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르지만, 다르기에 아쉬운 타짜2 : 신의 손 [영화]

더 유쾌해지고 경쾌해졌지만....
글 입력 2019.02.1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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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다르기에 아쉬운

타짜2 : 신의 손


더 유쾌해지고 경쾌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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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1 포스터 : 꽃들의 전쟁, 화투>


화투를 아시는가! 꽃 화(花)에 싸울 투(鬪), 즉 꽃으로 싸운다는 뜻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놀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화려한 손기술로 자신의 패를 바꾸고 상대의 패를 바꾸며, 계획하고 계산하며 상대를 속이고 패배시키는 이들을 우리는 ‘타짜’라고 부른다. 영화 ‘타짜’는 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상대방을 속이는 자들의 세계는 칠흑 속에 잠긴 곳이다. 한줄기의 빛이 비추는 통로를 보아도, 자의로는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다. 이 어두운 세계를 2006년에 개봉한 타짜 1은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최동훈 감독이 보여주는 선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곳, 자신의 형제와 가족까지 잃어버려야 끝이 나는 타짜들의 세계는 사람들의 궁금증도 눌러버리는 무게감이 있었다.

 

명작으로 남은 타짜의 후속편이 2014년에 개봉했었다. ‘타짜2’를 제목으로 하며 부제로 ‘신의 손’을 달고 나온 이 작품을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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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2 : 신의 손 포스터>

 


 

타짜 1 과 타짜 2 : 신의 손


 

전작이 명작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전작에 ‘2’를 붙이고 나온 영화이기에 ‘타짜 1’과의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차이점은 타짜 2만의 특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먼저 분위기가 매우 달라졌다. 타짜 1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없이 무겁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하나씩 비뚤어져있거나 광기에 휩싸여 있다. 순수한 눈빛을 가지던 고니는 어느새 거짓으로 가득 찬 표정과 분노에 휩쓸린 눈빛만이 남았으며, 정마담은 질투와 욕심으로 가득 차 사람을 죄책감 없이 죽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손을 칼로 찍어버리는 아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필요하다면 사람도 매장하는 곽철용의 모습은 질릴 정도이다. 평경장이나 고광렬은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박과 사기를 일삼는 자들에게 ‘착하다’는 수식어가 사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고니의 조력자로 나왔으며 남을 해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지, 이들 또한 자의로는 도박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자들이다.

 

어두운 주민들이 사는 세상이기에 최동훈 감독님은 이곳을 흑색으로 칠하였다. 아름다운 이름, 화려한 손기술,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오는 속임수들에 대한 관객들의 환상을 짓눌러버렸다. 도박으로 만들어진 돈은 영원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그런 돈은 자신의 목숨 값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타짜 2: 신의 손은 가볍고 경쾌하며, 속도감으로 가득 차있다. 빅뱅의 맏형 최승현, 영원한 하이킥 신세경이 주연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경쾌한 노선을 지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작의 암울한 배경음악과는 달리 신나는 음악들이 깔리기 시작하였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빙글빙글’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갑자기 등장한 고광렬역의 유해진은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으려고 하며, 조화백과 뺀찌의 잠입 장면은 영화 ‘도둑들’을 생각나게 해준다.

 

하지만 바로 분위기가 반전된다. 흥겨운 노래 다음에는 자동차가 옆에서 박히며, 개그 장면 뒤는 고광렬이 떨어져 죽는 등, 관객들이 웃다가 어이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웃던 것을 마저 다 웃어야 하는지 헷갈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 다시 주연들은 웃는다. 단편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뿐만 아니라, 영화 2/3지점을 가면 분위기가 확 어두워진다. 마치 이전 2/3은 빨간색-갈색-빨간색-갈색으로 칠해두었는데, 마지막 1/3은 검정색도 아닌 회색과 검정색 사이의 어정쩡한 색으로 칠해버린다. 초밥을 고추장에 찍어먹는 기분이다.

 

하나만 하였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느와르만 하든, 혹은 코미디만 하든. 어두운 면을 억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반전을 위해 많은 캐릭터들과 시간이 희생되었다. 여러 감정을 뒤섞기엔 2시간 27분도 모자랐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시간대의 변화다. 타짜 1과 타짜 2는 김세영과 허영만의 동명의 만화 ‘타짜’를 각색하여 만들었다. 원작 타짜 1부 : 지리산 작두의 시대적 배경은 1950~1960년이지만 영화 타짜 1에서의 시간적 배경은 1990년대 후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타짜 2의 주인공인 함대길(최승현)은 고니의 조카로 나왔으니,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설정하였다. 시대에 맞게 더 발전된 기술로 사기를 치는 장면도 나왔고, 도어락을 기술적으로 해체하는 등 요즘 영화에서 유행하는 장면도 추가하였다(CCTV는 없나?).

 

매우 좋은 발상이었다. 시대에 따른 속임수의 변화를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필자가 타짜 1의 팬이라서 그런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타짜의 정의가 사라졌다고 느꼈다. 우리가 기억하는 타짜란 무엇인가. 순수 손기술만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일종의 고수들의 무투가 아니었는가. 하지만 타짜 2에서는 타짜 1에서만 나온 기술들만 스쳐가듯이 나타날 뿐, 순수하게 기술로 승부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대길이가 재능과 수많은 연습을 통하여 손기술을 기본적으로 잘 한다고 설정을 두어도, 1편처럼 계절이 바뀌도록 연습하는 고니의 모습에 비하면 그리 납득하기 힘들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안다. 다들 바쁜 스케줄이 있는 배우들이기에 연습할 시간도 부족하였고, 현실의 손기술 그 자체는 정체되었는데 그 기술들을 1편에서 모두 사용하였으니 손기술로 영화를 이끌어가기엔 힘들었다. 타짜 1에 비해 이야기의 속도감이 다르기에 대길이의 연습장면을 보여줄 시간 또한 부족하였다. 그렇기에 오프닝에 재능이 어렸을 때부터 탁월하였다는 것을 보여주어 ‘원래 재능이다’라는 편한 설정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그래서 아쉽다.

