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공족에게는 버거웠던 일행과의 관람기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2.0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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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마이너한 취미를 같이 공유할 사람이 없는 서러움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혼자 공연을 보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교훈을 얻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동행자의 관크와 성향 차이 때문이었다.


혼자가 무엇보다 편했고 일행과 관람하는 게 필자 입장에서는 계륵이었다. 공연을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닌 이상 관람예절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극장에 도착하고 귀가하기까지의 과정을 누군가와 끝까지 함께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전에 에티켓을 A to Z로 알려주면 관람 중 일행과의 관크나 갈등을 방지할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로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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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장면에서 누군가 딱딱 소리를 계속해서 낸다면?

@Erik Witsoe, Unsplash

 


같이 뮤지컬을 보러 갔던 친구 A의 버릇은 복병이었다. A는 공연을 보러 간 적이 1-2번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극장에 가기 전에 밥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공연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관람예절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제시간에 착석해 공연을 보는데 옆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A가 손톱을 물어뜯는 것이었다. 평소 A는 손톱에서 피가 날 정도로 뜯는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 버릇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극하는 와중에 물어뜯기를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일단 물어뜯고 있는 친구의 손을 잡아 무릎 위에 가져다 놨다. 한동안 잠잠했다가 극이 좀 지루해지자 다시 딱딱거리기 시작했다. A 옆에 앉아있던 관객이 많이 거슬렸는지 친구에게 조용히 봐달라고 귓속말을 했다. 어찌어찌 공연이 끝나고 A와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앉아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친구의 버릇으로 공연을 제대로 못 본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친구에게 사전에 남에게 피해를 줄 만한 행동을 자제해달라는 얘기를 하지 않아 A에게도 그 옆 관객에게도 무척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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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에 맞춰 극장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Fabrizio Verrecchia, Unsplash

 


성향이 다른 사람과의 관극은 반대로 필자를 불안하게 했다. 연극 초대권이 생겨 친구 B와 같이 만나 대학로에 가기로 했다. 이 친구도 A와 같이 공연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지하철을 타면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출퇴근 시간인 것을 고려해 공연 시작 30분 전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만날 시간이 지나도 B가 오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이전에 지하철 지연으로 공연에 지연 입장한 적이 있어 공연장에는 최대한 여유롭게 도착하려고 한다. 그런데 보러 가는 게 지연 입장이 불가능한 연극이라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시간이 좀 지나 친구가 왔고 2분을 남긴 채 객석에 착석했지만, 전화도 받지 않은 채 별생각 없이 여유롭게 약속 장소에 오는 B를 보니 언짢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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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객석을 통채로 빌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Angel Orrigi, Unsplash

 


위의 두 일화는 주관적인 시선이므로 누군가는 필자를 예민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연은 한두 사람이 아니라 한 회에 수십에서 수백, 수천 명이 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예술이다. 관객의 관람비와 시간에는 단순히 공연을 올리기까지의 비용 한 회차의 공연뿐만 아니라 공연장으로 가는 설렘과 관람 후의 여운까지 함께 포함된다. 또한,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인 만큼 지켜야 할 매너도 그에 따라 많아진다.

 

작품을 보러오는 관객은 점차 증가하고 유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은 혼공족이나 한때 일행과 공연을 보러 가는 걸 좋아한 사람으로서 동행자가 관람 새싹이라면 하나둘 차근차근 알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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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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