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학생 해외봉사의 허와 실 [기타]

우리나라 대학생 해외봉사의 실태
글 입력 2019.02.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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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남의 안과를 다녀 오는 길에, 전철역 앞에서 유니세프를 홍보하고 있는 분에게 붙들렸다. 추울 텐데도 헌신적인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스티커 붙이기를 하고, 퀴즈를 맞혀보고 칭찬도 들으며 자연스레 실로 다양한 어려움에 처한 어린이들의 실태를 알게 되었다. 여전히 얼마나 기상천외하고 열악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많은지, 다시 한번 세계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거리에서 요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부스의 마지막은 언제나 정기 후원의 권유로 이어진다. 나는 후원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망설여져서 안내 팸플릿만 받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일시적 기부라면 기부함이 보일 때마다 현금을 넣으면 되지만, 정기후원은 좀 더 신중한 결단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도움을 주는 일은 더 이상 간접적인 기부가 아니라 그보다는 더욱 본격적인 봉사 활동인 것이다. 그것은 좀 두려웠다. 내가 봉사나 기부활동에 조심스러워진 것은 작년 여름, 대학에서 인도네시아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이후이다.




대학생 봉사자의 '한계'



우리나라에서 대학생을 위한 해외봉사 프로그램은 정말 많다. 너무 인기가 많아서 해외봉사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가 세워질 정도다. 많은 대학생들이 해외봉사를 대학생활의 버킷리스트로 삼고는 하는데, 해외봉사가 과연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일까? 나는 해외봉사를 '봉사'의 기억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다지 봉사의 가치 같은 것을 체험했다고는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의가 있다면 도망칠 곳 없는 해외에서 삐걱거리는 조직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왔다는 것 정도다. 대학생 해외봉사는 봉사 아닌 봉사다.

대학생 해외봉사는 보통 기업이나 학교에서 지원자를 선발하여 짧게는 몇 주, 길게는 2~3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주 정도의 단기 해외 봉사를 떠난다. 현지에서는 지정된 학교에서 교육봉사와 노력봉사를 함께 한다. 오전에는 반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학교 건물의 보수 공사를 돕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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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예상 가능한 문제점은, 해외봉사를 그저 '스펙 쌓기'로 생각하는 대학생들의 인식일 것이다. 봉사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적을 항목 용도로 전락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봉사의 의미를 완전히 퇴색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전히 그런 부정한(?) 목적으로만 참가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인기가 많은 해외봉사는 100: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인데, 주최 측에서도 그만큼 봉사를 할만한 품성을 가진 학생을 뽑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해외봉사를 하려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스펙에 아주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지원했다기보다는, 대학시절 특별한 의미와 경험을 얻고 싶은 기대 때문에 지원한다.


그러나 봉사자들의 마음가짐은 현지에서 변한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여전히 봉사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들은 진심으로 개발도상국의 사정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싶어서 온 게 아니다. 사실상 지원자들은 '해외에도 나가보고, 취업할 때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도 되고, 특별한 경험도 해볼 수 있다'라는 정도의 동기로 이를 위해 약간의 고생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봉사'라는 숭고한 행위에 확실히 함부로 접근하는 것임이 맞다. 마치 물건을 사듯이 나의 고생과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마인드로는 나중에 결국 '이렇게까지 고생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실제로 많은 대학생들이 현지에 가면 그런 마음이 된다) 정말 헌신하는 마음으로 해외봉사에 임하는 게 아니라면, 그곳에서 끝까지 봉사의 의미를 수호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생은 결코 헌신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대학생은, 특히 신입생이라면 정말 갓 입시지옥을 경험하고 나온 20대 초반의 학생들이다. 생활기록부에 기입하기 위한 용도로 진학에 필요한 봉사활동을 전략적으로 찾아온 학생들이 갑자기 성인이 되었다고 진실하고 헌신적인 마음이 되어 봉사에 임하기는 어렵다. 생기부에 쓰려고 했던 봉사활동처럼 해외봉사는 스펙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활동은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느껴질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은 여전히 주체적으로 봉사하지 못한다.




