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선택'에 대한 무게감 <고아이야기>

글 입력 2019.02.0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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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거짓말, 배신과 열정,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 버렸다.”


나를 <고아 이야기>로 이끈 추천사다. 독일, 세계대전, 서커스 등 어두움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이 책을 읽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게 했지만, 크리스티나 베이터 클라인의 추천사를 보고 한 번 도전해보자 하여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추천사와는 달리 <고아 이야기>는 완독까지의 많은 시간이 걸렸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한 상황묘사와 위급함, 다급함, 그리고 주인공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한 번에 몰려와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고아이야기는 아드바셈기념관에서 자료 조사를 하다 접한 ‘이름 없는 아이들’과 유대인을 보호한 서커스단의 이야기가 작가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쓰여진 작품이다. 객차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가족 품에서 떨어져 집단 수용소로 이송되었던 아픈 사연을 서커스단과 연결시켜 풀어놓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


  

<고아 이야기>는 전기가 아니다. 한때 이름을 날린 서커스 단원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한 편의 소설이다. 서커스 곡예의 본성과 그들의 삶의 방식 그리고 전쟁 중에서도 계속된 서커스 곡예처럼, 나 역시 작가로서 대단한 자유를 누리며 작품을 집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과정에서 접한 실제 인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고백하고 싶다.


- <고아 이야기>, p.499


 

책을 읽으면서 계속하여 든 생각은 이것은 ‘삶’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나치가 계속하여 유대인들을 잡기위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상황에서 유대인인 아스트리드와 유대인 아이 ‘테오’를 자신의 동생이라 숨기며 끝까지 그를 살리고자 했던 노아는 매 순간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들이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말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자신이 다치게 되는 서커스 곡예처럼, 그들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늘 삶을 위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지에 대해 불안해하며 말이다.

 

그들이 선택을 이어가는 가운데, 그들의 삶의 이유도 조금씩 바뀌어간다. 자기 자신에서 가족으로, 자신에게서 아이로. 가족에서 동료로, 동료에서 아이로. 이러한 과정을 함께하다보면 삶의 가치와 목적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그리고 그 가치와 목적은 그들을 강하게 만들어갔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하여 소중한 것들을 잃어간다. 가족, 여인, 거처, 아이, 결국에는 자신의 생명마저 말이다. 그들이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게끔 존재했던 인생의 목적들은 그들을 강인하게 만들었지만, 그 목적을 잃는 순간 그들은 한 없이 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는 마치 전쟁의 실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전쟁은 한 인간의 모든 것을 한 번에 없애버릴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하여 상기시켰으며 그 슬픔을 주인공들을 통해 계속하여 내비쳤다.

 

매 순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소설의 상황이 우리의 삶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배경과 비교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이 후에 이 선택이 나에게 어떠한 결과로 돌아올지에 대해 저울질을 하며,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불안감을 가진 채로 말이다. 외줄타기를 하듯 불안함 속에 길을 걷는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끝의 행복을 바라본다. 끊임없이 엄습하는 불안이 가득한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 노아와 아스트리드처럼 말이다.


*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할 것이다.


아스트리드가 그랬던 것처럼, 노아가 그랬던 것처럼 12미터의 높이에 매달린 생명줄과도 같은 공중곡예를 매일 반복해야 할지라도, 누군가와 함께 하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결코 그 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 출판사 서평 중에서


  

이 책은 전쟁이라는 환경 속에서 두 사람의 우정과 성장일기를 잘 그려놓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우정과 성장일기보다도 ‘선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선택이라는 존재가 내게 더 무겁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출판사의 서평처럼 노아가 그랬던 것처럼 12미터의 높이에 매달린 생명줄과도 같은 공중곡예를 매일 반복해야 할지라도, 누군가와 함께 하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결코 그 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내게도 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노아와 아스트리드처럼 누군가와 함께 하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않고, 그 줄을 놓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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