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 번의 삶, 단 하나의 사랑-삼생삼세 십리도화 [드라마]

세 번의 생이 모두 복사꽃 같기를.
글 입력 2019.02.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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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이하 중드)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인가. 촌스럽고 괴상한 CG와 어색한 더빙, 쌍꺼풀이 두껍고 전체적으로 진한 인상의 남자주인공이 마초처럼 등장해서 여자주인공에게 '넌 내꺼야'라고 말하는 시대착오적인 드라마? 아니면 타오바오에서 '韩版'(한국판)이라고 치면 나올 것 같은 묘하게 촌스러운 옷을 입고 한국드라마를 어설프게 따라한 모습? 실제로 이런 편견 속 드라마들이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중드의 수준은 높아졌다. 특히 사극이나 시대극 장르는 한국보다 다양하고 더 흥미롭게 그려내기도 한다. 그중 오늘 소개할 중드는 <삼생삼세 십리도화 三生三世十里桃花>. 이하 삼생이라고 표기하겠다.



삼생삼세 십리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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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생은 원작 웹소설을 드라마화하여 2017년, 중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도 방영되어 탄탄한 팬층과 수많은 삼생 폐인들을 만들며 원작소설까지 번역되어 인기리에 판매되었다. 참고로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양양, 유역비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했는데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훨씬 추천한다. 거진 60회가 되는 대작을 100분안에 담아서 영화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드라마 소개에 들어가기 앞서, 제목이 아주 길고 어렵지 않은가? 제목 중 '삼생삼세'는 세 번의 삶, 세 번의 만남에도 변함없는 하나의 사랑을 뜻하고, '십리도화'는 복사꽃이 늘 만개한 십리,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사는 곳이다.



첫 번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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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백천' : 청구의 구미호족으로 14만년을 살아온 유일한 여상신(女上神)이다. 백천은 첫 번째 삶에서 '사음'이란 가명으로 정체를 숨긴 채 남장을 하고 '묵연'의 제자가 된다. '묵연'을 존경하고 그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지만, 봉인에서 풀려난 악인을 막으려다 기억과 신력을 잃고 인간계에 떨어져 두 번째 인생, '소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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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인공 '야화' : 천족의 태자로 백천이 첫 번째 삶, 사음으로 살고 있을 땐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사음의 스승인 묵연과 쌍둥이 형제지만, 묵연이 먼저 태어나고 야화는 금련으로 묵연의 연못에서 십만 년 넘는 시간을 잠들어 있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실 그는 금련 시절부터 사음을 사랑했다. (참고로 야화역 배우는 묵연역이기도 한, 1인 2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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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음과 묵연


삼생은 야화파 vs 묵연파로 나뉘기도 한다. 비록 실질적인 남자주인공은 야화이지만 묵연의 삶과 사랑도 만만치 않다. 연하남의 직진모드였던 야화와 달리, 묵연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사랑에 다가간다. 사음이 여자인 걸 눈치챈 채 제자로 받아주고, 그녀가 받아야 했던 괴로운 모든 짐을 대신 짊어주려 한 사람이 바로 묵연이었다. 그의 사랑은 야화와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 보는 이를 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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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음과 야화


이것이 바로 야화와 사음, 둘 다 기억하지 못하는 첫 번째 삶의 만남이다. 금련에서 깨어나 영혼만 떠돌던 야화는 자신을 볼 수 없는 사음을 사랑하지만 사음은 그 마음도 알지 못하고 스승 묵연과 꽁냥거린다. 야화의 지독한 순애보는 인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다.

처음 남자주인공을 보고 당황할 수도 있다. 한국 드라마의 흔한 남자주인공과는 다른 느낌의 배우이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이 배우를 잘생김을 연기하는 쪽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고 싶다. 야화와 묵연역의 배우 조우정은 백 마디의 감정을 눈빛 하나로 표현하고 머리를 묶고 푸는 것만으로 묵연과 야화를 구분할 만큼 섬세한 연기력을 갖췄다. 걱정마시라. 그의 애절한 눈빛들과 출중한 연기를 본다면 기어코 잘생겨 보일 테니.



두번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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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연이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들고, 야화가 태어나고, 사음은 기억을 잃고 인간이 되어 '소소'가 된 두 번째 삶이다. 약속한 듯이 야화와 소소는 사랑에 빠지지만 둘의 달달한 신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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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绝不负你."
"난 절대 널 상처주지 않아."


그렇게 약속했건만 황제의 부름을 받고 하늘로 올라간 야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힘이 부족했다. 계속되는 오해와 외로움 속에 소소는 연신 상처받고 결국 자살을 시도한다. 제 남편과 갓난아이를 뒤로한 채.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삶의 시작이다.



세번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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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여파로 두 번째 삶이 기억나지 않는 백천은 그저 존경하는 스승 묵연을 잃은, 슬픔에 빠진 제자일 뿐이다. 소소와는 달리 신선의 힘을 되찾은 백천은 산전수전을 다 겪어 그런지 전생의 본인보다 더 강하고 속세에 냉소적이다.

반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독박육아하며 소소가 부활하기만을 삼백 년간 기다린 야화는 소소와 똑 닮은 백천을 보게 된다. 그러나 기억을 잃은 구소소 현백천은 남편과 아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또 다른 삶의 시작이자, 사랑의 연속인 세 번째 삶도 시작부터 순탄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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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지고,
영겁의 세월을 윤회해도.
당신만 내 곁에 있더라면
천산을 헤매인들
전생의 인연을 이어가리."
 

