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거로부터 온 미래의 메시지 : 문화비축기지 [문화 공간]

사람과 문화, 상상력과 협력의 공간 문화비축기지
글 입력 2019.02.0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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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비축탱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탱크 3의 모습


1974년, 중동 전쟁을 겪은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 무기화 정책으로 석유 생산이 대폭 감축된다. 공급이 부족해진 석유의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폭등하고, 그 결과 전 세계를 경제적 위기와 혼란에 빠뜨렸던 석유 파동이 발생하게 된다.


서울시는 석유 파동 사태 이후 비상사태 대비와 국내 석유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탱크 5개에 약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비축한 1급 보안 시설, 석유비축기지를 건립한다. 하지만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던 기지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고 만다. 그 이후 축구장 22개 크기에 달하는 부지는 2002년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버려진 땅으로 방치된다.


긴 세월동안 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던 이 버려진 땅은 2017년, 시민의 협력으로 문화와 사람을 비축하는 살아있는 땅으로 재탄생한다. 사람과 문화, 상상력과 협력의 가치가 빛나는 재생의 공간, 문화비축기지의 탄생이었다.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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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버려진 땅이 된 이곳의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석유비축기지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이 개최된다. 이때 최종 당선되었던 공모작이 바로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이다. 그 이름처럼 문화비축기지는 석유비축기지로부터 읽어낸 시간을 모두 가지고 있다. 석유비축기지를 완전히 파내고 새로운 공간을 건설한 것이 아니라, 석유 탱크의 모습을 살리면서도 그곳을 문화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이다.


탱크 5에는 석유비축기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시되어있다. 문화가 커지는 따뜻한 공간이 된 문화비축기지가 한때는 차갑고 고독한 석유비축기지였다는 사실은 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아이디어 공모부터 자문위원회, 기획과 운영, 개원 점검까지의 모든 과정을 시민 협치로 이루어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시민 모두의 상상력이 살아 숨 쉬는 이 공간의 역사와 구성이 주는 특별함은 문화비축기지만의 따뜻하고 자유로운 감성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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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비축탱크로부터 출발한 문화비축기지의 공간들은 뻔하지 않다. 석유 탱크의 거칠고 차가운 단면과 매봉산의 단단한 암벽, 문화 공간 특유의 부드럽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섞인 문화비축기지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를 가진 공간이다. 또한, 석유 탱크의 원형을 어느 정도 보존하면서도 미적인 감각과 공간의 활용성을 살린 전시장과 공연장은 이곳을 방문한 예술가들에게도 특별한 영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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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2에 위치한 야외공연장은
뮤지컬 다윈영의 악의기원 컨셉 촬영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문화비축기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화마당은 텅 비어 있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열리는 행사의 성격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탱크 2에는 고대 그리스의 원형 극장을 떠오르게 하는 야외 공연장이 있으며 탱크 5에는 기존 탱크 내부를 그대로 보존한 공간과 예술의 조화를 엿볼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탱크 3은 석유비축탱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여 이곳의 역사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남겨둔 공간이다. 미래와 과거,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오늘도 이곳의 매력에 자극받은 예술가들의 전시와 공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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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를 비축했던 버려진 땅은 이제 사람과 문화가 자라나는 미래의 땅이 되었다. 앞으로만 빠르게 발전해 나가느라 문화와 재생, 친환경과 같은 느린 가치들이 소외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서 문화비축기지는 단순한 전시장이나 공연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역사를 되돌아보면서도 미래와 상생하기 위한 친환경적 재생을 이루어낸 문화비축기지는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버려진 공간을 돌아보고 소외된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 사람으로, 건물로 이미 포화하여 버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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