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져서 더 좋았습니다
글 입력 2019.02.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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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

이 말을 떠올리며,
<피카소와 큐비즘> 다녀왔습니다.


큐비즘.jpg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는 피카소의 말처럼 입체주의 작품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법한 모든 것들의 실제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목구비를 최소한으로 남겨놓아 작품 속 저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고, 녹색 드레스 입은 여성을 그렸다는데 자세히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한 방법으로, 원래의 습관처럼 그렇게 하나하나 꽉 찬 의미를 찾으려 하니 금세 피곤해졌다. 주말의 전시회장, 빽빽한 관람객들,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느라 서로 어깨를 스치기 일쑤고, 사람들과 히터가 만들어내는 열기에 숨이 막히고, 작품을 보는데 내가 뭘 보는 건지 제대로 보는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러워 어찌할 바 몰랐다. 급격히 피로해졌다.

과거의 내가 프리뷰에 뭐라고 썼을까 슬쩍 훑어보다가 ‘마음 놓고 즐기겠다’는 다짐을 보게 됐다. 불필요한 고집을 덜어냈다. 늘 하던 대로만 하지 말아 보자. 하나하나 다 의미를 두고 해석하려고 들지 말아 보자. 흐르는 대로 편하게 자연스럽게 감상 하자. 마음에서 일어나는 그 생각을 그저 기억 속에 잘 담아두자.


큐비즘 (3).jpg


결론적으로 내가 느낀 피로감이 전시를 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머릿속을 다 비우고 아주 깨끗한 상태에서 작품을 보게 된 것 같다. 입체주의 미술에 대한 아주 간단한 정보로 뼈대를 남기고, 나의 감상으로 살을 붙이듯이 작품을 봤다.

나혜석의 자화상이 떠오르던 작품, 평소에 좋아하던 패브릭 브랜드가 떠올라 아주 경쾌하면서도 따듯하게 느껴지던 작품, 일정한 방향으로 선을 그어 독특한 느낌을 주던 작품, 예전 여행 갔을 때 그때의 기분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조카의 동글동글한 코끝이 떠오르던 작품 속 어린이 등등…….

모든 작품 하나하나에 빼곡하게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고, 사진처럼 현실을 꼭 빼다 박은 작품을 보며 주로 감동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마음을 푹 놓고 보는 것이 <피카소와 큐비즘>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타이틀.jpg
 

‘낯설고 이상하다’를 내내 떠올린 그 시간들이 좋았다. 어차피 현실을 그대로 담지 않았기에 우리에게는 낯설고 이상하게 보이는 입체주의 미술, 기준을 미리 세워두기보다는 ‘기준을 세우지 않기’를 기준으로 세워보는 건 어떨까? 창조적인 감상을 위해 자신의 오랜 습관을 파괴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입체파 화가들이 기존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작품 세계를 만든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당연의 세계를 파괴해보자. 낯설고 이상함이 설렘으로 다가오는 시간이 되고, 이 전시가 보다 더 특별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피카소와 큐비즘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걸작선


전시 소개

20세기 미술의 보고 파리시립근대미술관 소장의 진품 명작 90여 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단독 기획전으로 서양미술사의 대혁명이라 일컫는 입체주의 회화의 모든 것을 피카소와 큐비즘(Picasso & Cubism) 이란 타이틀 아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2월 28일부터 2019년 3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입체파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취지로 기획되어 3년간의 준비 끝에 빛을 보게 된 본 전시는 파리에서 55년 만에 열리는 파리 퐁피두센터 근대미술관 입체주의(Le Cubisme) (2018.10.17 - 2019.2.26)전시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병행 개최되는 전시로 형태 파괴를 통해 20세기 미술의 모험의 장을 열어준 서양미술사의 가장 위대한 미술 혁명 입체주의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미술 역사교육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일자
2018.12.28 ~ 2019.03.31

시간
11:00~19:00 (18:20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12월 31일, 1월 28일
2월 25일, 3월 25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
서울센터뮤지엄, 뉴스웍스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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