 

또 타짜1과 다른 점으로는 19금의 이유다. 타짜 1과 타짜 2의 19금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타짜 1같은 경우에는 인간의 욕망과 욕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도, 냉혹한 세계를 잘 보여주었다. 손등에 서슴없이 칼을 꽂아버리는 장면이나 오함마로 내리치는 장면은 그 잔혹함을 잘 보여준다. 즉 19금은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일 뿐 그 이상의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타짜 2는 애매하다.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 위하여 사용하였다고 보기엔 너무 약하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도 됐다고 생각한다. 도끼를 들었으면 후려쳐야하고 각목을 들었으면 내리 찍어야한다. 언제든지 칼을 들고 다니며, 휘두르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휘둘러야 한다. 그것이 이들의 광기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건전하게 총으로만 손목을 터트리기만 한다. 타짜 1의 팬이라서 그런지 매우 아쉽다. 만약 타짜1을 모르고 2를 봤으면 잔혹함에서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야한 장면들은 영 아니었다. 19금을 소모품으로 사용한 느낌이었다. 욕망을 나타냈다고 하기엔 부족하였으며,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위하여 사용하였다고 하여도 굳이 그랬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타짜 1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모두가 옷을 차려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연기에서, 캐릭터에서 나오는 그 위압감은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옷이 문제가 아니다. 더 젠틀하게 하이라이트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여담으로 2편답게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였다. 꼰대부터 시작하여 송마담, 짜리, 유령 등이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였는데, 이들 중 가장 기억에 남으며 영화의 또 다른 아귀라고 생각한 인물이 있다. 바로 장동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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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식, 곽도원 扮 / 부제 : 답십리의 똥식이>

 


동네 아저씨 같은 외모로 등장한 이 캐릭터의 본모습을 보고나면 소름이 절로 끼치게 된다. 곽도원씨의 목소리와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진정한 악역임을 보여주며, 그의 잔혹성까지 숨김없이 드러낸다. 타짜의 악마다움을 현대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었으며, 누구보다도 타짜에 잘 녹아들었다. 이런 역할의 배우가 2명만 더 있었어도 이전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타짜 1에 못지않는 영화가 탄생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다른 와중에서도 타짜 1의 큰 장면들을 따라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혜성처럼 등장한 구원자 고광렬이나, 이에 질세라 갑자기 나타난 아귀는 최종보스의 역할을 거리낌 없이 해준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진다. 고광렬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의 등장은 적절하였다. 고니의 얼굴을 닮기도 하였고, 불쌍해서 살려주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것은 오히려 반가웠다. 그러나 그의 등장은 큰 의미를 가진다. 1편에서 화란의 언니인 세란과 잘 되나 했더니 결국 잘 되지도 못하고 20년 넘게 죽을 때까지 노름판만 전전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등장시키지 않았더라면, 다른 새로운 인물이 대길이를 도와줬다면 고광렬의 인생은 열린 결말로 끝나 해피앤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망상의 자유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그의 이미지가 더 아저씨 같아졌다. 1편에서의 성격을 더 강하게 부여해준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 전환과 경쾌한 분위기를 위하여 이용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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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렬, 유해진扮>


아귀의 등장은 영화의 반이 지나서야 복선이 나온다. 대사 한 줄로만 나타나기에 집중해서 보아야 그의 등장에 수긍할 수 있다. 아귀가 나타난 후의 장면들은 타짜 1에 비해 꿀리지 않는다. 김윤석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였다. 다시 아귀가 된 것이다. 지나간 세월은 그에게 이전의 경박함 대신 성숙함을 주었고, 그렇기에 피날래 부분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모두 좋았다. 하지만 꼭 끝을 또 타짜 1처럼 냈어야 했었을까 싶다. 똑같은 대사를 읊고, 똑같은 행동을 하고, 똑같이 당하는 그의 모습은 타짜 1을 기억나게 한다. 다른 팬들에겐 가장 좋아하는 장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 본인에게는 또다시 소모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끝을 내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장면들이며 매력적인 캐릭터들인데, 굳이 같은 방식으로 해야 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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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네?>

 


 

넋두리


 

타짜 1의 골수팬이 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 강렬하던 흑색의 장막들이 나를 너무 깊이 감싸버려 타짜 1을 그리워하게 하였다. 마지막 1/3을 보면 충분히 타짜1과 자웅을 겨룰만하게 어두운 분위기로,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생각하신 방향이 필자와 맞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새 작품을 과거 속에 사로잡혀 새롭게 보지 못한 필자 또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준비가 안됐다고 깊이 반성한다.

 

그렇기에 타짜 2가 아닌, 타짜의 외전이나 다른 방식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1편의 연결고리를 찾을 필요도 없고, 억지로 넣지 않아도 될 장면들을 넣어도 되니 단짠단짠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전개를 할 필요가 없다. ‘써니’와 ‘과속스캔들’로 강형철 감독님의 코미디부분에서의 역량은 이미 증명되었다. ‘무거움’을 넣어야 한다는 짐이 너무 무거웠지 않았을까, 혼자 망상해본다.

 

참, 부제로 나온 ‘신의 손’은 무슨 뜻일까? 손기술을 잘 쓰는 것이 과연 신의 손일까? 영화 속에 정답이 나와 있다. 궁금하시면 한번 네이버 영화에서 다운로드해서 보셔보시라!



[이동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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