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젊은 예술 도시, 베를린 [여행]

회색 빛의 차분한 멋을 지닌 곳
글 입력 2019.02.0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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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문득 독일의 풍경을 떠올린다. 교환학생으로 5개월간 머물렀던 독일. 내가 사는 곳은 북쪽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도시였다. 그곳에 머무르며 시간이 날 때면 브레멘이나 하노버, 함부르크와 같은 주변 근교 도시를 놀러 갔다. 학기가 끝나고선 뮌헨, 본, 쾰른, 라이프치히, 뉘른베르크,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의 도시를 여행했다. 방문했던 독일의 많은 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다름 아닌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다. 내가 사는 곳에선 기차로 3시간이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독일의 여러 도시들은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도시들 간 전반적인 분위기는 닮아 있는데, 그중 유난히 눈에 띄는 곳은 베를린이었다. 나라의 수도답게 도심은 인파로 붐비고 하늘에 닿을 듯한 고층건물로 가득하다. 여타 독일의 도시처럼 많은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건물은 정갈하고 네모나다. 그러나 베를린은 어딘가 특별하다.


문화와 예술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수많은 젊은이와 예술가들로 가득하다. 역사의 흔적과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독일이 지닌 특유의 평화로움과 여유는 더욱 돋보인다. 독일의 많은 도시를 방문하다 보면 대부분은 비슷한 모습을 띄기에 때로는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베를린만은 예외였다.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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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미테지구의 독립서점 <do you read me?>.
온갖 예술적 영감들로 가득하다.
북한 디자인에 대한 서적,
한국 예술 서적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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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마우어 파크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레코드, 의류, 잡화류, 골동품 등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다.



베를린 도시 곳곳은 여러 문화예술적 공간으로 가득하다. 5개의 박물관이 밀집되어 있는 박물관 섬을 비롯한 170여 개의 박물관과 미술관, 600여 곳의 갤러리, 130개의 극장과 50여 개의 연극극장, 3개의 오페라하우스 등등. 매년 2월에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개최되기도 한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전 세계 관현악단 중 최고로 평가될 정도다. 이외에도 다양한 행사와 페스티벌은 매년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다.


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에겐 도시 자체가 영감이 되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베를린의 인구 350만 명 중 약 20%가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니, 이는 실로 엄청난 숫자다. 게다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매우 저렴한 물가를 지녔고,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의 집세는 비교적 저렴하다. 그렇기에 오늘도 전 세계 많고 예술가들은 젊고 유망한 이 도시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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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현대미술관.
사람들이 작품 앞에 삼삼오오 모여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를린에서의 셋째 날.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를 뚫고선 근처 빵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뒤, 베를린 현대미술관(Hamburger Bahnhof)으로 나섰다. 과거 기차역을 개조하여 지었다는 이곳. 내부는 독일 특유의 견고함과 깔끔함을 지니고 있었다. 독일 여러 건물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것. 독일은 어떤 공간이든지 결코 허투루 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제 용도와 역할에 맞게 실용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어진 건물들. 이곳 또한 작품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넓고 아름다운 공간을 지니고 있었다.


미술관은 온갖 다양한 예술작품과 전시로 가득했다. 독일 특유의 무심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이 더없이 매력적으로 발현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작품 앞에 모여 작품에 대해 열심히 의견을 나눴다. 그들은 누구보다 진지했고, 열정적이었다.




전쟁의 아픔을 머금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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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세계 각국의 미술작가들이
더 나은 미래를 희망을 염원하며
베를린 장벽에 그린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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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베를린은 또한 과거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도심 곳곳엔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과거 베를린 장벽에 그려진 수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승리를 상징하는 장소였으나 독일이 분단된 이후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나누는 경계가 되어버린 브란덴 부르크 문, 서베를린에서 동베를린 및 동독을 지나가갈 때 거쳐야 했던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 전쟁으로 학살된 유대인들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 기념물, 그리고 유대인 박물관. 모든 장소들은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채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바로 유대인 박물관이었는데, 박물관 내부에는 나치 독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유대인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있다. 무고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유대인들의 얼굴을 형상화해 전시한 공간이 있었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 그 위를 조심스레 올라 천천히 걸었다. 한 걸음씩 발을 뗄 때마다 철로 된 얼굴이 맞부딪히며 내는 소리. 마치 그들이 울음을 터트리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끔찍한 고통이 전달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도시 곳곳에 배어있는 자유분방한 여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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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선 어느 곳에서든 넓은 공원과 푸르른 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대도시 베를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서울의 경우 워낙 많은 건물과 인구가 밀집되어 있어 여유로운 공원과 거리를 만나긴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번화가에서 조금만 걸으면 금세 주택가처럼 조용한 거리가 나온다. 사람들은 개와 함께 산책하고, 앉아서 책을 읽거나 공원 풀밭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며 여유를 즐긴다.

맘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여 나도 그네를 타보았다. 잠시 동안은 어린애가 된 것처럼 해맑게 웃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곳에선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모두들 그 순간 자체에 온전히 몰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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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걷다 보면 이렇게 눈을 사로잡는
멋스러운 건물이 종종 보인다.
오른쪽은 베를린을 상징하는 곰 캐릭터.



베를린 또한 독일 여느 지역처럼 네모난 건물과 깨끗한 거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도시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한 그래피티, 골목 사이사이 자리 잡고 있는 멋스럽고 세련된 편집숍, 카페, 잡화점, 문구 숍, 예술공간, 서점 등은 각기 개성이 넘친다. 많은 집들은 조그만 테라스와 함께 푸르른 식물을 키우고 있었고, 멋스러운 그림이 그려진 건물은 베를린만이 지닌 멋스러운 개성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베를린은 과거 독일이 분단되어 있을 때 동독 지역에 위치하였기에, 대부분의 도시가 밀집되어 있는 서독 지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인다. 도시 곳곳의 그래피티나 빛바랜 회색빛의 콘크리트 건물, 동독 특유의 신호등 모양 암펠만(Ampelmann)등이 그렇다. 이 모든 건 베를린 특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한껏 뽐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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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로 가득한, 수많은 젊은이와 예술가들이 있는 도시. 역사가 남긴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고 반성하며, 희생자를 기리고 현재의 세대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달하는 도시. 눈을 돌리면 언제든 편하게 쉴 수 있는 자연이 있고, 자유분방하고 여유로운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차분한 멋이 있는 도시, 바로 베를린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꾸만 마음에 남아 생각나는 지난여름의 베를린.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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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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