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

글 입력 2019.02.0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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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

- 파블로 피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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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주의의 기초 완성

본 전시는 한 마디로 '입체주의'의 연보를 따라 진행되는 구성이다.

입체주의의 시작인 세잔, 그리고 아프리카 문화의 유입,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주의, 새로운 입체주의 섹시옹도르, 세계대전 이후의 입체주의까지. 그러한 구성을 따라가며 입체주의 변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전시였다. 좀 더 큐비즘, 입체파라는 그 흐름을 학술적으로 공부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에 자꾸 답을 찾아내려 애쓰다 보니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입체파의 특징으로 '파괴', '해체'가 기본적이어서 정물이 무엇인가부터, 그들이 쪼갠 이유, 그 근본을 찾아내는 일은 어려웠다. 전시 말미에 와서야 그저 그들의 '해체'만으로 가치 있다는 생각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느냐보다는 '했다'는 것이 중요한, '입체주의'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저 봤다. 단순한 선과 색채 사용의 절제, 오브제를 보는 관점의 다양화, 주제의 해체 및 재구성 등 입체주의가 가지는 특색을 알고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변화 과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다면 훨씬 이해하기는 쉬웠을 것 같다.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전시 내 설명문을 읽었는데, 그 설명문조차 어려웠다. 도슨트는 참여하지 않았다. 입체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수학의 정석'처럼 '입체주의의 정석'처럼 보인다. 어떠한 특정 아티스트가 아닌 대표적인 미술사조가 주제이기에 입체주의 미술의 정석 기초 편이 될만하다. 피카소는 상징처럼 본 전시의 대표 이름이다. 피카소의 작품들을 실제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가 주는 상징성과, 그가 시작한 운동이 여러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보면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교과서에서 말하는, 단지 작품과 미술사조를 연결해 암기하기 바빠, 입체주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전시가 시작이어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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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시관 5관에서만 사진 촬영 가능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

입체주의 이전에는 전통적으로 올바르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있었다. 원근법이라던가,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 말이다. 그것 자체로도 예술이다. 무엇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역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니까. 또 그리는 사람들마다 그들의 색이 덧붙여지니까 실제로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러한 틀을 깨부수는 것이 가지는 가치는 우리가 예술에서 느끼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거대한 흐름을 바꾸는 것, 새로운 관점들과, 새로운 주제의 형상화, 또 다른 해석, 예술은 가장 자유로울 때 빛나는 것 같다. 어떠한 규칙이 있어서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변주해나가는 것, 그러한 변주가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이번 전시 초반, '자연의 모든 것은 원통, 원추, 원구로 표현될 수 있다. 단순하게 그리는 법을 배우게 나면 그다음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다.'라는 입체주의의 시작으로 입체주의의 후반기, 입체주의의 특성을 가져오되, 선택적 사용을 통해 자유로운 혼합을 이끌어낸 새로운 흐름들, '섹시옹도르', 세계대전에 의한 상처를, 개인적인 상처들을 드러내는 방식의 입체주의, 이번 전시를 가로지르는 큰 주제는 입체주의겠으나, 그 속에는 여러 번의 변주가 이어진다. 그러한 변주들이 모여 하나의 미술사조를 완성하는 것 같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자신만의 해석, 관점을 박아놓은 작품들에 눈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것에서 멀어지는 순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딱 좋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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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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