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6시 퇴근 [공연]

글 입력 2019.02.04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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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았던 역대급 공연 중 하나였다. 눈물 찔끔하면서, 200% 공감하며 만족한 공연이었다. 다른 공연들처럼 현실적인 척하면서 너무 말도 안되는 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역시 공연이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공감 만땅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너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적당이 유쾌한 - 평생을 공연계에 있지 않고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해본 작가가 만든듯한 - <6시 퇴근>이었다.



1.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


아재개그 하는 기러기 아빠 노주연 과장

쌍둥이 아빠 안성준 대리 베이스

중학생 딸 키우는 워킹맘 서영미 주임 템버린

여행작가를 꿈꾸는 똑부러지는 최다연 사원 키보드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남자 윤지석 대리 기타

싱어송 라이터를 꿈꾸는 실용음악 전공의 소심남 계약직 장보고 보컬

언제나 열심히인 할머니와 지내는 인턴 고은호 드럼

너무 현실적인 사람들이었다. 사람 이름을 잘 못외워서 맨날 타이틀, 배역 명칭으로만 부르는 내가 기억할 정도니까. 그리고 사람이 많고, 각자가 다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도 전혀 헷갈리지 않았다. 정말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니까.

인턴 고은호는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뭐든지 열심히 하지만 요령도 재주도 없어 혼란스러운데도, 너무 열심히해서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모습. 아, 나도 일 처음할 때 그랬는데. (그렇다고 지금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키보드 치는 다연 사원은 똑부러져서 좋았다. 근데 '여행작가를 꿈꾼다' 말고는 다른 서사가 없어서 아쉬웠다. 비중이 좀 약했다.

그리고 쌍둥이 아빠 및 개그 캐릭터를 담당하는 윤지석 대리와, 워킹맘 서영미 주임님.. 진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써 찡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우리 엄마같고 막.. 내 주위 사람들이고 막..특히 주임이 엄마랑 통화할 때 괜찮다고 할 때 같이 눈물이 막....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될까? 진짜 현실 눈물 났다.

기러기 아빠인 과장님은 아재개그 할 때는 정말 웃긴데, 또 윗사람들 밑에서 팀을 책임지는 모습이 낯설지 않고, 너무 현실적이고. 쓴소리 하면서 어떻게든 끌고 나가도, 윗사람 눈에 나면 끝이니까 최대한 굽신(?)대고 맞춰주고. 책임지고. 각박한 현실사회가 너무 슬펐다. 모두가 사람들로는 괜찮아도 '일'에 있어서는, 자신의 '직무'에 있어서는 어쩔 수가 없는 건 사실이거든.

그리고 소심한 장보고 계약직 사원은 '정직원'이 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데 너무 슬펐다. 우리 주위의 모습이니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꿈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다. 냉소적이며 쓴소리를 도맡은 냉철한 기타리스트 윤지석 대리는 나도 밴드를! 하려다가, 나중에는 다시 회사에 들어가려고 면접 보는 모습이 나온다. 현실적이라고 느낀 이유 중 하나가 꿈을 찾아 가려고 용기내서 사표를 던졌어도, 사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머리를 조아리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보기 때문이다. 너무나 친숙한 사람들과, 전부 공감되는 이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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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실같은 이야기



스토리는 캐릭터보다 더 박수를 주고 싶다. 왜 하필 홍보 2팀..? 내가 하는 일이 홍보, 마케팅, 디자인이다 보니 업무의 공감이 무한정 됐다. '가을달빵'을 홍보하기 위해, 팀 해체 당하지 않기 위해, 직접 홍보하자! 라는 아이디어로 밴드 결성. 은 정말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이후 내 마음에도 쏙 드는 '6시 퇴근'이라는 팀명으로 연습 과정을 홍보차 올리고, 라이브로 올라가면서 좋아지는 모습이 정말 현실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저런 밴드가 있으면 나라도 응원할 것 같거든. 6시 퇴근은 모두가 꿈꾸지만, 실상은 야근을 벗어날 수 없는 일개미들. 대망의 공연날에는, 시설 장비도 안좋고 그대로 망해서, 쓴소리 듣고.. 책임진다고 죄송하다고 넘어가고. 엉엉 정말 찡했다. 이게 사회지 그렇지. 그리고 다른 일로 홍보를 하려는데, 아이돌이 안와서, 기적적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모습까지.


