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읽고 쓰면서 산다는 것, 감옥 속 자유

글 입력 2019.02.15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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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는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같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있는 중국 소설가이다. 한국에서는 배우 하정우가 감독을 겸했던 <허삼관>이라는 영화의 원작으로 더욱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1998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2002년 중국 작가 최초로 제임스 조이스 기금, 2004년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 및 미국 반스 앤 노블의 신인작가상, 2005년 중화도서 공로상, 2008년 프랑스 꾸리에 엥테르나시오날 해외 도서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책 《글쓰기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서울, 베이징, 뉴욕, 프랑크푸르트 등 세계 곳곳에서 이뤄졌던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은 위화가 생각하는 읽는다는 것과 쓴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사는 것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어려운 말 하나 없이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친절하고 직설적이고 또렷하게 전달된다. 마치 강연장에 있는 듯한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샌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온 구절에 밑줄을 긋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위화는 소설가로서 이야기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설가를 직업으로 희망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독서에 대해서, 혹은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어주며 살면서 무엇이 중요한 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

읽고 쓴다는 것


루쉰과 톨스토이, 가와바타 야스나리, 카프카의 작품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는 위화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같은 작품은 너무나 소중해 2권 마련하여 한권은 그냥 소장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20살 안팎의 그는 어느샌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장을 글쓰기에서 모방하고 있었다고 고백하는데, 이 부분에서 위화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장은 없음을,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과연 깊은 것에서 깊은 것이 나온다. 자신이 영향받은지도 모르는 사이에 명문들은 자신에게 체화된다.

    


"그 불면의 밤이 제게 앞으로 어떻게 소설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자유롭게 쓰는 것이었습니다. ... 카프카는 저의 두 번째 스승이었습니다. 그는 제게 기교를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글쓰기라는 것이 아주 자유로운 일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주었지요. 글이란 쓰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글쓰기는 해방되었고, 그 뒤로는 쓰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었습니다. 저의 글쓰기에는 두려운 일이 없어졌습니다." (43쪽)


    

글쓰기를 사랑하고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가끔씩 글을 쓴다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이 한 없이 창피해지고 발가벗은 몸으로 거리로 내던져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는 것을. 위화의 이러한 자기 고백과 경험담은 글을 쓰는 모든이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 위로는 그저 허공을 맴도는 말이 아니라 마음속에 스며드는 자유가 된다.

 

위화가 카프카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그 불면의 밤처럼 내가 위화의 글을 읽은 밤도 나에게 어떤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그렇지, 글쓰는 일은 자유로워야 한다. 그냥 쓰면 되는 것이라고 저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덤덤함과 의연함, 일종의 초연함을 위화의 글이 알려주었다.



"어떤 작품은 단번에 뭔가가 느껴지고, 어떤 작품은 뭔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지요. 제 경험으로는 독자와 작가, 그리고 작품이 만나는 것은 일종의 인연인 것 같습니다. 인연이 닿지 않으면 느낌도 없지요." (30쪽)


 

작품과 만나는 것도 일종의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위화의 자세가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작가와 독자,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 위화에게 읽고 쓰는면서 살아사는 것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되는 책이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 위대한 작가는 장애물을 피하지 않는다 -


지은이 : 위화

옮긴이 : 김태성

출판사 : 푸른숲

분야
작가에세이
중국 문학

규격
135*205

쪽 수 : 384쪽

발행일
2018년 11월 15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5675-769-6 (03820)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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