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원더>: 잘못된 것이 아닌 특별한 것 [영화]

글 입력 2019.02.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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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아이, 어기


 

영화 <원더(Wonder)>의 주인공 ‘어기’는 우주비행사가 꿈이다. 그는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스타워즈>를 좋아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우주비행사가 꿈인 아이 혹은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아이로 기억하지 않는다. ‘안면기형을 가진 아이.’ 이것이 사람들이 어기를 정의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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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선천적 안명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27번의 성형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 수많은 수술 후에도 여전히 평범한 외모가 아니다. 그가 밖을 나가면 자연히 시선이 따라붙고 놀이터에 가면 친구들은 도망간다. 이 때문에 어기는 항상 우주복 헬멧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헬멧 안에 숨으면 따가운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걸을 필요가 없으므로.

 

10살이 된 어기는 난생처음으로 학교에 다니게 된다. 어기를 더 큰 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엄마인 이자벨이 결단을 내린 탓이다. 홈스쿨링만 하던 어기에게 학교는 너무나도 낯선 곳이며 어려운 도전이다. 보통 아이들도 새 학기가 되면 긴장하기 마련인데, 어기는 오죽할까. 예상대로 남들과 ‘다른’ 어기가 학교에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기에게 어김없이 아이들의 무수한 시선들이 쏟아지고 심지어 아이들은 그를 괴롭히기까지 한다.

 

물론 어기는 잘못한 것이 없다. 단지, 남들과는 달리 특별할 뿐. 그러나 이 세상은, 특히 청소년기 아이들은 남들과 다른 것을 잘못이라 여긴다. 청소년기는 너와 내가 같다는 데서 나오는 소속감이 중요한 시기이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 패션 등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다. 친구들과 달라서 무리에서 소외되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다. 그러나 어기는 남들과 다른 데다가 그것을 숨기지도 못한다. 어기는 학교에서 외딴 섬 같은 존재인 것이다.




따뜻한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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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작은 관심이다. 어기를 매번 움츠러들게 하는 외모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어기의 내면에 대한 관심 말이다. 어기가 작은 용기를 내자 이런 관심을 주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중 하나가 ‘잭’이다. 잭이 처음에 어기에게 다가간 것은 교장 선생님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잭은 어기와 함께하면서 진정한 어기를 알게 되고, 그와 진심으로 친구가 되고 싶어진다.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지, 유머러스하고 똑똑한 어기이기에 당연하다.

 

이들이 친구가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잭이 친구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어기에 대해 맘에도 없는 심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우연히 이를 듣게 된 어기는 큰 상처를 받고 잭에게 벽을 세운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잭이 선택한 것은 진심 어린 후회와 사과이다. 최고의 선택이자 용기 있는 선택이다. 어기도 이 사과를 멋지게 받아들인다. 이로써 둘은 진정한 친구가 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또 사과를 받아들이고 화해하는 것. 10살의 나이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성장이 아닐까.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니 말이다.

 

또한 어기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배운다. 어기는 잭뿐만 아니라 점차 다른 친구들과도 친해진다. 이들 역시 잭처럼 어기의 내면을 알아봐준 친구들이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같이 밥 먹는 것이 어기에게도 일상이 된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어기의 모습은 한 점의 어색함도 없다. 이 일상 덕분에 세상을 보는 어기의 시선은 변화했을 것이다. 더는 두렵기만 한 곳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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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따뜻함을 잃지 않는 영화였다. 이 따뜻함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생각해 봤더니,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다정하고 헌신적인 어기의 가족, 친절하고 천진난만한 어기의 친구들, 그리고 용기 있는 어기까지. 이 좋은 사람들로 영화가 채워지니 감동과 웃음은 저절로 따라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어기가 우주복 헬멧을 쓴 이유도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놀라움 때로는 혐오가 담긴 시선에 어기는 헬멧을 써야만 길을 당당히 걸을 수 있었다. 어기의 세상이 가혹했던 것도 아름답게 변했던 것도 모두 사람 때문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여운을 음미하며 나는 어기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어기가 당당하게 삶을 살게 하는 사람이었는가, 어기를 주눅 들게 하는 사람이었는가. 전자가 되고자 노력했으나, 나도 모르는 사이 후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어기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기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게 전부다.



[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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