함과 특별함을 느꼈다. 찾아가기 힘든 외진 골목에 숨어 있고, 대형서점이 제공하는 많은 자료와 편리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사람들은 독립서점을 찾는다. 독립서점이 제공하는 그 섬세하고도 특별한 경험을 위해.




낭만 뒤에 가려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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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방문했던 독립서점 오키로북스에서 평소 눈여겨보던 책을 구매했다. 브로드컬리라는 출판사의 책으로, 제목은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느냐면?>이다. 꽤나 직설적인 제목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정말,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이 책은 서울에 독립서점을 오픈한 7명의 책방 대표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독립서점은 그저 낭만적인 장소 같다.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에 있는, 책을 판매하는 작지만 아늑한 공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낭만적인 생각을 하지만, 독립서점이 처한 현실은 그야말로 절망스럽다.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과는 경쟁조차 안되는 불리한 수익 구조, 책에는 관심 없이 그저 매력적으로 꾸며진 공간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구경만 하고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 사람들. 이대로라면 독립 서점의 미래는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




수익이 날래야 날 수 없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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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책 공급률은 보통 70% 정도이다. 그렇기에 책을 팔아서 남는 마진은 30% 정도다. 책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인터넷 서점의 경우 이보다 유리한 공급률을 제공받지만, 소규모(독립) 서점의 경우 인터넷 서점의 공급률보다 10% 이상 높다. 같은 책을 10%나 비싸게 주고 들여오는 셈이다. 최근 일부 대형 출판사가 기존 공급률을 70%에서 75%로 인상하면서 크게 이슈가 되었다. 비싼 책의 경우 공급률이 80% 정도라고 한다. 책값을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도서 제작에 필요한 자재비 등은 계속 상승하니, 출판사는 공급률을 인상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률이 높아진 상황임에도 인터넷 서점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이들은 오프라인 서점보다 10% 할인된 가격을 제공하고, 거기에 5% 적립까지 제공한다. 결국 소규모 서점은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온라인 서점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인터넷과 오프라인 서점 사이의 가격 차이가 30% 이상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서점의 책 공급률이 80%라고 하자. 만약 소규모 서점이 온라인처럼 10% 할인과 5% 할인까지 적용한다면, 남는 건 5%의 마진이다. 정가 8000원의 시집이라면 마진은 고작 400원이 남는 것이다. 여기서 카드 수수료까지 별개로 지불해야 하니, 거의 자선 사업에 가까운 장사인 셈이다. 그렇기에 꽤 많은 서점들은 카페 등을 함께 운영하며 부족한 수익률을 대신한다. 책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장사를 이어나가기 어려우니, 이를 대체할 방법을 갈구하는 것이다.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는 독립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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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급률 문제 외에도 독립 서점이 겪고 있는 문제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참신하고 신선한 독립 서점들이 점점 생겨나고 있는 건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많은 독립 서점들은 단순한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다. 책들이 조밀 조밀 놓인 아늑한 공간의 독립서점은 참 매력적인 장소이다. 하지만 이렇게 예쁘고 멋진 공간으로만 소비되다 보면, 서점의 본질은 잊혀진다.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일 외에도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고, 독자와 책을 이어주고, 책과 관련된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독자와 독자를 만나게 하는 등 수많은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서점이 그저 사진 찍기에 좋은, 멋지고 예쁜 곳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서점에 방문하여 책은 보지도 않고 30분간 사진만 열심히 찍어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독립 서점이 그저 한 번쯤 방문하기 좋은 관광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작은 출판사나 서점들은 도서 정가제의 수혜를 보지 못해요. 매입부터 수량 차이가 나니까 (공급률을)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기획을 통해 돌파구를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이를테면 작은 서점만이 할 수 있는 기획들이요.


그런데 그조차도 마케팅으로 대형서점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있죠. 홍대나 이태원 부근의 서점은 들어오는 분들이 사진만 찍고 가면서 자신의 지적임을 보여주기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공간 소비인 거죠.


- 대륙 서점 박일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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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독립 서점들은 세심하게 책을 선별하여 특정 주제 등에 따라 책을 선별하여 전시한다. 책방 주인의 고민과 생각 끝에 분류되고 전시되었을 책들. 문제는 이 노력의 산물을 그대로 훔쳐 가는 이들이다. 책방에서 책을 쭉 둘러보고 읽어본 다음, 괜찮은 책의 제목만 사진으로 찍어가고 구매는 하지 않는 것이다. 당장 구매하면 온라인 서점보다 10% 비싸게 구매하는 것이니, 집에 가서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려는 셈인 것이다. 때로는 선별된 책 전체 모습을 그대로 찍어가는 사람도 있다. 책을 고르고 선별하는 자의 노력과 가치는 무시하고 큐레이션의 결과만 쏙 뽑아가는 것이다. 책 속의 많은 독립 서점 운영자들이 이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나조차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날엔 눈여겨보던 책의 제목만 찍어 갔었고, 구매를 하려는 순간에도 온라인 서점의 할인 혜택과 적립을 떠올리며 망설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방문해서 둘러보기만 하고 그냥 돌아간 적도 있기도 하다. 나의 행동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이었는지 부끄러워졌다.




이들이 마주한 현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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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독립서점 <오키로북스>.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수많은 독립서점. 이전까지만 해도 독립서점은 내게 그저 낭만적인 공간이었다. 대형서점의 주는 피로함에서 벗어나 책방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고 세심한 추천까지 받을 수 있는 좋은 공간. 하지만 이제까지 이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소규모의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었다. 대형, 온라인 서점과는 경쟁조차 되지 않는 불리한 조건으로 책을 판매하는 작은 서점들. 책을 너무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숨겨진 좋은 책을 알리기 위해 서점을 오픈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은 너무도 가혹하고 잔인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근본적인 책의 공급률 등이 개선되어야 크게 해결될 문제겠지만, 우리의 작은 행동이 독립서점을 살릴 수 있다. 사고 싶은 책이 있다면 책의 제목만 찍어가기보단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하고, 온라인 서점보다는 직접 독립 서점을 방문하여 책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것이다. 할인 혜택이 크지 않아도, 직접 방문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더라도 말이다. 이런 불편함은 책이 주는 만족감과 기쁨을 더욱 온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직접 만져보고 구매한 책이기에 더 애착이 생기고, 아무리 온라인 책 시장이 활성화되었다 한들 직접 페이지를 넘기며 읽는 행위는 여전히 우리에게 특별하기 때문이다.


다채롭고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이 있기에 우리의 도서 생태계는 훨씬 풍요로워졌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고마운 독립 서점들. 익숙함과 편리함에 속아 소중한 이들의 존재를 잊지 말자. 우리의 관심과 노력은 이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마치 오래된 정겨운 친구처럼, 그들이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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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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