적당한 현실과 비현실이 섞여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동질감을 많이 느끼면서도, 벗어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딱히 배드 앤딩도, 해피 앤딩도 아닌 현실적인 딱 그정도의 앤딩조차 마음에 들었다. 결국 계약직을 벗어나 꿈을 택한 사람과, 똑같이 벗어나려 했으나 현실로 다시 돌아오게 된 사람. 이런 경제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협이 중요하다. 무턱대고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현실에 적당히 순응하면서, 소소한 일탈을 하며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가 보다. 나도 그렇고.


 

3. 엄청난 실력



나는 여러분을 모르지만, 실제로도 인기가 많은 분들인가봐. 사진 찍고 영상 찍는 사람들도 많네. 충분히 그럴만했다. 배우분들이 너무나 다 뛰어났다. 연기 실력도, 노래도. 너무나 멋있어서 '완성된 한 편'을 보는 즐거움이 너무나 컸다. 이런 공연은 정말 많이 더 많이 흥해야 해. 이런 표현이 좋지 않은 건 알지만, 그래도 다들 너무나 이쁘고 잘생기시고 뛰어난 외모와 노래도 탄탄해서 몇 명 되지 않아도 한가득 찼다. 얼마나 또 파워풀한지. 짱짱한 실력을 바탕으로 나오는 여유있는연기와 노래. 그리고 연주도 MR 튼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6시 퇴근>의 뮤지컬 곡들도 다들 좋았다. 쉽게 따라부르기도 좋았고, 내가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밴드 사운드, 멜로디라인도 좋았다. '신데렐라맨'이 공감되서 좋았다. 노래 자체도 완벽하고, 배우분들 실력과 스토리 모든게 다 마음에 든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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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 모습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살게 되는 것일까. 요즘은 평범함과 평범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 사이의 모습. 난 현재 3달 수습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전환이 됐다. 하지만 힘들어서 사직서를 낸 상태다. 그런데 주위에서도 말리고, 상사들도 붙잡는다. 후회 없이 놓을 수 있도록 너무 열심히 일한 것일까, 능력을 인정 받아서, 나를 아끼는 마음이 보여서 놓기가 어렵다. 좋아하는 점도 많고 힘든 점도 많다.

모두가 이정도의 스트레스를 갖고 사는 걸까. 나는 그 역치가 낮은 걸까? 내가 참을 수 있는 한도는 어디까지고, 어떤 게 괜찮은 걸까? 생각 없이, 납득이 되지 않는 채로 끌려다니는 건 내가 아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어서, 힘들어서, 쉬고 싶어서 사직서를 냈는데, 용납이 되지 않는 걸까.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맹목적으로 수능 공부를 하고 대학교에 가듯, 맹목적으로 취업해서 일하는 모습이 같다고 느껴져서 더 괴리감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원래 다 이정도는 하고 살아'라고 하는 건 맞는 삶일까? 아직 잘 모르겠다. 좀 더 가치관과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

내 이야기, 가족들의 이야기,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6시 퇴근> 뮤지컬. 덕분에 유쾌하게, 즐거운 힐링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제 3자의 모습으로, 그리고 현재 1인칭의 모습으로 보면서 다시 한 번 내 모습과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남들과 같은 삶이라는 기묘한 소속감, 안도감과 함께, 벗어나고 싶은 저항감까지. 정답이 없는 삶이라지만 어느 정도 책임질 수 있는 선까지를 다루고 싶다. 우리 미생들을 위하여, 모두가 <6시 퇴근>을 하는 날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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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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