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인물의 일대기, 프렌즈 : 챈들러 이야기 [드라마]

10년의 세월과 한 인물의 변화
글 입력 2019.02.0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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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의 일대기

프렌즈 : 챈들러 이야기

 

10년의 세월과 한 인물의 변화

   

 

 미국 드라마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언급되는 하나의 드라마가 있다. ‘프렌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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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포스터 - 출처 : IMDB>

 


1994년에 역사적인 오프닝을 시작한 후, 시즌 10이 방영된 2003년까지 장장 10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프렌즈는 서로 각기 다른 6명의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며 진정한 ‘친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다른 과거와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떠한 친구들과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지, 혹은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 화까지 보는 동안 이들 중 가장 인상 깊었고, 그래서 특별히 더 소개시켜주고 싶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챈들러 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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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들러 빙. 본명 매튜 페리 - 출처 : IMDB>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가장 많이 발전하고 성숙해진 캐릭터, 챈들러 빙을 살펴보자.

 

 

 

그의 성격


 

 한 사람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는 매우 힘들다. 밖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그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해보자면, 챈들러 빙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여도, 사회에서는 일을 잘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세심한 사람이다.

 

그는 농담을 좋아한다. 만약 그가 죽기 전에 딱 2문장만 말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으면, 한 문장은 농담일 것이고, 다른 한 문장은 그 농담을 하기 위해 밑밥을 까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농담을 한다. 농담들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리 재미있는 편은 아니다. 자기만 웃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에 자신이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농담들을 하는 이유는 비교적 슬프다. 어렸을 적 부모님끼리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고, 꽤나 충격적인 집안에서 살았기에, 불편한 상황을 겪게 되면 이러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하여 본능적으로 농담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게이이고 어머니가 19금 소설가이니, 어린 나이에는 충격을 받을 만 하다. 밝은 모습만을 보여주는 사람은 뒷면에 어둠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니, 바로 챈들러 빙이 아닐까 싶다.

 

프렌즈에 나오는 캐릭터들 중 비교적 가장 현실적이다. 번듯한 직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회인이다. 저축도 꼬박꼬박 하면서도 필요할 때에는 주저 없이 큰돈을 사용할 줄도 안다. 직장에서의 그의 일처리 능력 또한 뛰어나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할 때 회사에서 전화하여 그를 팀장으로 승급시켜줄 테니 다시 오라고 하거나, 늦은 나이에 인턴으로 들어가도 무리 없이 더 높은 직급의 정규직으로 승급하는 등, 평소에 보이는 어벙벙한 모습과는 달리 사회생활을 할 줄 하는 캐릭터이다. 상사에게 적당히 아부할 줄도 알며, 대부분의 남자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졌다(여자에겐 서툰 모습을 보여준다).

 

금전적인 면모에서도 등장인물들 중 가장 발군이다. 사회 초년생임에도 불구하고 큰돈을 모아 아내를 기쁘게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저축만 하여 궁핍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친구인 조이 트리비아니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도둑맞았던 모든 가구들을 구매하는가 하면, 룸메이트인 조이가 비정규적으로 배우 일을 하기에 그를 대신하여 대부분의 관리비나 식비 등을 충당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후에 에피소드를 보면 빌려준 돈이 꽤나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와중에도 연애도 하고 저축도 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보면,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마음씨도 따뜻하다. 일례를 들어보자면, 챈들러 빙이 룸메이트인 조이 트리비아니를 등지고 자신의 연인인 모니카의 집으로 이사를 가는 에피소드가 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이는 챈들러 빙에 비하면 조이 트리비아니는 매우 궁핍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부분의 관리비와 월세를 담당하고 있는 챈들러가 나가게 되니, 그는 조이 트리비아니가 제대로 관리비나 월세도 못 내고 쫓겨날 것이 걱정되어 그에게 돈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그냥 주면 그의 자존심이 상할 것이 당연하기에, 말도 안 되는 내기를 하여 억지로 그에게 돈을 준다. 그렇게 주면서도 하나도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지 않고, 달라고 재촉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빌려주는 입장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어떠한 성격을 가졌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그가 한 때 좋아하였던 여인이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녀는 그의 룸메이트인 조이 트리비아니의 연인으로, 소위 ‘삼각관계’가 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모하는 챈들러. 시간은 흘러 그녀의 생일이 다가왔다. 허당끼가 있고 여심을 잘 모르는 조이 트리비아니가 제대로 생일 선물을 준비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챈들러는 조이 몰래 그녀에게 줄 선물을 준비한다. 그 선물은 그녀가 좋아하는 책의 초판본. 이것을 구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전화하고 돌아다녔다. 이렇게 힘들게 구한 선물을 그는 미련 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조이에게 건네준다. 그녀에게 선물하라고. 그리고 이 사실을 그녀에게 숨긴다.


 

 

그의 성장


 

프렌즈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그 자체로 재미가 있으며,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매력적인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인물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약 22살부터 시작한 이들의 시작과 30대 초반에 끝난 이들의 외모와 성격의 변화를 보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나의 미래를 엿보는 것 같아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성숙해진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챈들러 빙을 외칠 것이다. 심적으로 굉장히 성숙해지며, 바로 확 달라지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는 그 모습은 현실적이기도 하여서 매우 보기 좋았다. 시즌 초반에만 하여도 그는 결혼과 아이를 끔찍하게 무서워하였던 인물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아도 좋다고 선뜻 말할 수 없는 가정에서 자랐기에 좋은 아버지가 무엇인지 잘 몰랐고, 자신 또한 자신의 아버지를 닮을까봐, 자신의 자식들이 자신과 같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낼까봐 두려웠기에 반사적으로 결혼과 아이들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모니카와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모니카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고, 그녀만큼은 평생을 함께하고 싶었고, 자신과 그녀를 닮은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다른 인물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연인을 지켜보면서 그에게 뿌리박혔던 공포가 옅어지는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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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들러와 모니카 - 출처 : IMDB>
 

 

 

언제나 친구, 챈들러 빙


 

비록 다른 사람들이 그의 이름이나 그의 직업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여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더라도, 썰렁한 농담을 던지더라도, 언제나 친구들의 분위기를 풀어주며, 뛰어난 사회적 능력을 가졌으며, 한 여자만 사랑하고 그녀에게만 사랑받으려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의 모습은, 프렌즈가 보여주는 ‘친구’의 모습이다.



[이동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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