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의 얼굴을 창조하는 예술, 분장

영화의 얼굴 창조展
글 입력 2019.02.15 13: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전시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배우들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해 준 조태희 분장 감독님이셨다.

당황스러워서 같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 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만약 내가 당황하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면 이 말을 했을 것 같다. "배우들이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캐릭터 상황, 성격 등을 분석하고 사람들이 눈치채기 어려운 디테일, 비녀 등에 숨겨진 의미가 너무 좋았어요. 덕분에 영화를 다시 한번 떠올리고 그 상황에 맞는 분장을 보게 되었어요"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2251194.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2252051.jpg
 

사진도 한 몫했다. 작은 사진이 아니라 큼직한 사진과 사진 속에 담긴 배우들 표정을 보면서 중후한 분위기를 느꼈다. 곳곳에 들리는 영화 속 주요 장면이 오디오로 들렸다. 영화 속 현장에 온듯한 기분. 분장 도구에는 배우들의 이름이 새겨있었고 나무상자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전시와 동떨어진 얘기일 수 있지만 직업을 대하는 감독님의 자세를 알 수 있었다. 분장도 예술이라는 점.


영화 분장 도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배우가 분장 아티스트에게
나를 맡긴다는 것은 영화 속 인물이 되기 전
나를 버리고 영화 속 나로 다시 창조되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조태희 분장 감독은
배우 각각의 분장 도구를 별도로 보관한다.
나무 상자에 배우의 이름을 새기고
심지어 분장 도구 하나에도 이름을 새겨놓는다.
분장 도구는 영화의 얼굴을 창조하는 예술 도구이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2038773.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2040188.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2039730.jpg
 

보면서 광해의 상황에 따라 장신구가 달라지는 걸 알 수 있다. 장신구는 배역의 날카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뾰족하게 디자인하거나 야외활동 느낌을 주기 위해 제작한 장신구도 있었다. 1인 2역의 차별성을 주기 위해 언더라인, 얼굴의 미묘한 톤도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 분장이 자연스러워 영화에 더 집중해서 봤던 것 같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4140243.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4140792.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4430959.jpg
 

단아하고 청초한 민낯을 표현하고 싶어 마스카라, 심한 아이라인 등은 빼고 피부톤과 눈매만 살짝 그렸다고 한다. 광해는 용으로 표현했고 중전의 비녀는 여의주를 물고 있다. 오른쪽은 중전이 1인 2역 광해를 보는 애절함을 표현하기 위해 쌍용 비녀를 만들었는데 이는 마주 보고 있지만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상황에 맞는 장신구를 보면서 캐릭터 분석은 배우뿐만 아니라 분장 감독님도 함께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4800760.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4801492.jpg
 

서리가 있는 수염은 다시 사용할 수 없어서 매 씬마다 새로운 수염을 만든다. 남한산성 김상헌(김윤석)은 최명길과 강경하게 대립되는 인물로 새치가 군데군데 넣어 나이와 고집 있는 느낌을 준다. 최명길 수염에 비해 두껍고 꼬불거리는 이유도 고집과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을 수염을 통해 표현하려 했고 이시백(박희순) 수염은 두 배정도 두꺼운데 장수 특유의 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입술 쪽을 지그재그로 잘라서 들숙날숙한 느낌을 줬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156812.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157333.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157797.jpg
 

역린에서 강월혜(정은채) 머리 위 장식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얼굴형에 맞는 크기가 제작되었다. 을수(조정석)는 푹 패인 상처를 넣고 오랜 세월 떠돌아다닌 느낌을 주기 위해 주근깨와 피부톤이 만들어졌다. 현빈이 제대 후 처음으로 선택한 영화가 역린이다. 현빈과 정조의 숨겨온 남성성을 결합하기 위해 구레나룻까지 연결되는 수염과 날카롭고 뾰족한 정조의 비녀가 완성됐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658781.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659658.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700210.jpg
 

사도 혜경궁 홍씨(문근영) 오랜 기법의 칠보 재료를 사용하여 장신구의 수준도 높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도 옛 것과 더불어 표현하고자 했다. 영조(송강호)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굴곡진 웨이브가 있는 수염과 시대 상황을 고려하여 40 ~70대의 나잇대별로 분장이 제작되었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910076.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910811.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911519.jpg
 
크기변환_KakaoTalk_20190210_125912269.jpg
 

남주혁은 큰 키와 배역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고민 후에 엄청난 길이의 인모 가발을 제작했다. 다른 배우였다면 어울리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오로지 남주혁과 그 배역에 맞는 헤어스타일이기 때문에.

친구와 전시를 보고 나서 대화를 나눴다. 전시가 아닌 영화를 보고 왔다면 말하지 않았을 분장에 대해서.

스크린상에는 실물 크기 100배 이상의 큰 크기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제작하고, 긴 머리를 표현했을 때 연기에 불편함은 없는지, 외로움과 분노 등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다듬어지지 않는 듯한 수염 등 조태희 감독의 디테일하고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린 영화를 보면서도 배역에 잘 빠져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유아인이 유아인이 아닌 사도세자로 볼 수 있도록.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영화를 좀 더 재미있고 집중해서 보기 위해서 이번 [영화의 얼굴 창조전]을 추천한다.


heavenly poster_main_181217_ver.01.jpg
 

[송다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