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의미있는 난해함, 큐비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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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큐비즘파리시립미술관 소장 걸작선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코트 깃을 여미게 되는 휴일 추운 오후였다. 인기 전시에다가 방학이기 때문에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해서 이른 시간 가려 했지만 늦잠으로 계획이 틀어졌고, 점심을 훌쩍 지난 오후를 선택했다.
로비부터 사람들이 북적북적했고 전시장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내가 입장하기 전 도슨트의 설명이 시작되었는데 설명을 듣는 사람 반, 자유롭게 관람하는 사람이 반이었다. 도슨트 주변으로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있어서 설명을 듣든 듣지 않든 동선에 따라 전시를 관람하는 건 무리였다. 나는 비어있는 벽부터 보기 시작해서 도슨트의 설명이 끝나면 돌아가 다시 관람했다.
도슨트는 매 섹션마다 15~20분 가량 배경과 개념, 비화 등을 알려줬다.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들렸으니 지루하지 않도록 중간중간 유머를 섞은 것 같았다.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도 좋지만, 경험상 도슨트를 따라다니느라 모든 작품을 보지 못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전시 작품을 훑어보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더 피곤했기 때문에 늘 피해왔다. 내가 듣지 않더라도 도슨트와 관람객 무리가 있으면 동선이 꼬이기 때문에 피했다. 이날은 늦잠부터 시작해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관람이었다.
오디오 가이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설명을 듣기 위해 작품 앞에서 서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나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작품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의 해석(설명)을 받아먹는 건 재관람에서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워낙 난해한 탓에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할 걸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려울 거 알고, 난해할 거 알고 왔지만 수십 점의 작품 앞에 여러 번 서다 보니 내가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다.
간혹 난해한 걸 멋있는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해하기 어려우면 자연스레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소수의 것이 된다. 이때 얄팍한 철학을 가진 경우 소수에 집착해 그게 더 가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회자되는 난해함은 대체로 새로움과 과감함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가 가져온 난해함이 멋있는 것이지, 난해함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큐비즘이 등장했던 20세기 초는 산업의 발달, 동서양의 교류 등 세상이 변화하던 때이다. 전보다 복잡해진 현실에 새로운 시각이 등장할 타이밍이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예술작품 같다고 한다. 하지만 큐비즘은 그러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작품 앞에 서서 작품명을 보고 다시 작품을 보고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더는 있는 그대로의 것을 재현하지 않고, 작가가 느낀 그대로의 것을 화폭에 담았다. 오랜 시간 이어진 미술의 틀이 깨진 것이다.
'창조성'이란 단어가 자주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20년대라고 한다. 변화로 세상이 혁신적으로 변하고 세상이 복잡해지던 시기, 큐비즘은 모방을 탈피하고 해체와 재구성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더 이상 현실을 재현하지도, 아름다움을 담지도 않으며 감성 대신 이성이 자리한다. 보이는 것이 아닌 작가가 보는 것이 존재한다. 오랜 시간 이어진 미술이 아닌, 태어난 지 100년 남짓 된 새로운 것이다. 그걸 보는 나는 무언가를 해체 후 재구성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큐비즘은 어렵고 난해한 건 당연한 게 아닐까.
피카소와 큐비즘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기간: 2018.12.28 - 2019.03.31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시간: 2월까지 11:00 - 19:00
3월부터 11:00 - 20:00
*관람종료 40분 전 입장 마감
요금: 성인 15,000
청소년 및 만 65세 이상 12,000
어린이 10,000
주최: 서울센터뮤지엄, 뉴스웍스
미디어후원: 네이버
전시총감독: 서순주 박사
작품대여미술관: 프랑스 파리시립미술관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장미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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