'봉사'의 목적 잃은 해외봉사



봉사자의 자세뿐만 아니라 능력의 차원에서도 그들은 전문적인 의료 지식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봉사를 할 수도 없고, 언어의 장벽과 짧은 기간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대학생 봉사단은 초등학교 아이들과 움직이면서 활동하는 '재미'위주의 수업을 기획하게 된다.

주최 측에서는 봉사자들이 한국에서 수업을 준비할 때 이전 기수의 봉사단이 했던 수업의 예시를 보여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이것은 예전 기수들이 현지에서 했던 수업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채 비슷한 수업을 하는 상황을 만든다. 해외 봉사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이 주제다. 주최 측에서는 매번 같은 학교를 컨텍하여 봉사단을 파견하는데 올 때마다 비슷한 수업을 진행하며, 그것이 특별히 의미가 있는 수업도 아닌 것이다.


또한 노력봉사로 하는 보수공사가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되는 것도 아니기에 결국 이 활동들이 현지 학교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봉사단에 동남아 등지에서는 이제 '한국에서 해외봉사를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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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는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은 대체로 대학생 한국인 선생님들을 좋아해 준다. 함께하는 시간은 고작 일주일이지만 금세 정이 들어 헤어질 때는 학교 전체가 울음바다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한국인 선생님들의 수업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저 아이들만이 베풀 수 있는 순수한 애정이다.


오히려 수업에 대해서라면, 초반에는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지만 봉사 기간의 막바지에 이르면 왜 이런 놀이 시간을 보내는지 의미를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듯 현지의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태는 대학생 봉사자들에게도 회의감을 준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주최 측에서도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봉사자들을 어르고 달래기 위해 봉사 일정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넣는다. 현지 민박, 관광, 파티 등 봉사자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일들이 그것이다. 봉사 일정에 건강한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잡혀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하지만, 실제로 이 일정들의 기능은 결코 휴식의 본질에서 벗어난다. 봉사자들은 실제 '봉사'일정에서 큰 의미를 얻지 못한다. 위에서 말했듯 수업과 노동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까지 왔지만 기대만큼의 의미를 얻지 못한 봉사자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부차적인 프로그램들이다. 관광과 파티로 봉사단끼리 유대를 형성하는 것은 해외봉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가 된다. 친구를 얻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이것은 사실상 실제 목적이 전도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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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바람직한 마음으로 봉사하려고 왔던 대학생들도 나중에는 '이것도 스펙이 되잖아'하며 자기 위안한다. 이제는 해외봉사가 대체 누구에게 좋은 일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은 해외봉사 프로그램의 성격이 '봉사'의 가치에서 벗어나 너무도 변질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생의 주체적인 의식 성장뿐만 아니라, 해외봉사를 기획하는 학교나 기업의 변화가 절실하다.


모 단체의 해외봉사 홍보 포스터가 학교 건물에 붙어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 젊음을 팔아 그들의 마음을 사고 싶다." 상품화된 봉사를 대놓고 표현하는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이 났다. 그들이 해외봉사에서 상업적 이익, 명예, 스펙, 관광 등 쓸데없는 요소를 없애지 않는다면, 이 겉만 번지르르한 프로그램은 곧 쇠락하고야 말 것이다.




참고자료



하버드에 가려면 아이티(Haiti)부터 가라?, newspeppermint, 2016.08.19​


[이슈체크_해외봉사 부작용 백태] 아이들 고용해 사진촬영·집 짓다 말고 귀국…누굴 위한 해외봉사인가?, 한국경제매거진, 2014.07.16


해외봉사 가면 생길 일, 대학내일, 2017.08.04


​청춘 줄게, 스펙 다오~ -대학생 해외봉사 누구를 위한 봉사인가, 중앙 문화, 201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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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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