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이첵

글 입력 2019.02.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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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대화된, 시각적인 아름다움



사람의 신체는 정말 아름답다. 몸 선은 가히 극적이다. 대체 불가능한 미다. 자연적인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사람의 신체도 똑같다. 손끝, 발끝까지의 고운 선들이 모여 격한 감정을 나타낸다.


사람의 동작 뿐만 아니라 공간의 인물 배치 구성도 감각적이었다. 일렬로 선 모습부터, 무대 전체를 누비는모습, 한쪽으로 치우쳐진 무게중심 등 무대의 가로도 세로도 높이도 3차원의 공간을 정말 알차게 사용했다. 사람이라는 오브제를 3차원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냈다. 의자와 사람이라는 단 두가지만을 이용해서. 추상화 같은 공연도 참 좋다.

혼란스러운 감정은 의자를 기울여 돌린다. 그리고 위계 질서는 의자를 정렬하며, 위에 올라 서거나 밑에 있는다. 그리고 벼랑 끝에 몰린 감정은 의자를 탑처럼 쌓아 실제로도 꼭대기에 앉아 있는다. 의자로 창살을 표현하며, 감옥이 될 수도 있다. 선 하나가 면이 되며, 공간에서의 그 어떤 것이라도 된다.

개인적으로 의자라는 오브제도 참 좋아한다. 의자는 앉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눕혀도 앉을 수 있으며, 서거나 누울 수도 있다. 그리고 의자는 실내에 주로 존재하지만 놓이는 공간에 따라 의미도 달라진다. 대표성과 함께 독특한 특수성마저 보편적이어서 괴리감마저 든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의자도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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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한가지를 파고 든다는 건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다. 그만큼 집중력을 요하지만 그로 얻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다리연구소의 <보이첵>은 오로지 신체 언어만을 탐구했다.


그래서 경이롭다. 이러한 감정은 공간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할지-의 몰입이 보인다. 의자 하나만을 파고들어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이 물건을 잘 활용한다고 할 수 있을까. 위아래 앞 뒤 옆 등의 위치부터 기울기와 배치, 드는 방식, 기대거나 서거나 앉거나 눕는 방식 등. 도구의 활용과 함께 인간의 활용도 뛰어나다.


소리를 다양하게 내는 법. 뭉쳐있는 사람들의 효과. 사람을 오브제로 본다면 얼굴의 표정과 몸통, 긴 팔과 다리의 활용이다. 팔과 다리를 선으로 활용하면서 얼굴을 면적으로 효과를 낸다.


얼마나 즐거운 과정일까. 게다가 조명의 방향마저 극적이서 색깔과 방향, 그림자로도 나타낸다. 표현만으로도 모든 것을 드러내는 공연. 몰입으로 만들어진 공연, 보는 감각을 충분히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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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100년도 더 된 고전의 이야기여서 남성중심 감성은 어쩔 수 없나보다. 여자는 오로지 성녀와 창녀로만 구분이 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하고, 강한 사람에게 약한 비열한 보이첵이다. 구조 속에서 강자에게 화를 내지 못한채 본인의 소유물인 약한 사람을 죽이는 모습. 분풀이하며 끝나는데, 너무 지루하고 진부한 스토리이다. 다른 스토리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쉽긴 했다.


남성중심의 감성 대신 성전환 버전은 어떨까? 여자들의 사회에서 남자는 전리품이 되고, 강한 여자 밑에서 갈굼 당하는 약한 여자는, 소유물인 이쁜 남자를 죽이면서 '엉엉, 이 기구한 슬픔'이라고 한다면, 나는 남자를 동등한 상대로 볼 수 있을까? 인형처럼, 창남이 되어서 움직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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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엄청나게 몰입이 되는 공연이었다. 극한 감각을 즐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감각적이라 집중을 풀 수 없어 힘들기도 했다. 흥미진진한 공연이다. 그리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루즈해지는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그 이상의 많은 것을 압축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장면 하나하나마다 감탄을 지으며.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쓰고 좋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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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정보



공연명: 보이첵

일시: 2019.1.30~ 2.10 (2.4/ 2.5 쉼)

평일 오후 8시 / 토,일 ,휴일 오후5시

장소: CKL스테이지

주최: 사다리움직임연구소

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관람료: 전석 30,000원

관람연령: 만10세 이상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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