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아 이야기> 서로가 고아였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글 입력 2019.02.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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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이번 책은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책을 자꾸 덮게 되고 완전히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이 지루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내용면에서 보면 오히려 재미있는 측에 속했다. <고아 이야기>는 일반 소설처럼 한 사람의 시점으로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노아와 아스트리드 두 인물의 시점을 번갈아가면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점이 여타 소설들과 다른 점이 되어 재미를 일으켰을 수도 있고, 자꾸만 바뀌는 시점에 이야기의 흐름이 끊겨 방해되는 느낌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비겁한 변명이 되겠지만 리뷰가 많이 늦어지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 아스트리드가 별 이유 없이 노아를 싫어하게 되는 모습이, 마치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를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불쾌했다. 책에서도 노아의 시점일 때, 아스트리드가 자신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하였고, 아스트리드 시점일 때도 노아를 싫어할 명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서로가 닮았음을 알게 되고 결국엔 의지할 사람이 서로라는 것도 알게 되어 사이가 좋아지는 걸 보고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노아의 실수로 잠시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질 뻔 하기도 했지만, 결말에 다가가서는 서로에게 없으면 아니되는 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역시 여적여란 단어는 여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로 다른 예쁜 여자를 질투하면서 여적여란 단어를 많이 쓰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여자지만 오히려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서커스의 역사는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수세기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유구한 전통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중세와 나폴레옹 전쟁, 제1차 세게대전에도 꿋꿋이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157p)






책의 제목은 <고아 이야기>이다. 고아라는 것은 일전 프리뷰에서도 말했듯이 부모를 잃어 혼자가 된 아이들을 의미한다. 노아는 다분히 부모가 일부러 아이를 일부러 내쫓아버렸기에 잃어버린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의지할 곳 없는 것은 고아와 마찬가지이다. 아스트리드 역시 처음에는 독일 군인과 결혼하면서 부모와 연락도 주고받았지만,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서 그들의 부모가 어디에 있는지, 살아 있는지 조차 확인이 불가능해졌다. 아스트리드의 나이는 고아라고 하기엔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그녀 역시 가족을 잃게 된 한 명의 '고아'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뿐이랴? 히틀러의 명령으로 인해 행복했던 결혼생활도 파탄이 나버리고 혼자가 되어버렸다. 더할나위 없이 고아인 것이었다. 고아라는 것은 꽤나 가혹하고 슬픈 일이지만, 나는 그들이 고아가 되었기에 서로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서로를 의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둘 중 한명이라도 고아가 아니었다면 고아가 아닌 쪽이 고아를 그렇게까지 이해하고 위할수 있었으리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불쌍한 두 명이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수 있었으면 싶었다.

두 명의 주인공 노아와 아스트리드를 이어주는 주된 기재는 공중곡예이다. 내가 직접 서커스를 구경해 본 것이 아니기에 유튜브에 공중곡예가 어떠하게 행해지는지 한 번 찾아 보았다. 실제 유럽에서는 이러한 유랑 서커스단이 존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말하는 약장수 공연, 떠돌이 공연 문화가 있기는 하였지만, 어렸을때 어디선가 얼핏 본 것이 다일뿐 실제로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영상으로 본 공중곡예는 정말 아름답고도 정말 아슬아슬 했다. 마치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바이킹을 타는 느낌이라고 할까. 왜 그렇게 아스트리드가 공중곡예에 목을 매는 지도 알 것 같았다. 또한 그녀는 어렸을 때 부터 배우고 하던 일이기에 꽤나 큰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다. 나 역시 어떤 한 가지에 자신감, 자부심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아스트리드가 부럽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이 일반 소설분류인 800번대가 아니라 역사소설 분류에 들어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면 아스트리드와 노아가 성장하는 부분도 있고, 사랑과 전쟁같은 부분도 있지만 책을 거시적으로 바라보았을 땐 역사소설 쪽이 맞다고 생각된다. 읽으면서 전쟁의 참혹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유대인의 아기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어떻게 처리할지 나오지 않은 유개화차라든지, 누군가의 내부고발로 유대인이란 것이 들통날 수도 있어 목숨을 걸고 몸을 숨긴다든지, 지금처럼 맘 편히 어디든 다닐 수 없다든지 등등. 작년 4-2학기에 들었던 '독문학의 응용' 수업에서 영화 <피아니스트>를 다뤘는데 그때도 유대인의 고통은 정말 여실히 느꼈었다.

피아니스트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있었다. 유대인들이 단란히 조용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독일군들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독일군은 식탁 앞에 앉아 있던 유대인들보고 일어서라고 하는데 개중에는 휠체어에 탄 노인도 있었다. 당연히 일어설 수 없는 장애인에게 독일군은 일어나라는 자신들의 명령을 어겼다며 노인을 휠체어에 앉힌 채로 창밖으로 던져 떨구어버렸다. 이외에도 직접 사람 몸을 가르는 장면이 아님에도 잔인한 장면들이 많았다.

<고아 이야기>에서는 <피아니스트>처럼 유대인들을 잔인하게 대하는 장면들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고아 이야기> 이야기 안에서 다뤄지는 인물 중 유대인들의 처지가 얼마나 각박하고 안타까운지를. 노아가 유개화차에서 데려온 아이가 유대인이 아니고, 아스트리드의 혈통이 유대인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이야기 안에서 그러한 고통을 겪었을까? 독일군들이 들이닥칠 때 마다 가슴졸일 필요가 있었을까? 절대 그들의 피가 잘 못 되었단 뜻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을 그 당시 그들이 그러한 취급을 받았어야 했던 사실이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고아 이야기>는 이러한 전쟁의 참상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인물의 갈등 및 성장을 서커스단과 공중곡예를 통해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딱딱하게만 다뤄지는 이야기가 아니기에 꽤나 두껍지만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 써내려간 책이 아니었음에도 전문적이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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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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