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의 거울을 통해 마주한 또 다른 나, 그리고 위로. 책 <고아 이야기>

글 입력 2019.02.0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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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두 여성



팜 제노프의 소설 <고아 이야기>는 다른 듯 너무나 닮은 두 여성, 아스트리드와 노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여성은 '독일 서커스단'을 통해 만나 라이벌과 같은 관계에서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게 된다. 너무나 다른 성향과 성격 탓에 둘 사이에 묘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내 이 둘 사이에는 '특별한 우정'이 형성된다.


이는 아스티리드와 노아가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둘이지만, 보다 더 깊이 들어가보면 그 누구보다 서로를 닮은 둘이기 때문이다. 마치 거울을 통해 마주하는 '나'의 모습과도 같이 말이다. 아스트리드와 노아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울을 통해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아스트리드


오랜 전통의 서커스단 클렘트 가문에서 태어난 아스트리드는 어릴적부터 공중곡예사로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서커스를 보러 온 한 독일군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를 통해 그녀는 서커스단 밖의 삶을 처음으로 겪게 된다. 그러나 이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그녀는 상부로부터 독일군과의 이혼을 강요받게 된다. 결국 그녀는 사랑을 잃게 되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고향에서 그녀의 가족의 소식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결국 의지할 곳을 모두 잃은 그녀는 노이호프 서커스단에서 신분을 숨기고 다시 공중곡예사로서 활동하게 된다. 새로운 서커스단에서 그녀는 어릿광대인 피터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순회공연 중 어느 저녁, 경찰이 피터를 끌고 간다. 아스트리드는 또 한 번 사랑을 잃게 된 것이다.



노아


네덜란드 출신의 노아는 사랑에 빠진 독일군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부대 철수와 함께 그 남성은 사라지고 그녀와 그녀의 배 속 아이만 남게 된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입은 부상을 훈장처럼 생각하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엄마의 품 속 온기를 느껴보지도 못한 채 집에서 버림받게 된 그녀는 갈 곳을 잃게 된다. 이런 그녀는 레벤스보른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를 낳고 독일인 가정에 입양 보낸다. 이후 그녀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기차역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다 열차에 실린 아이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가 입양 보낸 아이가 생각나 한 아이, 테오를 구조해 도망치게 된다. 그러던 중, 노아는 한 서커스단에 의해 구조되게 되고 이 곳에서 그녀는 그녀의 생계를 위해 공중곡예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공중곡예사로서 첫 순회공연을 떠난 곳에서 그녀는 한 소년, 루크를 만나 사랑을 키우기 시작한다. 루크는 노아를 위해 게릴라군이 되겠다며 둘이 함께할 수 있는 미래를 제시한다.


*


이렇듯 아스트리드와 노아는 서로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상처를 지녔다. 둘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 속에서 각자의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랑을 잃었다. 비슷한 상처를 지닌 이 둘의 모습을 보다 보면, '거울'의 이미지가 자꾸 연상된다. 거울에 비쳐진 나의 모습은 좌우가 반전된 모습이지만, 너무나도 나와 닮았기에 계속해서 쳐다보게 된다. 아스트리드와 노아도 상반된 듯하지만 깊게 닮은 모습을 보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묘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전쟁의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랑을 잃은 두 고아는 그 누구보다 의지할 곳이 필요했고, 이 유대감은 그 어떤 것보다도 든든한 의지의 대상이 되어 주었다.


어떠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때론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이를 스스로 토닥이고 다듬어 줄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너무나 닮은 서로의 상처를 봄으로써 아스트리드와 노아의 치유 또한 시작된 것을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두 여성의 우정.



남성의 우정을 다룬 콘텐츠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여성의 우정을 다룬 콘텐츠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때문에 '우정'은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되곤 한다. 하지만 나는 한 여성으로서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남성의 우정과는 다를지 몰라도, 여성들 사이에도 분명 남성들의 것에 못지 않게 뜨겁고 깊은 우정이 있다. 다만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전달되고 표현되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어떠한 것인지 떠올리지 못하곤 한다. 때문에 여성의 우정을 그린 작품들을 만나게 되면 매우 반갑고 고마운 기분이 든다.


<고아 이야기> 또한 이런 작품 중 하나이다. 각자의 상처를 지닌 채 서로 조금씩 부딪히며 형성된 둘의 특별한 우정은 화려하진 않지만 깊고 강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특히 마지막 공중 곡예 장면은 마치 이런 둘의 우정이 꽃을 피우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키며 내 가슴 속에 어떠한 벅찬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예전에 뮤지컬 <Wicled 위키드>를 봤을 때도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너무나 다른 두 여성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낸 서로를 향한 깊고 강한 이해와 우정은 눈물이 차오를만큼 벅찬 감정을 선사해 주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여성의 우정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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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아 이야기

(원제: The Orphan’s Tale)

지은이: 팜 제노프(Pam Jenoff)

옮긴이: 정윤희

출판사: 도서출판 잔

페이지: 504쪽

정가: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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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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