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역사와 상상력을 더한 예술의 매력: 영화의 얼굴창조展

글 입력 2019.02.15 02: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사진출처 ⓒ (광해, 왕이 된 남자_조태희)영화의 얼굴창조전.JPG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강추위는 여전하다. 아라아트 센터를 찾아가는 골목길이 바람이 불어오는 통로라 찬바람을 온전히 맞닥뜨렸다. 전시장에 도착하고 나서 입장하기 전에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전시에 대한 흥미를 증폭시키기 위해 해당 장면의 음성을 틀어놓은 것이다. 청각을 동원한 전시는 언제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 같다.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얼굴창조展은 현재 영화 분장계의 한 획을 품고 있는 조태희 감독의 커리어를 담은 전시이다. 한국에서 처음 기획된 분장 콘텐츠 전시로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남겨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것처럼 영화가 끝난 후 보관해둔 특수 가발, 수염, 장신구, 분장 도구 등을 전시해두었다. 또한 전시에서 사용된 모든 오브제들은 배우들이 직접 사용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한다.



_BJH8042.jpg
 


첫 번째 섹션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의 배우 이병헌을 광해로 분장시켰던 과정을 전시해놓았다.


광해는 영화 미술이나 색감, 인물 표현 등에 있어 굉장히 고급스럽게 표현된 사극 작품이라고 한다. 사극에서 주로 검정색으로 통일되어 나오던 망건의 색을 푸른색을 가미해 과감한 색 변화를 주었다는 점, 혹은 그 간의 고명도, 고채도의 금색, 은색 등 화면을 찢을 듯한 화려한 색을 배제하여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표현한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보통 클로즈업된 상태에서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얼굴을 주로 쳐다봤지, 이마 바로 위의 망건을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감독의 코멘트를 보고 다시 장면 속 배우를 보니 정말 푸르스름한 검정색의 망건이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옛말은 틀린 게 없다. 뿐만 아니라 ‘용주물 조각비녀’이라는 것도 눈에 띄었는데 주로 왕을 상징하는 용 조각물을 상투 위에 직접 얹은 장식이다.


조선의 왕이었던 광해는 용 조각물을, 왕후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의 용을 비녀로 사용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만 보아도 조태희 감독이 영화 분장에 관한 열정과 노력, 애정이 느껴졌다.



_BJH8174.jpg
 


그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영화는 영화 <사도>였다.


영조役의 배우 송강호, 사도세자役의 배우 유아인의 분장이 눈에 띄었다. 영화를 안보고 예고편만 봐서 몰랐는데, 정조役으로 배우 소지섭이 나왔다. 영조-사도세자-정조까지 나오는 과정이라면 영화의 시간 변화가 꽤 많이 이루어졌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사도>는 촬영하는 내내 하루에도 몇 번씩 분장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실제 집권 시기가 길었던 영조를 표현하기 위해 분장의 과정이 복잡했다고 한다.


송강호 배우는 40대부터 70대 촬영을 짧은 순간 이어나가야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분장팀이 붙어있었을 것 같다. 수염이 나잇대 별로 제작되었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아주 심하게 굴곡진 웨이브의 디테일을 추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사도세자役의 배우 유아인은 조태희 감독의 말에 따르면 있는 그대로 ‘미친 사도세자’였다고 한다. 그만큼 연기의 몰입도가 좋다는 배우 유아인의 광기 또한 분장의 역할을 톡톡히 보았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의 모습을 제외하고 모든 장면에서 머리 장신구를 전부 다르게 착용하며, 상황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되었음을 자부하는 것이 느껴졌다. 실제로 고증과 창작이 조화롭게 섞인 것이 아주 아름다워 보였다.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의 몸에 장착되었던 소품을 전시장의 조명 아래에서 마주치니 감회가 새로웠다.



_BJH8202.jpg
 


전시가 끝날 무렵, 조태희 감독의 영화 커리어의 모든 컨셉 스케치가 한 쪽 벽에 걸려 있었다. 필자가 만약 감독이었다면, 지금까지 이루어낸 커리어가 모두 벽에 걸릴 때 스스로 생각해도 대단하고 대견했을 것이다. 영화 분장에 대한 열정, 몰두, 집중은 그에게 있어 작업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고 그러한 힘을 전시 관람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단순히 개인의 작품 전시가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 산업 한 부분의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의미가 깊은 전시를 다녀와 한 사람의 열정을 또 한 번 배워간다.





정수진.jpg
 

[정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