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설지만 새롭고 신선한 [전시]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독특한 입체주의 세계
글 입력 2019.02.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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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캔버스에 남겨진 생생한 붓 자국과 섬세하게 그려 넣어진 디테일을 들여다 보기를 좋아하고, 각양각색의 작가들이 펼쳐내는 세계를 엿보는 건 늘 즐겁고 새롭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방문했던 많은 미술관에서도 그랬다. 모니터 속 색감으로는 결코 구현되지 않는 원작의 색감, 미술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그 걸작들을 직접 마주했을 때의 감정이 얼마나 벅찼는지 모른다.

작년 여름, 오스트리아 ALBERTINA 미술관에서 피카소를 비롯한 들로네, 레제의 그림을 인상 깊게 보았었기에 지난 주 평일 오후,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를 방문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폴 세잔으로부터 시작되어 온 큐비즘(입체주의). 내부로 들어오니 세잔의 그림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폴 세잔, 입체주의의 시작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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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세잔, 브라크의 작품.



피카소와 브라크는 입체주의를 발명하였다고 평가받는다. 위 세잔과 브라크의 작품은 상당히 비슷한 분위기와 구도를 지니고 있다. 세잔은 야수파와 입체파가 탄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전시는 세잔을 비롯한 피카소와 브라크의 몇 작품을 보여주며 입체주의의 태동을 알리고, 이후 다채롭게 발전되는 입체파의 모습을 보여준다.


피카소는 마티스가 구매한 아프리카 조각상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고 크게 매혹되었다. 피카소는 이후 1907년 그 유명한 대작 <아비뇽의 처녀들>을 작업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입체주의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음 해 1908년 피카소의 이 작품은 신문에 실리게 되었고, '입체주의'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게 된다. 이후 프랑스의 문학잡지 <파리의 저녁> 은 '현대 회화의 주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고 있다.'라고 선포한다. 이제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똑같이 그리기보다는, 작가가 자유롭게 재구성하여 현실과는 사뭇 다른 세계를 선보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낯설고 새로운 작품 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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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스트 에르뱅, <여인들과 아이들>
레오폴드 쉬르바주, <풍경>



실제로 전시장의 많은 입체파 작품은 과거의 그림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대체로 화려한 원색의 색감을 지녔고, 원, 원통, 원뿔 모양과 기하학적 무늬들로 가득하다. 입체주의가 세잔의 말 '모든 자연현상은 원, 원통, 원뿔로 표현된다'에 영향받았음을 생생히 실감할 수 있었다. 네모나고 각진 얼굴, 현실과는 달리 왜곡되고 변형된 모습, 추상적이기까지 한 그림들. 쉽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랬기에 더 가까이서 작품을 들여다보고 고민하게 되었다. 자유롭게 표현된 캔버스 속 그림들이 흥미로웠다. 이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걸까, 무슨 마음으로 이 작품을 그렸을까 등등 생각해 보곤 친구와 의견을 나눠보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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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인 들로네의 <머리 손질하는 누드>
그리고 들로네의 <리듬> 연작 중 하나



전시회 작품 중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건 로버트 들로네의 작품이다. 오르피즘은 1912년 경 입체파로부터 발전된 회화 운동인데, 화려한 색채와 추상적인 화면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들로네는 바로 오르피즘(Orphism)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직접 보았던 들로네의 작품은 연작 <에펠탑> 뿐인데, 이곳에선 에펠탑을 비롯한 다양한 들로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들로네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연한 파스텔 톤 또는 강렬한 원색, 그리고 다채로운 색 조합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팔레트에서 뽑아내는 색감은 가히 독보적일 정도로 아름답고 명료했다. 부드러운 곡선과 둥그스름한 모양들이 자주 보였고 특히 다양한 색과 크기를 지닌 원이 자주 등장했다.


들로네가 가진 원에 대한 애정은 그의 초대형 작품 <리듬>에서 거대하고 아름답게 재탄생한다. 전시장 마지막 관으로 들어서면 엄청난 크기의 작품이 우리를 반긴다. 정면에 전시된 작품 4개는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내며 변주되고 있었다. 압도적인 크기의 작품을 보니 들로네는 어떻게 이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건지 궁금해졌다. 들로네는 원이 지닌 본연의 완만함과 유려함을 살려 자신의 작품세계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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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파의 여러 작가들이 한 데 모인 만큼, 여러 화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전시였다. 피카소가 자신의 작품을 다채로운 색실로 짜 넣어 태피스트리(다채로운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로, 벽걸이, 실내 장식품 등으로 쓴다)로 완성시킨 <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다.


하지만, 전시는 전체적으로 관람객에게 친절하지 못하다. 한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빼곡한 글씨로 쓰인 입체파 연보, 연도와 단순한 사실만을 열거한 지루한 설명. 좀 더 구체적이고 부가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이해가 쉬웠을 테다. 개별 작품에 대한 설명은 따로 쓰여있지 않았고 작품들은 좁고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관람하기 전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입체파의 대략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전시는 어렵고 난해했다.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있었더라면 전시를 감상하기 더욱 좋았을 것 같다.


피카소의 이름만 보고 전시를 방문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오히려 이 전시는 입체주의의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전체적으로 설명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낯설고 새로운 작품들은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20세기 미술계의 새로운 혁명인 <큐비즘>이 궁금하다면, 이번 전시를 방문해 보자. 전시는 다가오는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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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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