생이 수없이 반복되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세 번의 생이 모두 복사꽃 같기를. 세 번의 생, 하나의 사랑. <삼생삼세 십리도화>이다.



중국 드라마


중드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드라마 광으로서 일드, 미드, 한드에 죄다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뿐이었다. 그러나 중드는 그 기간이 참 오래가고 중독성이 강하다. 어딘지 어설프지만, 또 완벽하지 않아서 더 끌리는 장르랄까. 한 번은 자막이 없는 중드를 보기 위해 그길로 중국어학원까지 다녔었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에 처음 중국 드라마를 접했다. 그 입문작이 바로 <보보경심>이다. 그간 생각해왔던 중국 드라마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린 계기였다. 비록 발로 한듯 조악한 CG와 참을 수 없는 변발의 압박이 있었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미, 철저한 고증, 배우들의 열연으로 어느순간 변발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매일 기숙사에서 중드를 보고 있으면 옆 친구들이 "쟤 중드본대", "뭐? 중드?"라고 이상한 괴짜취급하며 놀리기도 했다. 분명 그럴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국내 중드 매니아가 빠른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 중드가 마이너 장르이긴 해도 더 이상 중드를 보는 게 이상하단 생각은 들지 않을만큼 보편화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중국드라마가 생소한 장르는 아니다. 한때 국내 케이블 채널을 씹어먹던 <황제의 딸>은 아주 어릴적 즐겨보던 중드였다. 이제 시간이 지나 더 다양하고 발전된 중드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상은>, <랑야뱡>, <후궁견환전>, <연희공략>, <치아문단순적소미호>, 그리고 <삼생삼세 십리도화>. 다양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로 오히려 한국 드라마보다 더 완성도 높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넘사벽이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 중국에서는 자체 콘텐츠인 중드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때, 드라마 보보경심이 대박을 치며 타임슬립 열풍이 불자 중국 정부는 타임슬립 소재를 사용하지 못하게 억압한 사례도 있다. 그만큼 중국드라마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중국인들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방증이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시대물이나 판타지계 중국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를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중국 특유의 판타지 사극은 완성도도 높고 다양하기 때문에 판타지 사극 드라마의 공급이 없는 한국에서 유독 잘 먹히는 소재이다. 중국의 거대한 자본력과 그간 한국드라마를 벤치마킹하여 이룬 수준 높은 영상미는 더는 중국드라마가 촌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예전의 일드나, 미드처럼 다음날 만나 '그 드라마 봤냐'고 대화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이 무서운 상승세로 보자면 아주 터무니없는 이야긴 아닐 것이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법이 다양하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였다면 쎄고 드세다는 평을 받을 만큼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백천의 성격은 세 번의 삶 동안 마냥 명랑하지도, 약하지만도 않다. 가끔은 다른 남성 캐릭터보다 더 큰 능력과 지위를 지니고 있다.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다는 것, 이것이 중국드라마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남자주인공이 가사를 전담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어 한국과는 다른 문화차이를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OST가 일품이고 중국 한나라의 시를 참고한 가사가 무척 아름답다.



OST




凉凉
량량


쌀쌀한 밤이 찾아와 서리가 되어 내린 꽃잎

당신은 먼곳에서 땅거미가 다하길 지켜보네요

잊기 힘든 것들을 잊으려 애쓰지 마요

복숭아꽃은 저버렸는데 어떻게 그 생을 버렸나요

바다처럼 망망한 내 마음 아무렇지도 않은척 강한척 해 보아도

모든것이 거짓일 뿐이죠


*쓸쓸한 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강이 되어

봄처럼 따스하게 나를 감싸고

그대 사랑이 스며든 긴 세월 옷자락은 조각조각 물속에 잠겨 들었죠

서늘한 하늘빛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상처받은 내 가슴을 어루만져요

사랑의 운명을 피할순 없어요 아팠던 마음에 조금은 원망하겠지만

전생의 아쉬움이 남아있네요


당신을 추억하느라 귀밑머리가 세었네요

인생이 아무리 길다해도 시간을 낭비할 순 없죠

떠도는 시간만큼 그림움은 깊어져 가요

복숭아꽃이 지고 나니 이번 생은 더 뜨거워져요

꽃잎 한장을 가슴에 품었으니 세번의 생을 함께 하기에 충분하기에

당신을 기다려요


*쓸쓸한 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강이 되어

봄처럼 따스하게 나를 감싸고

그대 사랑이 스며든 긴 세월 옷자락은 조각조각 물속에 잠겨 들었죠

서늘한 하늘빛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상처받은 내 가슴을 어루만져요

사랑의 운명을 피할순 없어요 아팠던 마음에 조금은 원망하겠지만

 

씁쓸했던 세번의 인생 꿈과도 같았으니

숱한 세월에 눈물도 말라버렸어요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다시 태어나 사랑하면 돼요

언제쯤이면 봄이 찾아올까요 나무아래에서 다시 경치를 볼 수 있을까요

흐르는 세월 무정할지라도 미움과 원망으로 사랑을 버리지 마요

우리 영원히 함께 하면 되니까



[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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